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랑 완전 크게 싸웠어요 ㅜㅜ

. 2010.04.30
조회19,988

친정은 가깝고 시댁은 먼 것이 좋다고 했던가요?

혹자는, 친정 시댁 모두 먼 것이 좋다고도 하긴 하더군요.

 

어쨌든...전 친정은 가깝고 시댁은 멉니다. 

친정이 걸어서 15분 거리.

그러다 보니 정말 매일같이 보고 살고 있어요. 

저 오늘 출근하기 전에도 봤네요.

 그러다 아침부터 눈물 콧물 빼며 엄마랑 크게 싸웠네요.

 

어릴적에도 엄마한테 참 많이 혼나고, 싸우고 그러면서 자랐네요.

딸이 크면 엄마와 친구와 된다고 하던데...

전 지금도 참 많이 싸운답니다.

 

결혼한지 1년이 되어가지만

매일같이 보고 살다보니

자주 만나는 만큼이나 혼나고 싸우고 하는 횟수도 많습니다.

 

오늘 아침 싸움의 사연인 즉슨....

엄마랑 아빠랑 부부싸움을 했나봅니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저한테 하기 시작한거였고...

제가 들어본 결과 아빠도 그닥 잘한거는 없지만,

엄마에게도 문제가 있어 보였던 겁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약간의 충고(?)를 하게 되었는데...

엄마가 거기에 화를 내기 시작한거였죠.

'넌 어릴때부터 엄마 아빠랑 싸우면 늘 아빠편을 들었다. 보통 딸들은 엄마편이라는데 넌 늘 아빠편이다. 다시는 너에게 아빠랑 싸운 이야기 안하다'가 엄마의 요지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빠도 잘한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해결방법은 잘해보자는 식이 아니라 아빠 열받게 하는 모양새니 아빠 버릇 고치는 방법을 달리해라'였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이미 화가 날만큼 났기 때문에...저한테 마구 쏟아붓기 시작한거였죠.

참고로 저희 엄마...완전 다혈질.  

그 피를 이어받은 저도 살짝 다혈질..

그러니 싸움이 커진거죠.

쌍팔년도 옛날 이야기까지 끄집어내가면서 싸웠네요. 

 

저희 엄마 아빠 이야기를 살짝하면

아빠는 30년 넘게 공직생활하시다가 퇴직하셨고, 엄마는 전업주부셨죠. 

제가 보는 아빠는 평생 한눈 안 팔고, 자상하진 않지만 집에서 큰 소리 한 번 안 내고...정말 모나지 않는 평범한 남자.

엄마 가족위해 헌신하셨죠. 하루 세끼 꼬박꼬박 식구들 밥 챙겨주고 뒷바라지 해주고...

 

그런데 아빠는 본인의 모습을 당연시하게 생각하는 반면에....

엄마는 '공치사'가 있습니다.

내가 평생 입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맘대로 식구들 뒷바라지했다고...

어릴적에는 엄마의 그런 말과 행동이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는데....

 제가 직장생활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저희 엄마 참...복 받은 사람이었던 겁니다. 

 

막내며느리로 시집와서 홀시어머니 모시고 산 것은 3년이 고작이고.

전업주부지만 집에만 얶매여 있지 않았습니다.

집은 항상 깔끔하고 때되면 밥 차려주고 뒷바라지 많이 해줬지만

아빠 출근시키고, 저희 학교 보내고 나면 완전 자유시간...

초등학교 다닐때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중고등학교가면 밤 10시나 되어야 오잖아요. 

그리고 아빠도 아침에 출근할 때 '오늘 회식의 있고 없음'을 밝히며

저녁밥상차리기의 숙제를 미리 빼주곤 했었죠.

아빠까지 회식하는 날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자유시간.

이러니 동네 아주머니들과 좋은 곳 참 많이 놀러다녔답니다. 

저희 동네 밥집이란 밥집은 다 다니셨고, 정말 안 가본 곳이 없으며...

