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없어 괴로워하는 당신에게

회색분자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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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가치관이나 문화들은 사실 우리가 살고있는 특정 시대와 지역 범위에서만 통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나 인간의 평등, 인권의식은 한세기 전의 사람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그들에겐 오히려 왕정제, 신분제도가 당연한 가치였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제도적이고 정치적인 영역 뿐만아니라 사적이며 감정적인 영역 또한 마찬가지일텐데, 그 중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개념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연애라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없었으며(물론 사람의 감정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결혼또한 정략결혼이나 신분상에 따른 조합일 뿐이며 개인의 감정과 선호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다.


하지만 현대의 남녀의 사랑과 연애의 개념은 이 세상과 바꾸더라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며, 죽음을 무릅설 정도의 위대한 가치이며, 그 어떤 외적 환경과 조건에 의해서도 방해받지 말아야 할 종교와도 같은, 어쩌면 이름만 다를 뿐 종교와 다름없는 하나의 절대선이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잃어버린 인간성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싶다.
가족과 마을 공동체, 종교를 통해 충분히 사람사이의 정서적 유대관계와 안정감, 신뢰관계를 누릴수 있었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모든것이 해체되고 그로인한 인간사이의 기본적인 정이나 유대감도 희미해졌다. 결국 남은건 개인 뿐이며 신분제도도 없기에 비교적 순수한 남녀의 사랑을 통해서 못다 채운 모든 만족감과 사랑을 채우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현 시대에 미혼남녀의 사랑과 연애는 인생 필수항목이 되어 버렸는데, '필수'가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하면 안할때와 달라지는 것은, <정서적인 안정감과 애정, 함께 즐겁게 놀수있다는 보장, 스킨쉽> 이 세가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들은 나를 대단히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준다. 그런데, 이것들이 행복하게 해 주는것은 대부분 '기분'이다. 물론 긍정적인 기분과 생각이 생활의 모든면에 활력과 힘을 주는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행동없는 생각은 아무리 좋아도 무의미하듯이, 그저 기분이 좋다고 해서 내 인생에 실질적인 보장과 혜택과 결과로써 돌아오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연애가 지금의 당신 인생을 행복하게 해 주겠냐면 대부분 그렇다고 말하겠지만, 3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남을 그 무언가를 주겠냐면, 그때에 되돌아봐서도 당시만큼 만족해할 수 있겠냐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할까?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경험을 쌓았던 과거들은 후회없는 선택이었으며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확신에 차서 말할꺼면서...


내가 안해봐서 이런 소리를 하는게 아니다. '거품'이 많다는 거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진한 관계성으로 행복과 지옥을 겪으며 개인의 정신적 성장에 이보다 좋은것도 없지만, 그것 때문에 손해보고 놓치는 일상의 영역들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20대 초중반, 남자는 후반까지도 학생인 경우가 대다수며 아직 자기 삶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의무감도 없고 마음과 시간은 여유가 있고, 자기 인생에 대한 기준이 없는 편이라서 다른일 제쳐두고 내 기분을 좋게 하는 연애에 삶이 쏠리기가 참 쉽다. 행복한거야 당연히 좋지만 저울과 같이 연애에 무게가 쏠려 앞으로의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공부나 의무 등을 소홀히 하는것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남자들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신체나이가 젊어서 매력적인건 기본이지만, 어리다는 것은 삶의 경험이 적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남자인 내가 우월해 보이기 쉽다. 종합적으로 어린 여자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시각이 형성되기 전의 말랑말랑한 상태이기에 마음이든, 생활이든, 몸이든 내 맘대로 확 끌어당기기가 쉽다. 그래서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한명이건, 서로건 의존하는) 종국에 가서는 무너지기가 쉽고 오래 유지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렇게 감정 그 자체만으로 결합된 연애관계를 과대포장하여 이상화 하다보니(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결혼을 전제로 하여 모든 이성과의 관계를 판단하는 어른들의 연애를 못마땅해 하고 진정성이 부족한 관계라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별로 없는게, '해보니' 연애가 내 삶에서 차지해야 할 적절한 몫은 그리 크지 않을 뿐이어서 감정 그 자체만으론 최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을 뿐이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물론 결혼이란 목적이 있을때는 그 과정이 되는 연애가 중요하겠지만.. 아무리 마음이 행복해도 그것이 삶의 다른 필수 조건들까지 절로 채워주는건 절대 아니고 잘해봐야 채워나갈 힘까지만 줄 뿐이며, 관계가 꼬이는 날엔 오히려 일상의 의욕마저 완전히 상실하게 한다.


그리고 나이들수록 기준이 높아져 사람 만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이겠지만 한편으론 불필요한 loss가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나 자신에 대한 기준과 삶의 방식이 없을때야 이성의 초기 진입장벽이 낮아 시작은 쉽지만 사귀며 좌충우돌 loss가 많은데, 나이가 들수록 자기 삶에 대한 방식과 기준이 만들어져가니 그 선에 비슷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차피 만나봐야 아닐꺼 아니까 훅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자기자신을 잃어가며 유지하는 관계는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신이 진정 아쉬워 할 것은 지금 애인 없음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방향성이 없음과, 그로인해 외부 상황에 휩쓸려가지 않으며 사람을 분별할 만큼의 내적 확신이 없음이다.
당신이 연애를 하던 말던, 얼마나 감정적으로 열정적이던 말던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을 나답게 만들어 나가는 만큼 서로에게 합당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커 진다는것을 기억하고 먼저 자기 인생의 방향성과 세계관부터 정립해 보라.

당신이 지금 할 일은 그뿐이다.

 

 

p.s
연인 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나 가족,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먼저 서 있지 않은채 남에게 의존하는 관계는 모래성과 같이 넘어지기 쉽다.. 삶에서 중요한 결정이 온전히 나 자신에게서 비롯되지 않았을 경우, 아무리 외적인 결과가 문제없어 보여도 결코 스스로 만족할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