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수업은 일찍 홍대로 나온 나에게 감격하느라 “아웃 오브 안중”이었지만 선생님은 굿 티처로 느껴졌다. 일단 내가 바보같이 웃고 친한척해도 일관되게 씹어주시는 부분이 참 선생님답고 신뢰가 갔다.
나의 책임감이 낳은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90간의 열매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이 시간에 문을 연 모든 패스트푸드점과 빵집과 커피숍과 김밥집과 편의점은 모두 축복받을지어다. 이곳저곳 “나 일찍 홍대 나온 여자야!”하며 미소를 뿌렸다.
오랜만에 누려보는 뉴요커의 아침을 어디서 경험할까 둘러보다가 역시 사람을 있어보이게 하는 데는 별다방, 스타벅스만 한 곳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냉큼 들어갔다. 오픈 2초전인지 첫손님에 대한 환대같은 것은 없었다.
나만 당당하면 되지, 뭐. 평소에 그림판 보면서 늘 먹어보리라 결심했던 베이글 모닝세트를 주문해서 쇼파에 앉아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아침의 풍요로움을 누려보리라.
“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베이글 세트 주세요”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네, 어떤 베이글로 드릴까요?”
띠.............망했다.
다시 럭셔리 부지런녀에서 초우유부단, 쪼잔, 궁상토비가 배어나왔다.
우선은 늘 평소에도 봤던 베이글 그림판이 세 종류라는 것을 한참 분석했다.
그리고 급기야 연거푸 중얼거렸다.
“얼마예요?”
“롯데상품권돼요?”
“문화상품권은요?”
“제휴할인카드는 뭐 있어요?”
“모닝 세트는 음료 할인은 안되나요?”
영어공부를 하다 와서 그런가 치아교정때문인가 발음도 어눌해서 아마 상대방이 날 장애가 좀 있는 걸로 볼 것 같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문득 갑자기 돈도 아깝고 주문에서 분위기도 망쳐서 당당하게 돌아서고도 싶었지만, 남의 개시를 망칠 수는 없다는 배려심으로 “그냥 베이글하고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 신세계상품권은 되죠?” 했다.
이제 다 통과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한 번 더 시험에 들게 했다.
“크림치즈 하시겠습니까?”
맨 빵을 먹기는 싫었다. 그러나 또 추가금액, 그리고 괜찮으시겠냐는 질문,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는 시선과 정적.
네, 주세요. 무슨 맛도 물었다. 그래 한번 싸워보자.
결정을 힘들어하는 내가 미웠다.
이래저래 비싸게 베이글과 크림치즈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느라 기력을 소진하고 어서 이곳을 떠야겠다는 마음에 테이크아웃을 했다. 이 와중에 비도 살짝 내렸다. 애써 태연한 척, 뉴요커의 표정을 지으며 신호등을 건너다가 순간 충동이 일었다.
커피향이 무척 좋구나. 비가 살짝 내리는 이 순간 신호등을 건너며 커피향을 깊이 음미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 충동이었다. 뚜껑 열다가 활기찬 발걸음과 함께 손등에 냉큼 휙 쏟았다. 테이크 아웃할 때 뚜껑을 꼭 덮어주는 이유를 망각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새도 없이 손등은 뜨겁고 소매는 차가웠다.
“그래, 회사를 가자. 회사! 내가 9시 전에는 도달한 적이 없는 회사로!” 허겁지겁 폼 안나는 엉거주춤으로 회사 건물에 도달했다. 양손이 모자라서 엉거주춤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7시 반과 8시 사이면 제일 먼저 출근하시는 과장님이 계신다. 나의 때이른 등장에 지나치게 놀라고 계신 과장님을 안심시키면서 나의 자리에 앉았다.
징크스상 나의 학원등록을 알리는 것은 금지다.
마음을 정돈하고, 오직 남은 희망인 베이글을 바라본다. 베이글 반쪽에 치즈를 듬뿍 발라서 과장님께 상냥하게 드리고, 남은 반쪽엔 남은 치즈를 박박 발랐다. 이 비싼 크림치즈, 균등하게 잘 바르자.
8시 반쯤 되니까 부지런한 남자 직원이 들어온다. 누가 들어오든 미리 착석하여 있는 나를 보며 지나치게 놀라고 있다. 난 아무렇지 않게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까닥이며 안심시키는 순간 베이글이 손에서 탈출하며 낙하했다. 물론 치즈바른 쪽으로 도배지에 풀 바른 것처럼 딱 붙었다. 이루 설명하기 힘든 아침이다.
내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다시는 스타벅스에 가지 않겠다고. 그 순간 누군가에게 선물이 날아왔다. 스타벅스 카라멜 마키아또 기프티콘!
다시 찾아온 행복한 아침
다시 찾아온 행복한 아침
미치도록 뿌듯하다.
새로운 달이 되어서 어제 또 카드를 유익한 곳에 긁었다.
홍대 앞 영어학원 아침 6시 40분 회화반!
등록해주던 직원이 그랬다.
