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내려다 보다

정진향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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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내려다 보다

꿈, 희망, 사랑.

그 얼마나 가슴뛰는 이야기던가.

 

나는 언제까지 그

가슴뛰는 것들을 

쳐다만 보고 있어야하나.

 

손이 닿지 않는 작은 항아리에 담아

깊숙한 수납장안에 밀어넣어 놓고

그 언저리만 바라보고 섰다.

 

가슴이 뛰면 죽는 줄 아는지

설레임 자체가 그저 죄인냥

두려움 반 좌절감 반으로 처다본다.

 

현실과 타협하라는 말이

나는 그저 꿈, 희망, 사랑 그런것들을

까만 크레파스로 칠하라는 줄 알았다.

 

현실에 적응하라는 말이

나는 그저 꿈, 희망, 사랑 그런것들을

가차없이 포기하고 우습게 여기라는 줄 알았다.

 

혈실과 타협하는 것은

현실에 적응하라는 것은

그저 없애고 죽이라는 것이 아닌데.

 

나는 언제까지나 그렇게만 알고 있었더랬다.

그래서 이미 없어진 그런 것들을 찾아

공허해진 마음 한 구석을 휘휘 젓고만 있다.

 

속시끄럽다.

 

타다 남은 누룽지도 없는 빈 솥을 긁고 있는 마냥

너덜너덜해진 걸래를 푹푹 삶고 있는 마냥

내 마음은 그러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꿈꾸기 좋아하고

도전하기 좋아했다.

 

또 돌이켜보면 나는

포기하기 좋아하고

몸 사리기를 좋아했다.

 

이제 먼 훗날 돌이켜볼 나는

내가 만들어나갈 것을 아는데

새롭게 시작하기 앞서서 두렵다.

 

도화지는 더이상 하얗지만 않았던 것이다.

하얀 줄 알았던 도화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조금의 실수가 내 그림을 망쳐버릴 것 같아 두렵다.

 

그래도 시작해야지.

그래도 이대로는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오늘 꿈을 꾸려한다.

 

멍청하게 앉아

멍청하게 한 곳을 바라보다가

멍청하게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