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쯤으로 기억된다. 마포대교 건너는 중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절절해서 나도 모르는 새에 눈가가 촉촉히 젖어왔다. 김목경씨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였다. "다시 부르기 2집"에 이 노래를 담기로 했다. 녹음에 들어가서, 가사 중간의 "막내아들 대학시험"이라는 대목에 이르기만 하면 이상하게 목이 메어와 녹음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술먹고 노래를 불렀다. 녹음 중에 술을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이 노래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음주 녹음이라고나 할까? 음주녹음에 대한 단속은 없어서 다행이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늦은밤택시안에서들려오는노래한곡이
그렇지않아도눈물이많은나를
울렸습니다
나이를한살한살먹을수록
사소한것에기뻐하고슬퍼하고때론행복해합니다
그래서나는점점울보가되어가는지도모르겠습니다
어느 60대의 노부부의 이야기
한적한 시골의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허름한 초가집.
늦은 시간이지만 집안에서는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집 앞에는 작지만 정성스럽게 손질된 나무들과
꽃들이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방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한분이 나란히 누워있다.
할아버지는 옛일을 회상하듯 먼곳을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할머니는 이미 잠에 빠져든듯 눈을 감고 있다.
ll할아버지 ; 허허..그때 기억나오?
내가 할멈과 결혼하고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할때..
넥타이를 못매서 허둥지둥 하고 있을때..
그 고왔던 손으로 정성스레 넥타이를 매줬었는데..
어렴풋이 생각 나는구려.. 그때가 참 좋았지...
ll할머니 ; .....
할아버지는 말을 하고 난 후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다시 말한다.
ll 할아버지 ; 허허...새삼스럽게 그때일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첫째가 대학교 졸업할때.. 둘째가 교통사고가 났었지..
그때 할멈 우는게 얼마나 서럽던지..
누가 보면 아들 세 명 있는거 다 죽었는줄 알았을거야..
허허... 그렇지?
ll 할머니 ; .....
ll 할아버지 ; 아..그때 기억나오?
막내가 대학 들어간다고 시험 준비할때..
당신이 시험 100일전부터 100일 기도한다구,
그래서 나한테 많이 혼났잖소...허허..
시험치는날.. 당신 잠도 못자고 다음날 눈 밑이 거뭇거뭇해져서
막내 바래다 주지도 못했다고 얼마나 힘들어했던지...
막내가 그래서 대학에 붙은게지... 당신 고생 때문에...
ll할머니 ; .....
ll 할아버지 ; 허허...그때가 방금 전처럼 생각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려..
ll할머니 ; .....
할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생각난듯 다시 말을 잇는다.
ll 할아버지 ; 그때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큰딸.. 결혼식날 당신 안운다고 그러더니...
결국 눈물 몇방울 흘리는거 봤지..
당신 그때 이후로 우는걸 본적이 없는데..
그때 이후로는 눈물이 모두 말라버렸나...허허...
ll 할머니 ; .....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계속 미소가 걸려있다.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되살리면서 점점 현재까지 오고 있는지
입에는 미소가 보이지만 눈가에는 조금씩 눈물이 맺히고 있다.
ll 할아버지 ; 작년부터 당신 친구들하고 내 친구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났잖소..
그때부터인가..
당신 머리에도 점점 흰머리가 늘어나는것 같았는데..
친구들 장례식 갈때마다 당신이 점점 내손을 꽉 쥐었다는거 알아요?
허허...
ll 할머니 ; .....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점점 이슬이 맺히듯 눈물이 많이 고여간다.
ll 할아버지 ; 이제 내가 당신의 손을 꽉 쥘 차례구려..
지금까지의 인생길..혼자가 아니어서 참 행복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한마디 대꾸도 없구려..
ll 할머니 ; ....
ll 할아버지;우리가 함께 걸어온 인생길..
떠나가기 전에 꼭 간직하고 떠나줬으면 좋겠구만..
임자.. 잘가시오..
안녕히 잘 가시오..
아무런 말 없던 할머니의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작은 미소가 그려지며
할머니의 몸이 잠시 반짝 빛나는 듯 싶더니,
다시 미소가 사라지고 잠든듯 편안한 표정만 남는다.
ll 할아버지 ; 고맙구려..정말 고마워...
내 금방 따라 갈테니 잊지말고 기다려주구려...
할아버지의 왼쪽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한줄기 또르륵 굴러 떨어진다.
아래의 글은 고 김광석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게 된 사연이랍니다.
"1989년쯤으로 기억된다.
마포대교 건너는 중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절절해서 나도 모르는 새에 눈가가 촉촉히 젖어왔다.
김목경씨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였다.
"다시 부르기 2집"에 이 노래를 담기로 했다.
녹음에 들어가서, 가사 중간의 "막내아들 대학시험"이라는
대목에 이르기만 하면 이상하게 목이 메어와
녹음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술먹고 노래를 불렀다.
녹음 중에 술을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이 노래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음주 녹음이라고나 할까?
음주녹음에 대한 단속은 없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