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대화신청을 자주 하면 집착하는 것만 같고........

하얀손201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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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대화신청을 자주 하면 집착하는 것만 같고, 그렇다고, 대화신청을 자주 하지 않으면 무관심해 보이는 것만 같고 .......


모처럼 친구와 광교산을 올라가서 가슴을 털어놓고 대화를 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나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을 대신하여, 나의 손과 발이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노예처럼 움직이는 것이라고....... 때로는, 작품의 소재를 얻기 위하여, 나는 걸인처럼 구걸도 해야 되고, 어린아이처럼 보채야 되는 것을 감수해야 된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사랑하기도 하고, 증오하기도 하고, 위로를 해주기도 하고, 상처를 주면서, 나는 변태처럼 여자들의 은밀한 내면을 훔쳐보고, 남자들의 온갖 추잡한 욕설과 싸움 그리고 음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소설을 포기하고 싶다고 외쳤다가, 금방, 나는 소설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라며 변덕스런 다짐을 거듭한다. 산 자를 위하여 죽은 자를 위하여. 어쩌면 나를 위하여? 너를 위하여?, 모두를 위하여? 오랜만에 만족스런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광교산의 현오사국사탑비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달려서 갔던 것처럼, 이정표를 잘못 보고 길을 잃기도 했고, 잘못된 이정표 때문에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되돌아서 가기도 했다. 찬바람과 먼지도 날렸다. 이정표가 사라졌다. 점점 두 사람은 지쳐서 다리는 무겁고 공연히 눈물도 났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걸어서 왔는데, 되돌아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가슴에 오기가 솟구쳤다. 끝까지 걸어서 가자!


찬바람이 부는 길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아줌마와 공사장의 벌판에서 추위와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노부부에게 길을 묻고 또 물어보면서, 기어이 우리들은 광교산 입구에 이르러서 다시 이정표를 찾았다. 목적지까지 600미터가 남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원 쪽으로 갔으면 아름답고 수려한 광교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찾아간 여기는, 상처투성이를 안고 있는 초라한 광교산의 모습이었다.


계곡의 양쪽에는 시멘트를 발라서 인공적인 수로를 만들어 물길을 터놓았고, 재개발을 하는지 주변에는 폐허가 된 을씨년스런 공장의 건물과 금방이라도 담장과 지붕이 무너질 것만 같은 낮은 집들 그리고 깨어진 유리창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로 있었다. 이런 곳에도 호화스런 별장들이 들어서고 있었고, 식당이 있고, 운동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먼지를 날리며 폭주하는 트럭들 때문에 입안에 텁텁하고 갈증이 났다.


하지만 막상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시원한 공기가 느껴졌다. 역시 산은 산이었다. 그런데, 이정표는 목적지까지 800미터를 가르치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 우리에게 장난을 하기 위해서 이정표를 바꿔놓은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는데, 불필요한 헛걸음을 많이 해서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인데. 계속 이 엉터리 이정표를 믿고 걸어야 되는지 조차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목적지에 가까이 왔음을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된다.


  마침내 우리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서봉사란 절은 흔적도 없고, 단촐한 비석 하나만 세워져 있었다. 명종 15년(1185)에 세워진 이 탑비는 현오국사(玄悟國師)의 행적을 후대에 알리고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책받침처럼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윗면의 양쪽은 비스듬히 잘라낸 화강암 덩어리에 불과했다. 눈을 까뒤집고 살펴봐도 비석에 조각된 글자들을 읽어낼 수도 없었다. 탁본이라도 있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산을 내려와 친구는 인천으로 향했고, 나는 서울로 향했다. 나는 지하철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혼자 생각했다. 오늘 내가 친구와 찾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코 단순한 화강암 덩어리에 불과한 비석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은 53세의 나이로 입적한 현오국사를 저 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던 죽은 왕의 슬픔과 친구의 우정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 좀 더 상세한 자료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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