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차이 때문에 부모님이 여자친구와 헤어지라고하십니다.

2010.03.12
조회1,219

네 제목에서 보다시피 21살 남자 대학생입니다.

저에게는 300일이 된 여자친구가있습니다.

1학년때 한창 미팅을 많이 하다가 나중에 에프터신청을 해서

사귀었습니다. 서로 맘이 맞아서 그런지 미팅 후 첨으로 2번째 만남에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300일 동안 서로 싸운적도 없고 누구보다도

알콩달콩 잘 사귀었습니다. 언제나 보고싶었고 누구보다도 좋아했습니다.

21년이라는 짧으면 짧지만 그래도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는 시간동안

가장 행복했던 1년이라고 장담할수있을만큼

1년을 정말 찬란하게 아름다울 정도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또 너무 급작스레 사귀게

되어서그런지 부모님에게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워낙 극성이셔서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많이 참견을 하실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저도 대학생이 되었으니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여자친구와 저는 알콩달콩 사귀며 몇일전에 300일도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그러던중 몇일전 제 고등학교 친구의 어머니와 저희 어머니께서

통화를 하셨습니다. 그 고등학교 친구는 전교 1등이었던 친구였고,

제가 그뒤에 있었습니다. 물론 그친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친구와 저는 라이벌관계였지만 좋은 관계인 것에 비해

부모님끼리는 표면상으로는 친하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아마 속이 시커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나신 듯 싶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사탕발린 말을 서로에게 자주하지만 그 속에는 가시가 박혀있는

그런 말들을 가끔 하시나 봅니다.

이번에도 저희 어머니께서 선공에 들어가셨을 겁니다.

사실 그 1등친구는 성적은 좋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성격은 그닥 좋지 못합니다.

그 친구 성격이 매우 날카로워 여자친구들한테도 한번 따돌림을 받아

부모님이 나서서 중재한 적도 있던것도 기억납니다.

그런 점을 저희 어머니께서 선공을 하셨던거죠.

 

'요즘 누구누구는 어떻게 지내요? 고등학교 때 남자애들하고 잘 못말하고 그랬잖아

이젠 조금 인기좀 있어요? 우리아들은 여자애들하고도 잘놀고 그래서 인기도 있다는데' 뭐 이렇게 공격에 들어가셨겠죠.

 

그 친구 부모님이 이제 반격에 들어갑니다.

'어머 요즘에 우리애도 남자애들하고도 잘놀고그래요. 우리 애는 자기네 학교 남자애들만 만나서 맘이 놓인다니까. 근데 누구누구는 얼굴예쁜애들하고만 노나봐? 학교그런것도 안따지고 다 만나는거 같애~?'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나 봅니다.

그상황까지 저희 어머니는 제가 사귀는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이걸로 알게 되었나봅니다.

이걸로 어머니 이성이 뒤집어지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선입견이 생겨 제 여자친구를 드라마에 나오는

공부는 못해 머리는 텅텅 비고 얼굴만 이쁜애 이런식으로 굳혀버리셨나봅니다.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괜찮은 남자와 조금 모자란 여자. 그리고 미치는 시어머니.

너무나도 소설속에 빠져 사시는 어머니.

그 다음날 저에게 어떤 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사실 300일도 되어가고 군대도 가기때문에 그전에 말씀드리려했는데

어쩌다보니 그동안 숨기던게 들통난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마 여기서 어머니가 또 화가나셔서 뒤집어진 이성이 또 한바퀴 돌아갔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냥 어느어느학교다니고, 어디살며, 착한 애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딱 여기만 말했는데 어머니는 바로 '별로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라고 하셔도 이제 성인대 성인. 또 더 말을 조심해야하는 가족간의 사이인데

너무나도 무심하시게 저에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한마디인데 너무 속이 상하더군요.

그래서 많은 말 안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하루종일 조금 우울했는데 중간에 어머니가 전화가 오셔서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오늘 10시까지 집에 오라고 하시더군요.

아버지도 오셔서 가족회의를 할거라고 하시더군요.

