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어쩌라고2010.03.12
조회554

며칠전에 새벽까지 방에서 컴퓨터를 하다가

물을 마시려고 방문을 열었다가 남동생이 거실 TV로 OCN을 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문을 여니까 빛의 속도로 채널을 돌리긴 했는데,

정육점 불빛과 19표시를 이미 본 뒤였어요.

 

물론 동생이 한창 열기왕성한 고등학생이고, 내동생은 퓨어해!!!따위의 환상은 없어서

TV에서 아들과 어머니의 에피소드...같은게 나올때면

'이놈도 가족들 몰래 찾아서 종종 보고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척 그냥 부엌에 가서 물 한 컵 떠서 방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도 종종 밤 늦게 화장실을 가거나 물마시러 방을 나오면 타이밍 좋게 TV채널을 돌리는 동생을 몇번 봤었기 때문에 대충 '아- 저놈이 자기 나이에 보면 안되는 채널을 보고 있었구나.'라고 진작에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그날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간 뒤로 며칠이 지났는데, 고민이 생겼습니다.

음, 저희 집은 데탑이 거실에 있어서 엄마와 남동생이 주로 사용하고, 저는 주로 방에서 제 개인 노트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얼마전에 거실의 데탑본체를 새거로 바꾸면서 낮에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제가 데탑을 사용하고 있어요.

물론 컴퓨터를 사용할 때면 항상 네이트온에 접속을 하기 때문에 동생도 제가 데탑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끔 데탑 파일 정리를 하는 것도요.(게임하면서 매크로를 다운받거나 만화를 다운받아서 압축 풀어놓고 압축파일 삭제를 안해서 제가 종종 잔소리를 하며 지웁니다.)

 

그런데 어저께 즐겨찾기를 눌렀다가 순간 헉했습니다.

어른들이 보는 애니를 다운받는 사이트 두개가 즐겨찾기에 추가되어 있더군요.

'요놈시키 봐라...'하면서 클릭해봤더니 관리자에 의해 계정이 삭제되었다고 뜨길래 삭제해도 되겟지-라고 생각하고 주소 두개를 제가 다 삭제했습니다.

(엄마가 저녁에 세이클ㅇ 게임을 자주 하셔서 볼까봐요..)

그리고 동생에게는 아무 말 안했는데,

 

오늘 네이트온으로 친구에게 레포트 자료를 받은걸 열어보려고 문서 파일에 들어갔는데, 문서파일에 떡하니 있는 동영상 두개...

이게 무슨 영상인지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는 제목이 두개 있더군요.

이걸 발견하니 짜증이 팍 나는게,

남자 고등학생이니 보는건 모르는 척 넘긴다 쳐도, 혼자 쓰는 것도 아니고 뻔히 엄마랑 누나가 컴퓨터 쓰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영상을 어떤 폴더 안에 넣어 둔 것도 아니고, 문서파일에 넣어둔건 무슨 의도인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는 없었는데..냉랭(누나 눈에 안띄게 숨겨놓는 매너도 없는 놈버럭)

 

이틀 연속으로 이런걸 발견하니 아무래도 며칠 전 밤에 모르는 척 넘긴걸 보고 얘가 대놓고 봐도 되겠구나-라는 무식한 생각을 한건지, 한학년 올라가서 정신이 없어서 다운받아 놓고 보고 흔적지우는 걸 잊은건지-

1. '작작봐-'라던가, '이딴건 니 폴더 하나 만들어서 거기다 넣어놔라'라고 문자를 보내서 이런 파일 발견하는 누나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는걸 알려줘야하는지,

2. 영상 파일명을 '이런건 보고 흔적 없애는게 같이 컴퓨터 쓰는 가족에게 매너'라고 바꿔놔서 지가 스스로 보고 누나가 이 영상의 존재를 알고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야 하는지,

3. 동생이름의 폴더를 만들어서 거기에 넣어놔야 하는지(엄마는 모르시게)

4. 그냥 삭제해야하는지

고민이 되네요.

고2라는 나이에 누나가 이런걸 대놓고 문자로 지적하면 민망하거나 뻘쭘할 것 같기도 하고, 함부로 삭제했는데 아직 안 본 영상이면 포인트가 아깝고..

컴퓨터가 거실에 있어서 혼자 내키는데로 사용하지도 못하는 동생이 불쌍해서 뭐라고 욕하기도 그렇고..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입니다.

사실 요즘에 18살에 남고 다니는 애가 넌 아직 이런거 보면 안돼!라고 해봤자 씨알도 안먹힐테고... 저도 티 안나게 보는것까지 제재할 생각은 없는데 동생의 올바르지 못한 흔적을 발견하는건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네요..

(그동안 진짜 얘는 안보는건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티안나게 보던 놈이 갑자기 이렇게 흔적을 남겨놓으니..)

대체 제가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주의를 줘야할까요? 모른척 해야 할까요? 혼내야 할까요?

아... 진짜 고민되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