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사랑더하기(20)

. 201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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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그 장소를 도망치듯 피해 나와 갈 곳 없이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터 벅 터 벅 걷고 있는 지수는 자신이 누구와 라이브 카페에 왔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힘없이 걸어가던 지수가 미처 앞을 못 보고 걸어가다 앞 사람과 부딪치는 일은 다반사였다.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넋 나간 사람의 모습으로 걷기만 했다. 온 통 머릿속에는 그 여자가 했던 말들이 맴돌고 그 동안 그 여자와 마무쳤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 모든 것이 우연의 만남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자신과 민준 사이에 끼어들고 있었다는 것을 바보같이 이제야. 그 여자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난 후에야 알아버린 것이다. 지수는 민준의 침대에서 다른 여자의 귀걸이가 나왔을 때도 전혀 어떤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세상 어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민준 만큼은 믿을 수 있었기 때문에.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민준을 믿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그 여자가 저렇게 저돌적으로 나온다면 언젠간 자신의 옆에 민준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뺨을 타도 계속 흘렀다.

#라이브 카페& 길거리& 지수의 집 앞

지수가 화장실로 간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이상하다는 생각에 준혁이 여자 화장실 쪽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서 20분을 기다린다. 그래도 나오지 않자 여자 화장실 쪽으로 들어가는 여자를 붙잡는다.

“ 저기. 실례지만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좀 알려 주시겠습니까? 제 친구가 들어 간지 꽤 시간이 됐는데 나오지 않아서요.”

“ 네..”

화장실로 들어간 여자가 다시 나오고 그 안에는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멍해지는 준혁은 챙겨 가지 못한 지수의 짐까지 챙겨 밖으로 나온다. 주변을 둘러 지수를 찾아보지만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다. 지수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그 주변을 열심히 찾다가 핸드폰을 꺼내 민준에게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한참을 가다가 자동 응답으로 넘어가 버리고 준혁의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오늘 지수의 얼굴은 많이 안 좋아 보였고 라이브 카페에서 한 여자와 마주치고 나서는 더 표정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인데 아무데도 지수의 모습은 없다. 시간이 더 흐르자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걱정스런 마음은 더 커진다.

‘지수야.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

준혁이 차를 끌고 지수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지수의 핸드폰도 가방도 다 이 곳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은 채로 도대체 지수는 어디를 헤매고 돌아다니는 것인지. 혹시나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닌지. 준혁은 핸드폰으로 근처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응급실에 실려 온 여자 중 지수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사람은 없는지 전화를 걸어 본다. 이런 준혁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빗방울 줄기는 더 굵어져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없는 데요” 라는 말에 실망한 기색의 준혁이 고개를 한 번 떨구다가 다시 들었을 때 저 멀리서 비를 맞고 힘없이 걸어오는 여자가 보인다. 단 1초에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반사적으로 차에서 내려 우산을 펴 들고 그 여자 쪽으로 달려간다. 달려가면서 확인한 그 여자는 그렇게 찾던 지수였다.

“ 지수야! 너 어떻게..”

비에 젖어 온 몸이 축축해진 지수는 힘없이 걸어오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준혁을 바라본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안쓰러웠다.

“ 지수야! 도대체 어디 있었.. ”

준혁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지수는 정신을 잃고 준혁 품으로 쓰러진다. 자신의 겉옷을 벗어 지수에게 덮고 지수를 집 안으로 안아 들어간다. 침대에 눕히고 이미 비에 젖어 축축해진 겉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지수의 가디건 단추를 풀자 하얀 피부 속살이 드러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다른 셔츠로 재빠르게 갈아입힌다. 온 몸이 추위에 떨었는지 얼음장이라 준혁은 지수를 자신의 품안에 안아 온 몸을 비비며 열이 오르기만을 기다린다. 나지막하게 지수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정신을 잃은채 힘없이 축 늘어지는 지수의 몸을 더욱 꽉 껴안고 온기를 전해준다. 한 시간쯤 지나서야 지수의 몸에 열기가 느껴지고 지수의 표정 또한 안정은 찾는다. 지수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다.

