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년부부의 이야기

Jp201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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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고삼 수험생과 같이

자정이 다된시간 학원에서의 수업이 파하고

고된 몸을 이끌고 지하도로를 걸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올라가려던 계단 끝에는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계단 모서리에 숨어

빼꼼히 고개만을 내밀고 계셨죠

 

그 분은 마치 대한민국 중년의 아주머니를

대표하는 듯 , 뽀글파마머리에 조금은 헤어진 등산복을

입고 계셧으며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멤돌아

제법 기분좋게 한잔 하신듯 보였습니다.

 

그 아주머님은 계속해서 빼꼼히 내밀엇다 숨엇다를 반복하셨고,

그분이 쳐다보는 곳에는 한 중년의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있었습니다.

 

이내 아주머님을 찾은 듯 이쪽으로 달려오시던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손을 덥썩잡고는

"으디 갔엇노 , 언능 가자" 라고하셨고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요 있는지 알았등교 , 에이 ~ 내 요있는지 우쨰 알았든교?"

라고 애교 섞인 말투로 아저씨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머리가 벗겨진

그 중년의 아저씨는

무뚝뚝하게 그러나 애정이 담긴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 니가 어디에 있든 , 나는 다안다 알긋제 "

 

라고 하시고는 잡은 손을 두손으로 한번더 꼭 잡아주시고는

기분이 좋으신 듯 노래타령을 하며 지하계단을 올라가셨습니다.

 

 

많은 노부부의 이쁜 사랑이야기가 있지만,

 

 

 

나이가 마흔을 넘기고 머리가 벗겨졌으며

술기가 가득 차올라 알딸딸 해보이는 그 분과

뽀글 파마머리에 조금은 뚱뚱한 외모 , 그리고

이것 저것 좋은것 다 자식에게 내주시고 자신은 등산복을 입으시는 그분

 

 

자정을 넘겨서

기분 좋게 한잔 하시고

 

 

 

올라가는 그 중년의 부부의 모습은

 

 

세상 그 어느 부부 보다 행복해보였습니다.

 

 

 

저는 영상 연출가를 꿈꾸는 영화학도이자 영상학도 입니다.

 

나는 이 찰나의 순간을

내가 나이 마흔 먹어 풍족한 삶을 살든 부족한 삶을 살든

 

저 두분의 행복한 모습을

 

나와 미래의 배우자와의 모습으로 삶았습니다

이 모습을 내 머리속에 깊게 각인 시켰습니다 

 

 

내게 감성을 다시 일깨워 준것은

어느 일류 작가의 책도 , 어느 일류감독의 영화도 아닌

 

두분의 찰나의 행복한 순간의 모습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