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하소연

국화꽃향기2010.05.09
조회4,729

안녕하세요. 요즘 부쩍 톡을 즐겨보는 22女 입니다 ^^;

처음으로 글을 쓰는거라.. 조금 떨리네요 부담이 되기도 하구요

글솜씨가 없어서 간혹 말의 앞뒤가 안맞거나, 띄어쓰기 문제나 오타가 있을 수 있으니

너그러운 양해부탁드려요 ^.,^

아, 그리구 글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당........

 

 

모두들 그렇듯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선생님

꼭 한 분쯤은 다들있으시죠? 저 역시 그렇답니다.

저에게 고등학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고2때 선생님이신데,

처음으로 교직에 들어선 분이였어요. 제가 첫제자였죠.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잘하는 범생이도 아니였고, 그저 먹고 놀기만 좋아하는

말괄량이 여학생이였답니다 ㅜ_ㅜ

2학년에 입학하고나서 담임선생님(男)이 들어오셔서 인사를 하시는데,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약간 학원선생님 같은 느낌? 이 들더라구요.

(학원선생님을 나쁜뜻으로 말한건 아닙니다 절대로!!)

어쩔 줄 몰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한마디 던졌죠

 

"쌤, 선생님 처음이시죠?"

 

선생님은 바로 "네..."

 

이러시더라구요 ㅠ_ㅠ; 어린 나이에 철도 없고 담임선생님 잘 만났다 이생각했죠.

이 때 부터 선생님은 1년내내 저희 반 아이들 때문에 갖은 고생을 다 하셨답니다.

거기에 물론 저도 포함되어 있구요. 수업 시간에 떠들기는 기본이고, 딴짓에 잠도 자고

지각해서 혼내신다구 매를 드시기라도 하시면 아이들은 교실을 뛰쳐나가 도망갈 정도로... 조금은 심각한 수준이였어요 (참고로 학교는 실업계에 공고였습니다..)

선생님은 첫 담임에 첫 제자들이라 아무 말도 못하시고 계속 당하기만 하셨어요 ㅠ_ㅠ

그러다 1학기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나중엔 선생님이 수업을 들어가는 다른 반 아이들까지도 저희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철 없는 저희는 그저 하나의 웃음거리 뿐이였죠 ㅠ_ㅠ

그러다 1년이 지나, 선생님은 다른 지방으로 가셨더라구요.

가까운 곳이라 저희반 아이들 몇명이 모여서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이제 저희도 곧 성인인지라 선생님께 고기를 사달라고 졸라서 실컷 얻어 먹고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매실주였나, 복분자주였나... 그것도 한병 먹었답니다 ^^;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다른 지방에 오면 아이들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저희보다 더 말썽꾸러기들이고 말을 안 듣는다고 하시더라구요

우리가 말 안듣는건 생각도 안하고 그런아이들은 혼꾸녕을 내줘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선생님께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만 해드렸죠..

 

그러고 나서 몇개월이 지나고 대학생활을 하는 중에 갑자기 선생님께서 저녁에 전화가 오시더라구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에 제 느낌에 선생님께서 약간 취기가 있어 보이시더라구요, 그래서 술드셨나구 물어보니까 조금 드셨는데 생각이 나서 전화하셨대요.

그러면서 막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선생님 목소리톤이 낮아지시더니..

"애들이 내 말을 안들어.. ㅇㅇ야 어쩌면 좋냐.." 이러시는데,

정말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화가 나기도 하고, 선생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기도 하고,  한마디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 절대 아이들한테 지는 모습 보이시면 안되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래... 난 괜찮아..." 이러시는 거예요. 더이상 제가 할 말이 없더라구요.

조만간에 다시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드린 뒤 전화를 끊었으나, 그 후에도 저는 찾아뵙지 못했어요..

 

 

그리고 바로 오늘!! 2010년 5월 9일 pm 9:22 분에 선생님께서 전화가 오셨더라구요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죠.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느낌이 확 오더라구요

'아, 오늘도 술을 한 잔 하셨구나' 그래서 저는 바로 "선생님 술드셨죠~!"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어 ~ 나 오늘 술 많이 마셨어 ~" 이러시더라구요.......

아, 얼마나 가슴이 쓰라리는지..... 저는 선생님이 말 안하셔도 저에게 전화한 이유를 아니까요. 보나마나 아이들이 선생님을 힘들게 해서 하소연 할 곳은 없고, 술기운에 저를 찾으신거예요. 괜히 제가 먼저 말 끄내기도 좀 그렇구, 그냥 안부인사 하면서 밝은 목소리로 통화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거예요.

"ㅇㅇ야 잘 지내지? 나 너희들이 왜 이렇게 보고싶냐...................."

이 말을 5번은 넘게 하신 듯 해요. 저 말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있었거든요.

힘들다는 말씀은 안하시길래 저도 묻지 않고 이래저래 똑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어요.

 

아으.....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제가 고등학교 때 마음아프게 해드렸던것도 너무너무 죄송한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생들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순수하고 착한 분이시고, 학생을 가르치는 게 너무 좋아서 힘들에 선생님이 되신 분이예요. 모든 선생님들이 다 그렇듯이,

선생님께 어떤 말씀을 해드려야 선생님도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실 수 있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__)

처음 쓰는 톡이라 쓰는데만 30분이 걸렸네요 ;

어떠한 리플이 달릴지 궁금궁금 합니다만, 악플은 냠냠 씹어먹겠습니다.

톡커님들 플ㄹ ㅣ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