이청용 악몽같은 90분, 수비력은 숙제로 남았다

조의선인201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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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2010-03-10]

 

첫 단추부터 일그러졌다. 경기 시작 43초 만에 볼턴의 골문이 열렸다. 3만6000여 홈팬들의 함성은 90분 내내 스타디움을 진동했다. '블루 드래곤'으로선 너무나 긴 하루였다. 악몽같은 90분이었다.

 이청용(22ㆍ풀럼)이 10일(이하 한국시각) 스타디움오브라이트에서 벌어진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선덜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EPL과 FA컵 등 20경기 연속 출전(선발 19경기, 교체 1경기)은 물론 정규리그 16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었다. 그러나 연속 공격포인트 행진은 두 경기에서 멈췄다. 이청용은 지난달 28일 울버햄턴(1-0 승)과 7일 웨스트 햄전(2-1 승)에서 각각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볼턴은 0-4로 대패하며 13위에서 14위(승점 29ㆍ7승8무14패)로 한 계단 떨어졌다. 반면 7무7패 뒤 15경기 만에 승전가를 부른 선덜랜드는 승점 30(7승9무12패)을 기록, 15위에서 13위로 뛰어올랐다.

 혼돈의 하루였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그라운드를 밟은 이청용은 포지션을 두 차례나 변경했다. 후반 12분 무암바가 부상으로 교체되자 중원사령관에 포진했다. 17분 뒤 중앙수비수 리케츠마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뒤에는 오른쪽 윙백으로 다시 한번 말을 갈아탔다. 이청용은 경기 후 영국에서 수비수로 변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전반 43초 캠벨에게 첫 골을 허용했지만 볼턴도 이내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청용은 전반 2분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진을 흔든 후 잇달아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의 양상은 사뭇 달랐다. 볼턴 공격은 18세 영건 윌셔가 포진한 왼쪽에서 주로 이뤄졌다.

 후반에는 변화에 몸살을 앓았다. 결정적인 기회는 한 차례 있었으나 집중력이 부족했다. 후반 10분이었다. 엘만더의 슈팅을 선덜랜드 골키퍼 고든이 쳐내자 이청용이 골문 앞에서 왼발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힘을 싣지 못했다. 제대로 맞지 못해 그만 골키퍼에게 잡히고 말았다. 골로 연결됐더라면 충분히 역전도 가능했던 아쉬운 순간이었다.

 뭔가 매끄럽지 못했다. 후반 13분에는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며 공을 그라운드에 던져 경고를 받기도 하는 등 악재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선덜랜드의 재반격이 불을 뿜었다. 선봉에 선 주인공은 벤트였다. 그는 후반 19분 추가골을 필두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볼턴을 처참히 무너뜨렸다.

 이런 가운데 수비력 보완은 숙제로 남았다. 현대 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이청용도 그동안 수비 가담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날은 1% 부족했다. 전반 세트피스 상황에서 두 차례나 역습을 허용했다. 후반 19분 벤트의 골도 커버 플레이를 잘했더라면 사전에 봉쇄할 수 있었다.

 한편, 영국의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청용에 대해 '매우 조용했다(Very quiet)'는 평가와 함께 평점 5를 줬다. 이청용은 14일 위건전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스포츠조선 선덜랜드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