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부루스타 켜보기

정강이만50센치2010.05.14
조회387,459

톡 됐었네요. 이놈의 불-_-감증..

 

 

① 소설 아니구 실화에요~;; 제가 원체 '~했음', '그랬삼' 체를 그닥 안좋아해서..

 

인터넷 소설체로 썼더니 오해를 받았네요 주의하겠습니다.

 

예전에 천리안, 나우누리 등의 PC통신에서 글을 자주 썼던지라, 글 버릇이.. ㅋㅋ

 

② 홈피는 싸이/weri9898 이에요. 들어오면 홈피 먼지날려요.

 

누구 오라고 만든 것도 아니고 올사람도 없고 일기장으로 사용하자 해서 만들었는데,

 

요즘 시크한 척, 바쁘다고 일기도 안쓰고 ..

 

오는 사람도 없는 퀘퀘한 흉가가 되가고 있는 곳입니다.

 

③ 차를 끌고 갔다는 말에 분개하시는 자취생분들이 계신데

(이해합니다ㅠㅠ 제가 쓴글 읽어보니 저라도 그랬을 듯)

 

차는 제것이 아니고 ㅋ 제가 친한 선배형 방에 얹혀살았거든요~

 

같이 살던 형꺼(소x타2) 몰래 훔쳐탔어요 ㅋㅋㅋㅋ.

 

(그 형 중고시장에 차 팔때, 차값은 120만원이었는데 카메라찍힌거 과태료가 130만원. 형 미안해. 이제 와서 밝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내가 찍힌거야.)

 

이삿짐 옮기던 동네 집 주인이 버릴려고 하던 자전거 만원 주고 사서 타고 다녔답니당~

(기어 없고 번쩍 찬란한 은색의 철과 갈색의 녹이 어우러진 완벽한 하모니즘의 자전거)

 

⑤ ( 'ㅁ') ! 아무튼 톡 되게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쓴소리도 감사합니다~!

 

담에 또 다른 추억도 올릴께요.

 

⑥ 베플 다신분은 면밀히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겠습니다. 행여나 글을 본다면!!!!

    노인정 옆 놀이터 에서 혼자 끓여먹고 있는지...

 

 

P.S.: 지메르님 저 †검정†이에요 ㅋㅋ

        저 졸업했어요 ㅋㅋ 11년만에 졸업. 아 챙피해. 충좋사 잘 운영되고 있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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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서 재밌는 글들 많이 읽어서 저도 보답하고자

 

처음으로 네이트판에 글 써 봅니다.

 

전 대전 용문동에 칩거생활하는 반(?)직딩이구요.

 

지금은 솔로이지만 오래전에 연애시절 당시 별난 기억이 있어서 올려봐요;

 

말주변은 별로 없는디 글 쓰는걸 좋아해서; 소설체로 씁니다.-_-

 

그럼... 액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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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이야기.

 

때가 아마도 2002 년 초겨울 이었던거 같다.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성격도 남자같은.

 

초등학교 동창인 여자친구 였는데

 

그 친구도 아마 나처럼 별났던것 같다..

 

( 아냐 나보다 더했을지도.. 더했던거 같아 )

 

모르는 사람이 우리 둘이 얘기하는걸 엿듣는다면 남자끼리 얘기하다가 갑자기

 

손붙잡고 걸어가게 되는 게이틱한 광경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하겠다. -_-

 

 

 

 

 

네이트온이나 그런 건 쳐다도 안보던 시절

 

MSN 이 대세였기에

 

당시 자취생이었던 나는

 

핸드폰 요금 후덜덜하다며 새벽 12시 이후엔

 

메신저로 이야기하자고 했다.

 

응...자취생의

┌────┐

│     궁.   │   

│     핍.   │

│     한.   │

│     삶.   │

└────┘

 

은 20대의 학생시절 자취해본 분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또로롱'

 

 

 

 

 

 

보고있던 영화에서 므-_-흣 한 장면이 나오고 있는 찰나에

 

메신져 대화창이 위로 확 뜬다

 

 

 

 

 

여친 : 뭐해?

 

나 : (헐....) 영화봐 ㅋㅋ

 

여친 : 야동?

 

나 : 아냐~ 건전한 영화야.

 

여친 : 제목이 뭔데?

 

나 : 노랑머리2

 

여친 : 야 이 X친 X끼

 

나 : ... 왜에 ㅡㅡ

 

여친 : 아! 심심해! 잠도 안와! 눈만 감고 있는지 벌써 세시간째야!

 

 

 

물끄러미 컴퓨터 하단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나 : 잠이 안와?