좀 맛있다 하는 집은 그곳 사장님과 얼굴 트고 지낼만큼 단골이 됩니다. 

저희 대전에 사는데...대전에 맛집이란 맛집은 다 알고 계시고

단골가게 명함만 몇십장.

그 곳 가게에 전화하면 그곳 사장님 엄마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압니다. 

참 많이 다니셨다는 이야기겠죠. 

참고로...저희 엄마 운전도 하십니다. 

아빠가 늘 걸어서 출퇴근하거나, 버스타고 출퇴근하면서,

엄마가 차를 운전하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저희 엄마는 평생 직장생활해오신 아빠의 수고로움보다

본인이 가족을 위해 희생한것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의 30년 넘게 사신 인생에 누가 더 값어치있냐를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는 묵묵한데...

엄마는 공치사를 하며 바란다는 거죠.

그러니 엄마의 욕심에 한도 끝도 없네요. 

10명중에 1사람이 있을까말까한 남편들

(가정적이고 자상하고 와이프 말 잘듣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휴일에 와이프가 외출하자고 하면

남편이 밖에서 차에 시동걸고 기다려주는거...

엄마가 운전하다보니 아빠는 장농면허라 운전을 못합니다.

그러니 아빠가 밖에서 차에 시동걸고 기다려주는일도 없죠. 

그런데 엄마는 본인이 평생 차끌고 다닌 생각은 안하고,

주말에 운전 안하는 아빠를 탓합니다. --;;;

그리고 와이프가 마트가자, 백화점가자...그러면 알았다고 흔쾌히 대답하는 남편.

'나 뭐 먹고 싶다'고 쏜살같이 사다주거나, 함께 나가서 먹고오는 남편.

임신부도 아닌데...뭐 먹고 싶다고 하면 바로 사다주는 남편 몇이나 될까요?

요즘 제가 임신한터라 울 신랑 잘 사다주지만

임신하기전인 신혼초에도 울 신랑 상당히 귀찮아하던디...

아빠가 그 때 귀찮으면 며칠 후에 먹을 수도 있는거지....

말할 때 바로 '말 안 들어줬다'고 투덜거리는 거랍니다. --;;;  )

 

참고로 저희 외식은 아빠가 퇴직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2회정도 였고

(평일 저녁 외식, 주말 저녁 외식)

아빠가 퇴직한 후로는 뭐 점심에도 두 분이서 외식하고, 저녁에도 부부동반 모임이다, 저희 내외랑 식사다해서...

일주일에 몇 차례인지 헤아릴수가 없네요.

 

그러면서도 평생 먹고싶은거 입고 싶은거 못 입었다는건 뭔지... --;;;

참고로 저희 엄마 센스가 좀 있는 편이라

5천원짜리 옷도 5만원 처럼 보이게 하는 스탈입니다.

그래서 집안에서도 동네에서도 옷 잘 입는 아줌마로 통하는데....

 

같은 여자로 봐도...저희 엄마 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할만한도 한데

왜케 남편에 대한, 자식에 대한 불만이 많은건지....

엄마의 욕심에 한도 끝도 없어서 힘들어요.

무조건 엄마편 들어줘야 하고, 아니면 불같이 화내고...

 

결혼하고 나니...

직장생활하면서 아이들 키운 아줌마들

직장생활은 아니어도 장사하며 아이들 키운 아줌마들 보면 존경스러워 보입니다. 

저희 시어머니도 평생 장사하시며 고생하셨구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엄마는 참 팔자 늘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여자로서 저희 엄마보다 시어머니가 더 안쓰럽고, 더 많이 챙겨주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도 저희 엄마는 왜케 욕심이 많을까요... ㅜㅜ

 

그래서 저도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 아침에 쏟아냈네요.

'엄마 정도면 만족할만하지...어케 10명중에 1명 있을까말까한 사람들 보며 그런 사람들하고만 비교하냐고... 엄마보단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고....그러니 아빠도 그냥 이해해주고 하라'고....

