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채용하더니 두 달만에 해고해 버리네요.

살 수가 엄따2010.04.07
조회39,532

별로 좋은 일도 아닌데 톡이 되었네요. 몇 번 되보긴 했지만 안 좋은 일로 적을 때마다 되서 미니홈피 같은거 공개하기는 참 뭣하네요 ㅋㅋ (사실 요즘 싸이는 거의 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회사든 저든 100% 잘하고 잘못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회사 입장에서는 제가 필요없어져서 그랬을테고, 저도 제가 부족한걸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채용을 먼저 진행했다면 그만큼 어느정도라도 책임은 져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드네요. 아무리 그래도 대여섯달 정도가 지난 것도 아니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런 식으로 나가라고 하는것도 그렇고...

 

그만두던 날, 늦게 퇴근하던 같은 팀 차장과 마주쳤어요. 자랑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알게 될테니 아무에게도 얘길 하지 않아서 그만두기 전날 알았다고 하더군요.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더니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들어오지 얼마 되지 않은 경력자 분도 제 얘길 듣더니 무척이나 화를 내시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도 딴 일자리 알아봐야 겠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고용을 진행하는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하기 싫다고. 뭐 그래도 두 달동안 그 분들하고도 정이 좀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더군요. 어쩌겠습니까. 회사란 곳에서 만난게 죄라면 죄지...

 

꾸준히 새 직장을 알아보고 면접도 보러 다니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쓰라립니다. 대학졸업후 5년간의 사회생활동안, 남는건 사회와 회사에 대한 지독한 불신 뿐이네요. 저보다 물론 힘들게 오래 사회생활 하신 분들도 많지만, 임금체불로 노동부도 두 번이나 왔다갔다 해보고 폭언에 협박이 난무하는 회사생활만 하다보니 도대체가 사는게 사는게 아닙니다. 사회는 어차피 냉정한 곳이지만, 그래도 좀 이제는 인간답게 사회생활 좀 하고 싶네요.

 

쓰다보니 쓸데없는 말만 길어졌네요. 어쨌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또 일자리 알아보러...

 

 

 

임금체불로 인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다시 알아보던중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게 대략 1월 말에서 2월 초쯤 사이의 일이었어요.

 

회사를 그만둠과 동시에 구직사이트에 올려뒀던 이력서를 다시 수정했고, 인재등록이던가? 이력서를 공개하는 것에도 공개로 설정해뒀습니다. 그걸 보고 연락을 준거더군요. 전화 와갖고는 구직사이트 이력서 보고 연락 했다고, 이력서 좀 보내달랍니다. 보내줬습니다. 좀 있다가 다시 전화 오더군요. 내일 정도에 면접 보러 오라고.

 

그 전까지는 그런 회사가 있는지도 몰랐고, 임금체불로 인한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쨌든 그러나 그런걸 핑계삼을 겨를도 없었기에 일단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개발팀 이사라는 사람하고 면접을 봤습니다 (참고로 개발팀 쪽으로 지원했습니다). 제 이력서를 갖고 와서 펜으로 메모해가며 비교적 꼼꼼하고 차분하게 면접을 진행하더군요. 일단 그 점은 맘에 들었습니다. 이사는 그러면서 이력서에 기재된 제 스펙과 저의 면접 내용을 토대로 나름의 결론을 짓더군요. '경력이나 실력이 좀 부족하지만 만약 입사하게 된다면 많은걸 배울수는 있을 것입니다' 대충 이런 식으로요. 알았구마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 뒤던가 그 회사로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2월 4일부터 출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하고도 좀 멀었고, 연봉도 낮은 편이었지만 경력을 쌓는게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출근을 결정 짓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1년 이상은 버텨서 실무경력을 쌓아 연봉을 조금씩 높이자는 계산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다른 일을 하다가 개발로 전직한거거든요... 그래서 배로 힘들었지만 꾹 참고 다녔습니다.

 

다행히(?) 임금은 칼같이 나왔고, 회사 분위기에도 좀 적응이 될 무렵 대표라는 사람이 절 부르더군요. 프로젝트같은 걸 하나라도 맡아봐야 실력이 는다면서 일을 하나 던져줬습니다. 그게 입사한지 거의 한달째 되는 어느 금요일이었는데, 난생 처음보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해서 그 날도 밤 9시에 퇴근하고 다음날인 토요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전혀 모르는 프로그램을 갖고 일을 해야하니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 그 자체더군요. 물어볼 사람도 없고 인터넷과 책을 보며 씨름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일의 윤곽은 대략 잡아놓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렇지만 대표의 맘에는 들지 않았는지, 따로 부르더니 실망했다면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그 뒤로 요령이 생겨서 잘 했다는 소리도 듣고 욕도 먹고 하면서 어찌저찌 끝마쳤습니다.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였고,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고, 이걸 하면서 제법 배웠다고 자평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으니 더 노력해야 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던중 지난주 월요일, 출근하고 이사가 준 일을 하고 있는데 고용계약을 담당하던 실장이 절 부르더군요. 그러고선 'XX씨가 실력이나 경력이 부족해 따로 봐줄 사람이 필요하긴 하지만 다들 너무 바쁘고 회사 사정도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위에서 내려온 결정이고, 미안한 말이지만 그만 둬줬음 좋겠다'는 통보를 하더군요.

좀 황당하긴 했지만 언제까지냐고 물어보니 그럽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랍니다. 헐...

 

나중에 회식자리에서 대표를 통해 건너들은 얘기지만, 2월 초에 절 뽑은 것도 면접 진행을 했던 개발팀 이사랍니다. 자기가 절 키워 보겠다면서. 이미 이력서와 면접을 통해 스펙과 실력의 부족함을 3분의 2 정도는 알고 있었겠죠. 물론 면접때 거짓말같은건 절대 안 했습니다. 면접 당시에도 '저는 이러이러하게 스킬이 부족합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었어요. 그런데도 뽑힌 것이었거든요.

 

결정적인건, 제가 먼저 지원한 것도 아니었고 그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제 이력서를 보고 면접 보고 채용한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채용되고 해고 통보 받을 때까지 소요된 기간은 불과 두 달도 안 됩니다. 그동안 일을 안 하거나 특별히 그르친게 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차장이나 이사가 주는 일을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야근수당같은거 없어도 밤 9시 10시까지 남아서 하곤 했습니다. 노력 끝에 실제로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구요. 물론 중간의 프로젝트건은 처음부터 잘 하진 못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준 것도 없습니다. 욕도 먹었지만 나중에 잘 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구요.

 

어쨌든 해고통보를 받고나니 정이 다 떨어져서 참다가 그냥 오늘부로 퇴사했습니다. 어차피 자의로 들어온 회사도 아닌데다 급여수준이나 출퇴근거리, 일의 내용등을 종합해볼때 더 나은 직장을 찾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많이 아쉽고 황당하고.... 뭐 그렇네요. 자기들이 먼저 연락 와서 면접 보고 채용하고는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바로 짜른다... 그것도 최소한 한 달 전에 얘기해줘야 하는건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대표를 비롯한 윗사람들 눈에는 맘에 안 들어 보여서 짜른 것이라 해도, 그렇다고 두 달 남짓해서 해고하는 회사의 태도는 끝까지 씁쓸합니다. 해고예고수당이라도 받으려 하니 근무 6개월 이상은 되어야 받을수 있으니 전 경제적으로도 좀 막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