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헤어지자는 남친..

병아리2010.03.12
조회1,189

석사 유학중인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같이 유학중에 만난 동갑내기 남친을 200일 넘게 사귀었습니다.

요즘에 같이 박사과정 지원을 했었는데,  저는 계속 좋은 결과가 이어진 반면

남자친구는 계속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 남자친구가 힘들어하는 중이었습니다.

남친이 금전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기에 밥값 등등은 거의 제가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요 며칠 이상하게 남자친구 마음이 떠난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어요.

몸은 옆에 있어도 껍데기만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저를 보고 웃지도 않고, 전화 해도 말도 없고 말투도 어둡고요.

힘든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이런 모든 행동들로 인해 저는 요즘 계속 불안했어요.

그동안 이런 상황들(저는 잘돼가고, 남친은 잘 안풀리는)로 인해 남친이 저한테 부담스럽다는 말을 여러번 했었고요..

 

어제도 같이 밥을 먹고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먼저 집에 갔다가 다시 오겠다는 남자친구를 보고

그 동안 힘들었던 것이 폭발해서 울면서 이야기했답니다.

"너 요즘 너무 힘든 것도 다 아는데...나도 요즘 마음이 불안하다. 나 혼자만 좋아하는 것 같고..

너도 힘들겠지만 우리도 이제 사귄 지 기간도 좀 되었으니 (200일) 나한테 질린건지..싫은거면 말로 해달라..

너 힘든데 이런 얘기나 하고 도움 못되어 미안하다.."

뭐 이런말 하면서 울었어요.

힘든 상황의 남친 앞에서 징징댄 것이 미안하지만 저도 그동안 좀 힘들었거든요..

남친이 힘든 상황인 거랑은 별개로, 저에 대한 마음 자체도 식어가고 있었던 것 같아서요..

 

저 수업 끝날 때 남친이 도서관으로 다시 오겠다고 했는데 (남친이 집까지 태워다주거든요), 저는 또 만나봐야 싸우기만 하고, 그 친구가 저 데리러 일부러 와야 하고,,제가 서운해할 일만 생길 것 같아서 그냥 집에 먼저 가버렸습니다. 집에 가면서 먼저 들어간다고 전화했고요..전화 끊고 또 전화가 오더라고요. 도서관에 남아 공부한다면서 왜 빨리 가버리냐고..그래서 저는 피곤하기도 하고 남친이 일부러 저땜에 도서관에 와야하고 그래서 집에 가고있다고 했습니다. 남친이 알겠다고 조금있다가 전화준다고 해서 끊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없길래 세시간쯤 있다가 전화를 했어요..안받더라고요. 30분쯤 후에 전화가 왔는데, 조금 화가 나서 저도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메일이 와있네요..

그동안 맘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고..정말 사랑했다면서 앞으로 자기가 저한테 잘해주기 힘들 것 같고, 저만 더 힘들거래요. 지금 끝내지 않으면 앞으로 비참한 일만 생길거라면서 헤어지자네요..

 

남친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못 되어 너무 미안하고, 아직까지 저는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애가 저에게 사준 반지가 너무 커서 사이즈를 줄였는데, 3월 14일에 찾기로 돼있었습니다.

반지를 한번 끼어보지도 못하고 이대로 헤어지게 되는거네요..마음이 아파요.

전화는 해도 안받을 것 같고, 싸이 일촌은 아직 그대로네요.

저는 헤어지기 싫은데, 헤어지자는 메일에 답장을 써야 하는지..

그 동안 이런 비슷한 위기는 여러번 있었는데, "헤어지자"고 말이 나온 건 이번이 첨이네요.

이멜로 이런말 썼다는 건, 그리고 아침시간에 썼으니..홧김에 한 말은 아닐 것 같아요.

남자가 헤어지자고 하는 건 정말 결심하고 하는 말이고, 돌리기도 힘들 거라는데..

참고로 저희는 가을부터 롱디를 하게될 확률이 큽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학교로 박사를 가게 될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떤 조언이라도 좋으니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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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 있다보니 하루가 흘렀네요..답메일은 물론 전화도 하지 않았어요.

 

바보같은 생각인 거 알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 그애가 저에게 헌신적으로 해준 것들에 비해 저는 너무 받기만 한 것 같네요. 부엌이 마땅히 없는 집에 사는 저에게 그애가 밑반찬이랑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서 가져다주곤 했었거든요. 며칠 있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가 밑반찬을 해서 저희 집에 남아있는 그애 물건들과 제가 갖고있는 그애의 차 스페어 키랑 같이 담아 집 문앞에 편지랑 놓고오면 어떨까..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네요.

그래서 학교 갔다오는 길에 카레 재료를 사가지고 들어왔네요.

 

지금까지 전에 사귀던 남자들과 헤어질 때 이렇게까지 마음 아프고 안쓰러운 기분이 든 적이 없었어요. 이대로 그냥 보내면 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요.

"내가 옆에 있는게 너를 더 힘들게 하는거라면 헤어져주겠다..그동안 나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고맙다...너 힘든데 어른스럽고 지혜롭게 옆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투정부려 미안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주는 반찬 내 마음이니 받아달라.. 함께 한 시간 잊지못할 거고 앞으로 다 잘 되길 기도한다" 이런 내용 편지로 써서 전해주려고요. 부질없고 청승맞은거 알면서도, 제 진심이 전해졌으면 하네요. 유학까지 왔는데 너무나 힘들게 잘 안풀리고 있는 그애 사정도 너무 안됐고..마음이 너무 아파요..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