“ 지수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

#민준의 집 안

오랜 시간동안 회의를 진행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낸 민준은 집에 도착해서야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 1통이 와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름을 확인해 보니 준혁이다. 재 통화 버튼을 눌러 통화를 시도해 보지만 준혁 역시 받지 않는다.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데 메시지 한 통이 온다.

[민준씨. 나 지금 민준씨 집 앞인데 들어가도 되요? - 선미 -]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고 싶지 않는 여자이다. 선미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샤워를 하는 민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민준은 쇼파에 앉아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지수를 생각한다. 다시 눈을 뜨고 탁자 위에 놓여진 반지 케이스를 한 번 본다. 사랑하는 지수에 청혼한 반지. 조만간 날짜를 잡아 지수에게 다시 청혼할 생각에 민준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렇게 미소를 짓고 편안한 얼굴로 쇼파에서 쉬고 있는 민준의 기분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소리가 들린다. 쾅쾅쾅!

“ 차민준! 문열어. 차민준~ 문 열라구 ”

그 소리에 표정이 굳어 버리고 현관쪽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자 선미가 다짜고짜 안으로 들어와 민준에게 안긴다. 그런 선미의 행동을 바로 제지하여 선미의 몸이 민준과 멀어지자 선미는 안간힘을 다해 민준의 품에 앉기려 하지만 남자의 힘을 여자인 선미가 이겨낼 수는 없었다.

“ 장이사님은 상식이라는 건 없는 분입니까? 지금 이 늦은 시간에 찾아와 할 행동은 아니라고 보는 데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돌아가십시오. ”

“ 당신이 아무리 날 밀어내도 결단코 당신은 나를 인정하게 될 거야.”

“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돌아가시죠. ”

라고 말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 그 여자한테 내가 다 말했어. ”

그 여자라는 말에 멈칫하고 굳었던 표정이 더 굳어버린다. 이 여자 입에서 나오는 그 여자라는 말이 웬지 지수를 말하는 것 같아 불안감마저 든다. 그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마음 여린 지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런 표정을 읽어 버린 선미는 자존심이 상한다.

“ 궁금하지 않아? 내가 그 여자한테 뭐하고 했을지. ”

“ 그... 그 여자라면? ”

“ 김지수! ”

지수이름이 나오자 선미의 팔목을 쎄게 잡는 민준의 표정을 무서운 표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 지수를 만났습니까? 당신이? 무슨 일로 지수를 만난 겁니까? 도대체 왜 !!! ”

이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화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함부로 대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에도 이렇게까지는 화내지 않았었는데 . 지금 김지수라는 이름 석 자에 저렇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울컥한다. 왜 눈물이 나오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남자에겐 자신보다 김지수라는 여자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팔목을 쎄게 잡아 위협적으로 소리 지르고 있는 이 남자의 모습이 무섭고 두려워서 그런 것인지. 너무도 다른 모습의 민준의 모습을 보고 순간 선미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 물었습니다. 지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

“ 이제 차민준은... 내 남자가 될 거라고 했어. 내가 김지수한테 뺏어 올거라고. ”

순간 민준은 주먹을 날리고 그 모습에 놀라 선미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눈을 살며시 뜨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다 떳을때는 민준의 주먹이 벽을 향해 있었다. 민준도 감정조절이 안 되고 있었다. 벽에 부딪친 민준의 손등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 하.. 이런 모습 처음이네. 내가 그 여자에게 그렇게 말한게 이렇게 화를 낼 정도인가? 하...”

민준의 두 손이 선미의 어깨를 꽉 잡는다.

“ 잘 들어. 장선미! 당신이라는 여자한테 관심 없다고 처음부터 말했어! 당신이 내게 했던 행동들까지도 웃어넘길 수 있지만 지수는 아니야! 당신이 지수를 손 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그건 달라져! 당신이 장회장 외동딸이래도 상관없어. 두 번 다시 지수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여자 아프게 하지마! 그 땐 이렇게 신사적으로 넘어가지 않아! ”

“ 당...당신... 어떻게.. 나한테.. ”

“ 장선미 이사님! 그만 돌아가시죠.”

라는 말을 남기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민준. 닫힌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혼이 빠진 사람처럼 그 자리를 떠나는 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