그랬더니 저희 엄마 그러네요 '그렇게 10명 중에 1명이랑 비교하는 것도 내 마음이다'고 딱 잘라말하네요. 

엄마의 그런 모습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곤해 하는 줄은 모르고 ㅜㅜ

 

아침에 그렇게 싸우고 나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객관적으로 엄마보다는 아빠편인데....

한편으론 내가 엄마 마음 몰라주는 나쁜 딸래미인가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엄마랑 딸래미랑 친구처럼 지낸다고들 하던디....

저 차라리 아빠랑 친구처럼 지낸답니다. 애인처럼, 친구처럼 지내거든요.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할만큼....

그렇게 엄마랑도 잘 지내고 싶은디....

가끔 이렇게 한바탕 생난리를 치니 말입니다. ㅜㅜ

 

그런데 한편으론 저희 엄마 마음이 여립니다. (저한테만 마음이 여리지 않는 듯 ㅜㅜ)

본인 생일에 멀리 살기도 하고 수험생인 며느리 힘들까봐

아들, 며느리는 오지 말라고 하네요. 

엄마 생일이 토요일이었는데...

신랑은 회사에 급한 볼일이 있어 출근했고

저는 아침에 좀 늦게(8시쯤) 친정 갔더니..

'배고픈데 늦게 왔다'고, 또 '이 나이에 생일상 내가 차렸다' 하면서

저의 눈물 콧물 쏙 빼놓을만큼 야단치셨죠.  

 

얼마전 아빠 생신에도 멀리 사는(서울) 아들 내외는 천천히 오라해서

토요일 오후 4시 넘어서 대전에 왔더군요.

저는 아침일찍 친정가서 같이 아침밥 먹고

오전에 엄마가 먹을거리 장만하는 동안

저는 집청소하고 엄마 심부름하고 그랬네요. 

 

그리고 오후 2시에쯤에 저희집와서 청소를 했는데

(저도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지라 주말이 아니면 집청소 할 시간이 없어요)

그러다 잠깐 쉬다가 잠이 들어 친정에 5시쯤 갔더랍니다.

그랬더니 늦었다고 또 한소리 --;;;

 

오빠네 내외한테는 그렇게 한없이 부드러운데

왜 저희 아빠랑 저랑만 달달 볶는지...

오빠네는 안부전화를 가끔 해도 그러려니 하고.

저는 하루만 전화 걸어도 왜 전화 안하냐고 한소리 하시고...  ㅜㅜ

 

어릴적을 생각해보면

남녀차별을 받아 오빠보다 제가 구박받고 자란 기억은 없습니다.

차라리 딸래미라고 더 귀여워해줬죠. 

 

지금 제가 이렇게 힘든 것은 가까이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니 저한테 의지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많아진거죠. 

그렇다고 제가 모질게 엄마랑 멀리하고 살수도 없고...

제가 삼일만 친정에 안 가도, 저희 엄마가 저희 집으로 오십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결론은 간결하네요.

 

왕비병같은 같은 엄마.

가까이에서 살다보니 은근히 왕비 모셔야 하는 힘든 딸래미. 

그런 엄마 마음 몰라준다고 딸래미 구박하는 엄마.

그래도 엄마 마음보단 아빠 마음 헤아려주고 싶은 딸래미.

 

조언좀 해줘요~

다들 친정엄마랑 어케 지내요?

지금은 제가 일하고 있음에도 이 정도인디...

출산과 육아 땜시 일까지 그만두고 쉬게되면 엄마와 부딪힐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ㅜㅜ

(저 쉬는 날 친정안가면, 엄마가 전화하거든요. 쉬는데 왜 안 나오냐고....

그럼 가서 하루쟁일 엄마랑 놀아야 합니다.

아마 일 그만두면 아마 살림합칠 수도 있겠네요. 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