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사랑더하기 (18)

. 20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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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문 고등학교 미술실

3학년 학생들의 서명운동과 동료교사들의 서명운동을 교육청에 제출하여 지수의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지수에게는 정말 큰 사건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모든 것이 소중하기만 하다.

“ 오늘까지 디자인 완성하고 집에 갈 생각하자~ ”

“ 아휴. 선생님. 그럼 우린 언제 집에 가고 언제 자나요.. ”

“ 그 대신 선생님이 떡볶이 쏜다. ”

“ 아싸~~ 제가 사올게요~~ ”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지낸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수가 그런 향수에 젖어 있을 때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발신번호를 확인하고 미소 짓는 지수. 전화 받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다.

“ 민준씨. 이제 애들이랑 저녁 먹을라구요.”

“ 저녁은 뭐 먹을 생각이야? ”

“ 떡볶이. 당첨이에요. ”

“ 아직 저녁 전인거지? ”

“ 네.. 민준씨도 얼른 먹어야죠. ”

“ 같이 먹을까? ”

“ 엥? 난 아직 학교라구요. 나중에 같이 먹어요. ”

“ 어?어? 안되는데~ 나 이제 거의 다 왔는데. ”

“ 이상하다. 목소리가 가깝게 들려요. 어? 민준씨. ? ”

“ 식사 배달 왔습니다. ”

“ 와우~~ 선생님 애인인가봐! 안녕하세요. 잘생기셨다. ”

“ 이야. 초밥이야. 오늘 횡제했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다같이 모여 저녁을 먹고 학교 교문을 나오는 민준과 지수. 걸어가던 민준이 지수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따뜻한 손이 지수의 손을 감싸고 보드라운 지수의 피부의 감촉을 느끼며 두 사람은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걷는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것을 굳이 해주지 않아도 어떤 말을 해주지 않아도 그냥 이대로 이순간이 행복하고 감미롭게 느껴진다.

#민준의 사무실 & 민준의 집

창밖은 이미 어두워지고 사무실 안에는 민준의 사무실 책상 스탠드만이 불을 밝히고 있다. 드림 백화점 건축 공사 문제로 회의 자료를 검토하던 민준은 한참을 자료와 컴퓨터를 번갈아가며 일에 열중하다가 뒷목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어 기지개를 편다. 무심코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두통과 눈의 피로가 최고조에 달아 있을 만큼 요 며칠 새 정신없이 달려온 탓 일까. 온 몸의 힘이 빠지고 집중하기 어려워지자 이내 컴퓨터 전원을 끄고 겉옷을 챙겨 사무실 밖으로 나온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단축번호 1번을 누르려는 순간 12시를 한참 넘긴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주머니 속으로 넣는다. 이 시간이면 곤히 잠을 자고 있을 지수가 생각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으나 참기로 한다. 주자장으로 간 민준이 피곤한 기색으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이내 집으로 출발한다. 오늘은 지수와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목소리조차 듣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습관이 되어 그런 것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착한 곳은 지수의 집 앞이었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단축 번호 1번을 누르려다 다시 내려놓는다. 시간을 확인하니 1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 지수야. 잘자. ’

마음속으로 외친다. 혹시나 지수가 자신의 마음속의 말을 듣기를 바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시동을 걸고 집으로 방향을 돌린다. 집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시를 넘기고 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무거운 몸을 실어 9층에 도착해 현관 쪽으로 걸어가는데 집 앞에 어떤 여자가 벽에 기대어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의아한 눈빛으로 천천히 다가가 자세히 보니 선미였다. 순간적으로 당황스럽고 화도 났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선미를 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 장 이사님...정신 좀 차려 보십시오. 장선미 이사님.. 이사님. ”

민준이 두 손으로 어깨를 잡고 작게 흔들자 술에 만취한 선미가 눈을 살며시 뜬다.

“ 어..? 누구더라..? ”

“ 접니다. 차민준.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십니까? ”

“ 아.. 맞다. 차민준. 맞아 여기서 보네요? ”

“ 당연하잖습니까. 여긴 저희집이니까요. ”

“ 아... 그랬지 참. 내가 차민준 본부장 집에 왔었지.. 하..하.. 근데.. 하. 왜 이렇게 늦어요? 한 참 기다렸잖아요. ”

“ 여기서 왜 날 기다.. ”

민준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선미가 균형을 잃고 민준의 품안으로 쓰러진다. 반사적으로 선미를 부축하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깨어보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자신의 침실에 선미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온 민준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저 여자가 이해할 수 없다. 쇼파에 앉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쇼파에 누워 잠을 청한다.

