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뚫고 하이킥-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민물장어201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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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은 정말 오래간만에 한회도 빠지지 않고 챙겨본 '드라마'였다(장르는 시트콤이었지만 내가 왜 드라마라고 표현했는지는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다 알것이다). 그렇게 즐겨보던 드라마가 어제 끝이나 버렸다. 이에 내내 아쉬워하다가 그 맘을 좀 달래보려 몇자 끄적여 본다.

 

희극을 통해 현실의 비극을 표현했던 찰리 채플린처럼 김병욱 PD는 시트콤의 외피를 통해 현실의 비극을 표현해냈다. 한국사회에서 점점 고착화되어가는 계층간 계급의 문제가 그 핵심에 자리한다.

 

아버지가 사채를 잘못써서 도망다니다 남에 집에 얹혀사는 세경과 신애는 부유한 가정의 정음과 해리에 대비된다. 세경과 신애는 늘 위축되어 있으며 정음과 해리는 늘 발랄하다. 그러나 정음의 경우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고 집안이 어려워지자 세경처럼 위축된 모습으로 변화한다.

 

황정음 캐릭터는 두가지의 모습을 대변한다. 집이 부유한덕에 철없이 커서 된장녀가 되버린 그녀지만 서운대밖에 가지 못한 그녀에게 학벌은 늘 자신이 당당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여기서 학벌 계급문제가 등장한다. 서울대 그리고 받침하나 틀린 서운대를 대비시켜 그녀가 이 학벌계급사회에서 상당한 약자임을 희극의 방식을 빌려 지속적으로 표현해냈다.

 

 

사랑에 있어서도 그렇다. 이지훈 캐릭터는 우리사회가 전형적으로 엘리트라 부르는 사람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머리도 상당히 비상하며 외모도 준수하다. 무엇보다 그의 스펙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대학병원 의사다. 전형적인 엄친아 캐릭터인 그가 서운대생 황정음과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세경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애초에 용납되기 어려운 러브라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세경은 자신의 처지때문에 이지훈에게 당당히 좋아한단말 한번 하지못하고 정음은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고 자신도 취직을 하지 못하자 스스로 이지훈을 떠난다. 이 계급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다.

 

인나와 광수의 러브스토리도 그렇다. 같은 처지로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었지만 인나는 가수로 크게 성공하고 광수는 그 자리에 남겨진다. 인나가 성공하자 광수는 마음대로 그녀를 볼 수 없다. 인나가 일본으로 떠나며 6개월 뒤 보자는 말을 남기지만 둘 사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를일이다.

 

계급사회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세경은 신분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자신이 누구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또한 그녀는 이지훈을 정말 사랑하면서도 자신이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힘들어했다는 고백도 했다. 김병욱이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지속적으로 던졌던 이 현실의 비극에 대해 모두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냥 이 순간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신세경의 바램처럼 시간은 멈췄고 그들의 현실도 함께 멈춰버렸다.

 

사람들은 엔딩신에 대해서 허탈하고 허무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난 상당히 인상깊은 엔딩이라 생각한다. 결국 현실의 비극은 우리네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게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일까? 솔직히 전체적으로 보면 다소 급마무리한 감이 없진 않지만 그 동안 지붕뚫고 하이킥이 이야기한 계급 문제를 더욱 가슴절절히 전해준 최고의 엔딩이 아닌가 싶다. 결국 김병욱 PD는 계급사회의 비극적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표현해왔고 그 결말을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마무리지었다.

 

글을 마무리하다가 지붕뚫고 하이킥 어느 에피소드에 나왔던 찰리채플린의 명언이 생각난다.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가벼운 외피를 둘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보여준 지붕뚫고 하이킥은 나에겐 큰 여운이 남는 시트콤으로 남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