“수강하신 분이 아무도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놀라서 당장 취소하려고 했지만 나의 지각 및 결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나 때문에 새벽잠 깨며 나오신 타국의 선생님을 빈 강의실에 혼자 둘 순 없는 법!
효과가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1분도 지각 안하고 수업을 완벽하게 수강했다.
“보라고! 나도 할 수 있어! 나 이런 사람이야!”
물론 수업은 일찍 홍대로 나온 나에게 감격하느라 “아웃 오브 안중”이었지만 선생님은 굿 티처로 느껴졌다. 일단 내가 바보같이 웃고 친한척해도 일관되게 씹어주시는 부분이 참 선생님답고 신뢰가 갔다.
나의 책임감이 낳은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90간의 열매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이 시간에 문을 연 모든 패스트푸드점과 빵집과 커피숍과 김밥집과 편의점은 모두 축복받을지어다. 이곳저곳 “나 일찍 홍대 나온 여자야!”하며 미소를 뿌렸다.
오랜만에 누려보는 뉴요커의 아침을 어디서 경험할까 둘러보다가 역시 사람을 있어보이게 하는 데는 별다방, 스타벅스만 한 곳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냉큼 들어갔다. 오픈 2초전인지 첫손님에 대한 환대같은 것은 없었다.
나만 당당하면 되지, 뭐. 평소에 그림판 보면서 늘 먹어보리라 결심했던 베이글 모닝세트를 주문해서 쇼파에 앉아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아침의 풍요로움을 누려보리라.
“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베이글 세트 주세요”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네, 어떤 베이글로 드릴까요?”
띠.............망했다.
다시 럭셔리 부지런녀에서 초우유부단, 쪼잔, 궁상토비가 배어나왔다.
우선은 늘 평소에도 봤던 베이글 그림판이 세 종류라는 것을 한참 분석했다.
그리고 급기야 연거푸 중얼거렸다.
“얼마예요?”
“롯데상품권돼요?”
“문화상품권은요?”
“제휴할인카드는 뭐 있어요?”
“모닝 세트는 음료 할인은 안되나요?”
영어공부를 하다 와서 그런가 치아교정때문인가 발음도 어눌해서 아마 상대방이 날 장애가 좀 있는 걸로 볼 것 같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문득 갑자기 돈도 아깝고 주문에서 분위기도 망쳐서 당당하게 돌아서고도 싶었지만, 남의 개시를 망칠 수는 없다는 배려심으로 “그냥 베이글하고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 신세계상품권은 되죠?” 했다.
이제 다 통과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한 번 더 시험에 들게 했다.
“크림치즈 하시겠습니까?”
맨 빵을 먹기는 싫었다. 그러나 또 추가금액, 그리고 괜찮으시겠냐는 질문,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는 시선과 정적.
네, 주세요. 무슨 맛도 물었다. 그래 한번 싸워보자.
결정을 힘들어하는 내가 미웠다.
이래저래 비싸게 베이글과 크림치즈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느라 기력을 소진하고 어서 이곳을 떠야겠다는 마음에 테이크아웃을 했다. 이 와중에 비도 살짝 내렸다. 애써 태연한 척, 뉴요커의 표정을 지으며 신호등을 건너다가 순간 충동이 일었다.
커피향이 무척 좋구나. 비가 살짝 내리는 이 순간 신호등을 건너며 커피향을 깊이 음미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 충동이었다. 뚜껑 열다가 활기찬 발걸음과 함께 손등에 냉큼 휙 쏟았다. 테이크 아웃할 때 뚜껑을 꼭 덮어주는 이유를 망각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새도 없이 손등은 뜨겁고 소매는 차가웠다.
“그래, 회사를 가자. 회사! 내가 9시 전에는 도달한 적이 없는 회사로!” 허겁지겁 폼 안나는 엉거주춤으로 회사 건물에 도달했다. 양손이 모자라서 엉거주춤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7시 반과 8시 사이면 제일 먼저 출근하시는 과장님이 계신다. 나의 때이른 등장에 지나치게 놀라고 계신 과장님을 안심시키면서 나의 자리에 앉았다.
징크스상 나의 학원등록을 알리는 것은 금지다.
마음을 정돈하고, 오직 남은 희망인 베이글을 바라본다. 베이글 반쪽에 치즈를 듬뿍 발라서 과장님께 상냥하게 드리고, 남은 반쪽엔 남은 치즈를 박박 발랐다. 이 비싼 크림치즈, 균등하게 잘 바르자.
8시 반쯤 되니까 부지런한 남자 직원이 들어온다. 누가 들어오든 미리 착석하여 있는 나를 보며 지나치게 놀라고 있다. 난 아무렇지 않게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까닥이며 안심시키는 순간 베이글이 손에서 탈출하며 낙하했다. 물론 치즈바른 쪽으로 도배지에 풀 바른 것처럼 딱 붙었다. 이루 설명하기 힘든 아침이다.
내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다시는 스타벅스에 가지 않겠다고. 그 순간 누군가에게 선물이 날아왔다. 스타벅스 카라멜 마키아또 기프티콘!
- 정규가 있던 3월의 어느 행복했던 아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