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이었던가. 추리소설을 읽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가슴이 아프기까지 했던것이.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는 정말 말 그대로 가슴이 먹먹해 졌다. 책장 뒷편에 한 블로거가 한줄 평을 해놓았던 것이 절절히 와닿았다. 절묘한 여섯단어. "이건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다."
그야말로 거룩하고 서글픈 위대한 사랑이었다.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삶의 낙이라고는 수학난제를 풀어나가는 것 뿐이었던 무료했던 일상, 사실은 대학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평범한 고교 수학교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제약, 매일 지나다니는 둑방길에서 마주치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이 죽어 없어져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것 같다는 지독한 회의감에 빠져있었을지 모른다. 자살을 하려던 찰나, 새로 이사 왔다며 초인종을 눌렀던 야스코가 없었다면, 정직하고 소박한 성품을 가득 담은 동그란 야스코의 눈동자와 그녀의 딸의 호기심 어린 눈이 아니었다면, 이시가미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운명을 거는 철저하고 처절한 희생을 눈 깜짝 하지 않고 계획했으리라.
이시가미가 생을 마감하려던 찰나 그를 구한것은 이 두 모녀의 눈 망울이었다.
절망의 끝에서 자신이 살아갈 의미를 부여해준 여인을 위해 이시가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녀가 일하는 도시락 가게에서 점심을 사먹은 일 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고, 회백색 일상의 무미건조함에서 뛰는 가슴을 선사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며 언제나 한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내 괴롭히고 마는 망나니 남편, 그 남편에게서 딸을 구해내기 위한 필사적이면서 우발적인 살인, 아무런 도움의 끈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 처럼 나타난 이시가미의 도움을 거절하기에 야스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박했다. 이시가미는 살인을 저지른 야스코 모녀가 오히려 용의자 선상에서 서서히 제외되도록 치밀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흔들릴 지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위해서 2차 살인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포커페이스를 가진, 천재적인 수학자 지망생은, 삶의 의미를 잃은 패배자 수학교사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여인의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이시가미와 구사나기 형사의 두뇌싸움이었다면, 승리의 여신은 단연 이시가미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누구나 간과해버리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맹점을 노리는게 이시가미의 주특기니까.
이시가미의 대학 동기이자,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구사나기 형사와 친구관계로 등장하면서 결국 스토리는 이시가미와 구사나기의 대결 아닌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추리가 거듭 될 수록 유가와는 인간 이시가미가 가진 희생적 사랑의 면모, 수학자 이시가미가 가진 천재성의 안타까움으로 범죄자 보다 더 큰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시가미가 자신의 사랑만큼의 철옹성으로 쌓아놓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모두 파헤쳐버렸을때 유가와가 느꼈을 상실감과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결국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책을 읽고있는 독자 조차도 안타까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자신을 스토커로 포장하면서 까지 야스코를 보호하며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던 이시가미의 희생
살인을 저지르고도 시나브로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미안해 하던 야스코가 이시가미의 본심을 알고난 후의 죄책감과 사무치는 가슴
친구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자신의 추리가 사실이 아니길 바랬던, 그래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유가와의 빌어먹을 천재적인 두뇌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맹점을 통찰하지 못하고 유가와의 천재적 추리에서 나올 콩고물을 기다려야만 하는 구사나기의 무능
결국 모두가 아프다.
두꺼운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전개가 독자를 앞지르지 않으며 독자를 기만하지도 않고, 캐릭터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살린 수작임에 틀림 없다.
나는 지독히 이기적이기에, 내가 야스코였다면 자수를 하지 않고 이시가미에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구도의 다이아반지를 받아버리고 여자로서의 행복한 욕망을 꿈꿨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야스코가 경찰서로 자수하러 뛰어가지 않기만을 바랐는 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랬다면 이시가미의 한맺히는 절규를 듣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한사람은 가슴에 피멍을 안은 채로 조금은 행복해 질 수도 있었을 텐데.
이시가미의 절규는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 처럼 처절하게 내 귓가에 울려퍼졌고, 용의자 X는 헌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모두가 고통에 몸부림치게 됐다.