 

10시까지 갔습니다. 가는 길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군대가기전인데 어떻게 할꺼냐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이런생각을하다가

아침에 어머니가 던지신 '별로다'라는 말과 통화할때 상기된 어머니 목소리를

생각하니 아마 정리하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는 불길한 상상도 되었었습니다.

10시에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그동안 제가 쌓아올린 여러가지 노력들이 여자친구잘못사귀어서

잘못될까봐 어서 깨지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민되게 하는 말은 최대한 빨리 깨지라고 하셨습니다.

300일을 아무 일없이 잘 사귀었고, 학점에도 영향 안 미치고,

그 아이도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예의도 바른 아이라 저에게 나쁜 영향이란 걸

주는 건 상상도 못하는 그런아이여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깨지라고 하셨습니다.

네.

저도 화를 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웃으면서 그냥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고친것도 아니고

그냥 여자친구 사귄것가지고 이렇게 심각하게 얘기를 해야하나요? 라고도 했지만

부모님 표정은 이미 제가 사고치고 결혼하겠다고 우기는 드라마속 남자주인공의

부모님 표정이었습니다.

표정이 이미 제가 쌓아올리고있는 공든 탑이 이미 무너져내린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 보다도

부모 이기는 자식 없다는 말이 좀 더 와닿던 날이었습니다.

그 날 그래서 제가 군대가는 7월이전에 정리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것에서도 물러나시지 않습니다. 당장 깨지랍니다.

어머니 이것저것 소설재료를 가지고 나오셨습니다.

낙태법에대해서도 알아보셔서 프린트 해오시고,

제 싸이월드에도 들어가 보셨나봅니다.

 

정말 화가 극도로 났었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그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음날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날이라 밥을 사주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어머니한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디에있니? 혹시 그여자애 만나는 건아니지? 일찍 들어오라는 전화였습니다.

그날 집에 들어가기 싫었지만 한 12시쯤 집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는데 어머니가 나와계십니다.

풀이 다죽은 목소리로 부탁이 있는데 미니홈피 메인에 있는 제 여자친구사진좀

지워달랍니다.

네.

돌뻔했습니다. 정말로.

인생 최대 스트레스였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게 어머니가 제앞에서 울먹울먹 거리는 표정입니다.

어머니한테 이런 말하는 것은 정말 불효이지만...., 그날만큼은 정말 참을수없었습니다.

바로 그냥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방에서 부르시더군요.

너땜에 엄마 잠도못잔다고.  네 이 말 들으면 제가 무슨 마약을 하며 인생을 말아먹고있는 부랑배나 아님 정말로 드라마속에서 말도안되는 여자와 임신을 해서 결혼하겠다고

조르는 남자주인공인 줄 알겠습니다.

21살인 남자 대학생이 풋풋하게 여자친구를 사귀고있습니다.

부모님을 잠도 못자게 하는 상황인가요...?

 

다른 이유 없습니다. 저는 명문대생. 여자친구는 서울소재 4년제 그냥 대학.

사실 다른 이유가 있을리도 없는 게 부모님은 저에게 여자친구의 성격이나

뭐 그런 것에 대해 아무것도 물어보신 적이 없으니까요.

여자친구 앞에서 말한 것 처럼 반듯한 아이입니다.

화목한 가정의 아이의 전형적인 아이처럼 언제나 웃고 언제나 남 배려할줄알고

언제나 맺음 확실한 어느 것도 흠잡을 데 없는 그런 아이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제가 변한건

취직해서 무조건 돈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독립이 우선이라는 것.

최대한 부모님으로부터 먼 곳에서 살겠다는 것.

앞으로 '당연하지. 우린 우리 아들 믿지'라는 부모님 말씀은 안믿겠다는 것.

제가 어려서 그런 건가요? 부모님이 오늘도 전화하셨습니다.

크게 되면 알게 된다고.

 

예전에 아버지가 적극 추천해주신 책에 이렇게 써있더군요

중국의 작가인 루쉰이 '자식은 자기의 것인 동시에 자기의 것이 아니다'.

언제쯤 저를 믿고 놔주실 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