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놀이터, 느티나무도서관

yoojongpil201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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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놀이터,
느티나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이름이 참 좋다. 시골 마을에는 으레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당산나무가 있는데, 거의가 느티나무이다. 그 느티나무 그늘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 놀면서 마을 공동체를 형성한다. 실제로 이 도서관에 가보니 동네의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골 마을 앞 느티나무의 뜻을 담아서 이름을 지은 센스가 돋보인다.

 

나는 흔히 “도서관에서 놀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여기가 딱 그 개념에 맞는 곳이다.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자”라는 말은 재미가 없다. 엄마가 아이에게 “도서관에 놀러 가자”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가서 놀다보면 책을 가지고 놀고, 책을 가지고 놀다보면 읽게 되고, 읽으면 빠지게 된다. 그러면 성공이다. 맹자의 어머니처럼 도서관 가까이 사는 것이 자식 교육의 첫 번째가 아닐까? 아니, 국가와 자치단체에서 모든 국민들이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주면 더욱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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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관은 기존 관념을 뛰어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도난방지시스템이 없다. 책을 가져가면 누가 읽어도 읽을 테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 잘 버리는 도서관, 책 잘 잃어버리는 도서관’을 지향한다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조성해놓은 북카페는 서가를 다이아몬드형으로 만들어 벽 중앙에 배치했다. 운치도 있고 파격적이어서 차 맛도 나고 읽는 재미도 더해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계단을 표시하는 사인보드 대신 계단 모양의 서가를 벽에 붙여서 계단 표시를 한 것도 참신한 발상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친구들’이라고 하여 후원자들의 이름을 붙인 게시판, 신간의 표지를 컬러로 스캔을 하여 전시한 신간코너 등도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을 구입할 때도 10만원 넘는 비싼 책부터 우선 구입한다고 한다. “비싼 책은 일반 이용자들이 사서 보기 힘드니까”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돈이 풍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도서관은 뉴욕공공도서관처럼 NPO(Non Profit Organization: 비영리공공단체)를 지향하고 있다. 자신도 후원금에 의존하면서 더 어려운 작은 도서관을 후원하기도 한다. 난곡도서관을 비롯한 세 곳의 도서관에 월 2백만 원씩 사서 인건비를 지원한다니, 대견한 일이다.


내가 뉴욕의 도서관을 탐방할 때 ‘뉴욕 시민 가운데는 도서관 때문에 다른 도시로 이사 가지 않는 사람까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곳도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 주민 가운데는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할 때 도서관 때문에 다시 이 곳으로 왔다는 사람이 있고, 가장이 지방으로 전근 가는데 도서관 때문에 가족은 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도서관은 자본주의적 논리가 아닌 사회주의적 시설이다”라는 박 관장의 말은 도서관의 공익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느티나무도서관의 철학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저서 : 세계도서관기행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