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그리고 더 오랜만에 침 세례를 받았다.

전용주차장20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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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마다 공부하는 재미가 짭쪼롬하다.

일어나기가 조금 버거운 날이 가끔씩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도 발딱 일어나서 조금은 특별하게 버스를 탔다.

매일 차를 몰고 다니다가 지하철을 탈 때도 기분이 이상했지만,

지하철을 매일 타다가 버스를 타니 그것 또한 색다른 기분이었다.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겹쳐서 버스는 붐볐다.

대곡에서 출발한 649번 버스는 앉을 자리가 없었다.

영대학생들, 대구고 학생들, 예고 학생들, 그리고 할매들..

가득찬 버스는 뒤뚱뒤뚱 거리며 무서운 속도로 도로를 누볐다.

 

바로 앞에 자리가 하나 나서 할매가 있나없나 살펴보고, 냉큼 앉았다.

아~ 솨아... 한 이 기분. 참 오랜만에 느껴본다.

몇 년만인지.

아마 대학교 1학년 때 1시간 반씩 통학할 때 느껴보고는

처음인 것 같았다. 6년만인가..

불콰 10km 정도 밖에 안되는 내 짧은 버스 여행은 나름 출발이 좋은 것 같았다.

 

그 때, 한 고등학생이 내 옆에 서게 되었다.

생김새가 남달라 힐끗 쳐다는 봤지만 실례가 될까봐 그냥 내가 보던 책에 집중했다.

그 학생이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는데,

거기에 매달린 신발주머니가 나의 얼굴을 살짝 건드렸다.

신발주머니 냄새가 고약하다.

기분은 초큼 매우 초큼 나빴지만,

내가 사랑하는 학생애기들이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내 눈 앞에서 신발주머니가 왔다갔다 한다.

완전 헐.

 

지붕킥에 항의황이 있다면, 송현동에는 내가 있다.

눈을 들어 학생을 보니, 음...

약간의 묘한 기분. 정신지체 학생인 듯 했다.

그래서 마음을 또 누르고 있었다.

내가 신발주머니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정신지체 아동들은 경계가 심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근데 그 아이가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머리위에 축축한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이것은 침...?!?

 

엄청난 파편들이 내 머리와 목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밑에서 어쩔줄 몰라하며 오랜만에 침 세례를 받았다.

기분이 참 묘했다. 정말 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시지재활원과 상인동 나눔의 집에 자주 방문했다.

그러고 보니 그 때 이후로 아이들을 만나러 간 적이 별로 없었다.

재정적인 지원은 그 이후로도 계속 하고 있지만,

직접 찾아간 것은 10년이 넘어서 기억이 까마득하다.

 

시지재활원에서 화장실 벽에 똥칠한 것도 긁어내고,

사과를 먹다가 토해낸 것도 맨손으로 주워 담았었는데..ㅋㅋ

내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을 때 그 앞에 와서,

팬티를 수욱 내리던 아이들도 몇 명 생각이 난다.

정말 이 느낌은 오랜만이구나.. 더이상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 땐 내가 이런 아이들을 먹여살려야지 하는 생각이 참 많았는데,

어느덧 세월이 지나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떨어지는 침을 맞으면서 나는 그렇게 기분좋게 옛날을 회상했다.

다시한번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지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내게 다시한번 삶의 의미를 남기고 그 아이는 그렇게 등교를 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탔는데, 더 오랜만에 정신지체 아동과 함께 있었다.

대중교통의 이용이 이토록 의미가 있을줄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나보다.

내 머리 위로 맘껏 침을 튀기던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수많은 죽을상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혼자 히죽거리며 노래를 부르던 그 아이의 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