그렇다. "이 책은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다." 라는 여섯단어를 나는 결코 부정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히가시노 게이고-용의자 x의 헌신
얼마만이었던가. 추리소설을 읽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가슴이 아프기까지 했던것이.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는 정말 말 그대로 가슴이 먹먹해 졌다. 책장 뒷편에 한 블로거가 한줄 평을 해놓았던 것이 절절히 와닿았다. 절묘한 여섯단어. "이건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다."
그야말로 거룩하고 서글픈 위대한 사랑이었다.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삶의 낙이라고는 수학난제를 풀어나가는 것 뿐이었던 무료했던 일상, 사실은 대학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평범한 고교 수학교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제약, 매일 지나다니는 둑방길에서 마주치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이 죽어 없어져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것 같다는 지독한 회의감에 빠져있었을지 모른다. 자살을 하려던 찰나, 새로 이사 왔다며 초인종을 눌렀던 야스코가 없었다면, 정직하고 소박한 성품을 가득 담은 동그란 야스코의 눈동자와 그녀의 딸의 호기심 어린 눈이 아니었다면, 이시가미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운명을 거는 철저하고 처절한 희생을 눈 깜짝 하지 않고 계획했으리라.
이시가미가 생을 마감하려던 찰나 그를 구한것은 이 두 모녀의 눈 망울이었다.
절망의 끝에서 자신이 살아갈 의미를 부여해준 여인을 위해 이시가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녀가 일하는 도시락 가게에서 점심을 사먹은 일 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고, 회백색 일상의 무미건조함에서 뛰는 가슴을 선사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며 언제나 한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내 괴롭히고 마는 망나니 남편, 그 남편에게서 딸을 구해내기 위한 필사적이면서 우발적인 살인, 아무런 도움의 끈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 처럼 나타난 이시가미의 도움을 거절하기에 야스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박했다. 이시가미는 살인을 저지른 야스코 모녀가 오히려 용의자 선상에서 서서히 제외되도록 치밀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흔들릴 지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위해서 2차 살인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포커페이스를 가진, 천재적인 수학자 지망생은, 삶의 의미를 잃은 패배자 수학교사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여인의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이시가미와 구사나기 형사의 두뇌싸움이었다면, 승리의 여신은 단연 이시가미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누구나 간과해버리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맹점을 노리는게 이시가미의 주특기니까.
이시가미의 대학 동기이자,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구사나기 형사와 친구관계로 등장하면서 결국 스토리는 이시가미와 구사나기의 대결 아닌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추리가 거듭 될 수록 유가와는 인간 이시가미가 가진 희생적 사랑의 면모, 수학자 이시가미가 가진 천재성의 안타까움으로 범죄자 보다 더 큰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시가미가 자신의 사랑만큼의 철옹성으로 쌓아놓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모두 파헤쳐버렸을때 유가와가 느꼈을 상실감과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결국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책을 읽고있는 독자 조차도 안타까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자신을 스토커로 포장하면서 까지 야스코를 보호하며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던 이시가미의 희생
살인을 저지르고도 시나브로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미안해 하던 야스코가 이시가미의 본심을 알고난 후의 죄책감과 사무치는 가슴
친구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자신의 추리가 사실이 아니길 바랬던, 그래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유가와의 빌어먹을 천재적인 두뇌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맹점을 통찰하지 못하고 유가와의 천재적 추리에서 나올 콩고물을 기다려야만 하는 구사나기의 무능
결국 모두가 아프다.
두꺼운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전개가 독자를 앞지르지 않으며 독자를 기만하지도 않고, 캐릭터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살린 수작임에 틀림 없다.
나는 지독히 이기적이기에, 내가 야스코였다면 자수를 하지 않고 이시가미에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구도의 다이아반지를 받아버리고 여자로서의 행복한 욕망을 꿈꿨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야스코가 경찰서로 자수하러 뛰어가지 않기만을 바랐는 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랬다면 이시가미의 한맺히는 절규를 듣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한사람은 가슴에 피멍을 안은 채로 조금은 행복해 질 수도 있었을 텐데.
이시가미의 절규는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 처럼 처절하게 내 귓가에 울려퍼졌고, 용의자 X는 헌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모두가 고통에 몸부림치게 됐다.
그렇다. "이 책은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다." 라는 여섯단어를 나는 결코 부정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