#민준의 집

베란다 창밖으로 햇살이 환하게 방을 비추고 눈부신 햇살 덕분에 선미가 잠에서 깬다. 눈을 뜨고 이리 저리 살피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낮선 침실에서 낯선 향기가 나는 이곳에서 선미는 어젯밤을 보낸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며 두통이 찾아와 손으로 머리를 잡은 채 어젯밤에 대해 생각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 어제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고 자신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건방진 차민준의 집이었다. 술김에 화도 나고 무슨 말이라도 내뱉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간 것인데 큰마음 먹고 간 그 곳에는 차민준이라는 남자는 없었다. 집 주인 없는 집 현관문 앞에서 민준을 생각하며 기다린 시간만 3시간이다. 예전 같으면 직설적인 선미 성격에 바로 전화를 했었을테지만 그 동안 민준의 태도에 겁도 나고 괘심한 생각도 나고 무엇보다 무참히 짓밟힌 자존심이 먼저 전화를 건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핸드폰을 들었다가 다시 가방 속으로 넣었었다. 그리고는 민준을 기다린다는 것이 술에 취해 집 앞에서 잠이 들었었는데.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자신을 깨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이 싫지 않았다. 아마도 그 목소리는 차민준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갖고 싶던 남자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 남자와 더 친밀하고도 즐거운 밤을 보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의 그 남자 태도로 봐선 절대 그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걸 선미는 안다. 정신을 차리고 거실을 나온 선미는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집 안 곳곳에서 풍기는 그 남자의 향기를 만끽하며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무언가 선미의 시선을 끄는 물건이 보인다. 탁자위에 놓여있는 액자다. 가까이 가서 확인 해 보니 민준과 다른 여자. 즉 김지수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액자에 걸려 놓여 있다. 그 사진을 보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자신도 모르게 액자를 들어 바닥에 내팽겨 친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액자의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고 사진이 엉망이 된다. 무언가 속이 좀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민준의 집을 나온다.

#지수의 집 & 민준의 집

요즘 들어 공사일이 바빠 얼굴 볼 틈도 없고 주말이라고 쉴 수도 없는 민준을 생각하면 섭섭한 마음도 들지만 건강을 해치지는 앉는지 염려가 되던 지수는 주말부터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직장 다니느라 끼니를 챙겨 먹기는 힘들겠지만 혹시나 집에서 챙겨 먹어야 할 때를 대비해 밑반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민준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능숙하지 않는 솜씨로 칼질하다 베이고 조리하다 데이며 우여곡절 속에 음식을 만든다. 서툴고 어려운 일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행복한 지수. 그릇에 담아 포장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 지수는 택시를 잡는다.

“ 아저씨. 도곡동이요. ”

민준의 오피스텔에 도착한 지수는 두 손에 음식을 들고 민준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

“ 오늘은 내가 민준씨 우렁 각시가 되는 거야. 아자 아자 파이팅~!!”

깔끔한 성격에 민준이라는 것을 알려 주듯 여느 남자의 집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은 실망한 기색인 지수는 음식을 들고 주방으로 가 냉장고 안에 반찬을 하나씩 넣기 시작한다. 반찬 겉에는 포스트 잇을 붙여 작은 편지를 작성하여 정성을 들인다. 냉장고 정리가 끝나고 청소하려는 마음으로 민준의 침실 안으로 들어가려 문을 여는 순간 지수의 발을 파고 들어오는 아픔을 느낀다.

“ 아!!!!”

유리조각에 발이 베인 것이다. 너무 놀라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지만 사방에 깔려 있는 유리조각의 흔적들과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액자를 바라보고 마음 아픈 지수. 다친 발은 임시방편으로 휴지로 감싸고 방안에 널 부러져 있는 유리조각부터 꼼꼼하게 청소하기 시작한다.

“ 어쩌다 이렇게까지 깨져 버린 거지? 민준씨가 모르고 들어오다 많이 다칠 수도 있는데...휴.. 속상하다. 액자가.. ”

깨진 액자 청소가 다 끝나고 비상약으로 다친 발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는다. 침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지수는 처음 맡는 향수 냄새를 감지한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항상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민준의 침대 커버가 흐트러져 있는 것을 그제 서야 발견한다. 뭔가 이상하지만 오늘은 정신없이 출근하느라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 바빴나 보네. 그럼 내가 정리 하면 되지.. 우렁 각시 어..? 이게 뭐지? ”

커버를 정리하다 여자 귀걸이를 발견한다.

“ 귀걸이잖아? 이게 왜 여기있는거지? 이건. 내 것이 아닌데. 음.. ”

아주 순간적으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양쪽을 흔든다.

“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하 ”

침대 위에서 주은 귀걸이는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넣고 커버 정리를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