 

여친 : 엉 너 마냥 잠이 안온다.

 

나 : 난 영화땜에 잠이 더 안오는거 같아.

 

여친 : 이 X친X아.

 

나 : ....

 

여친 : 야 만나자

 

나 : 지금?

 

여친 : 응.

 

나 : 이 시간에 만나서 머해...4시여..

 

여친 : 그런가? 아우 배고파 ㅠㅠ

 

나 : 라면 먹어.

 

여친 : 살쪄 ㅠㅠ

 

나 : 괜찮아. 살쪄도 오케이.

 

여친 : 그럼 만나서 먹장.

 

나 : 음? 지금? 문 연데 없을껄.

 

여친 : 그냥 와. -_-+

 

나 : 어? 어..

 

 

 

 

 

 

 

 

새벽 4시에 차를 끌고...

 

월평동에서 도마동까지...

 

슝.

 

' 아 노랑머리2 ...이제 하이라이트인데... '

 

 

 

 

도착하고 10분쯤 기다렸을까?

 

츄리닝에 쪼리를 끌면서 나온다.

 

한손에는 종이 쇼핑 백에 뭔가 잔뜩 담아서...

 

 

 

 

 

 

나 : 그건 뭐야? 쓰레기?

 

여친 : 아냐 -_-

 

 

 

 

쓰레기냐고 묻는 것에 뾰루퉁해졌는지 쪼리를 질질 끌며

 

치! 치! 거린다.-_-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 : 이리 줘 내가 들께

 

여친 : 조심해 계란 있어.

 

나 : 어?

 

 

 

 

 

 

 

 

..... ????? 응?

 

계란?

왜?

어?

배달? 

 

 

 

 

 

 

 

조심스레 건네받았다.

 

꽤 묵직하다.

 

몰래 힐끔 쳐다봤다.

 

 

 

부루스타? 냄비?

 

 

 

 

 

 

나 : 저기......

 

여친 : 응?

 

나 : 그....저기...... 끓여먹게?

 

여친 : 어. 왜?

 

나 : 아녀......................

 

여친 : 컵라면 몸에 안좋아.

 

나 : 봉지라면도 똑같아....

 

여친 : 지랄. 닥치고 따라와.

 

 

공원에 갔더니 술취해서 고성방가 부르는 대학생들이 잔뜩있다.

 

그래. 대학가 이니까.

 

 

 

 

그녀의 집은 배재대학교 근처 대학먹자골목 앞.

 

현상금 달린 수배범 조사하듯이 이곳 저곳을 샅샅이 살펴보면서, 

 

 

 

 

 

 

 

여친 : 아씨.... 쟤네들 또 저러네.

 

나 : ........

 

여친 : 절루 가자.

 

 

 

 

따라간곳은 어느 원룸빌딩 1층의 음산한 주차장.

 

왜 그.. 건물과 주차장이 함께 되어있는 그런 곳.

 

 

 

 

나 : 야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여친 : 쉿.. 들려. 조용히 말해. 깔자 (부스럭)

 

나 : (속삭이며) 어두워서 제대로 먹을수 있을려나?

 

여친 : 마. 궁하면 다 입에 들어가

 

 

 

부루스타, 냄비, 계란, 신라면 세봉지, 김치통, 젓가락, 숫가락

 

1.5 리터 생수병 ㅡㅡ

 

 

 

나 : 왜일케 많냐.............. ㅡㅡ

 

여친 : 아우 배고파 야 얼릉 끓이자 ㅠㅠ

 

 

 

 

나 : (냄비 물붓고 부루스타에 불 붙이며) 야 누가 보면 어쩌지?

 

여친 : 차 뒤라서 안보일껄

 

 

 

 

 

우리 앞에는 든든한 카니발의 엉덩이가 세상 모든걸

 

가려주겠다는 듯이 당당한 자태로 구석쟁이에 버티고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곳에 계란 풀고 익힌 후

 

숟가락에 라면을 올려서 호호 불면서

 

먹고 있는데..

 

여친을 보니

 

 

 

 

 

 

 

냄비 뚜껑에 아주 한 사바리 올려놓고 먹는다.

 

뚜껑까지 먹어버릴 기세.

 

 

 

먹는다는 표현보다는 밀어넣는다는 표현이 맞지 싶다.

 

 

 

 

 

나 : 저녁 못먹었어?

 

여친 : 마거지마 (말걸지마)

 

나 : -_-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아님 나도 배가 고팠던건가

 

후루룩 쩝쩝 게걸게걸 그렇게 정신없이 

 

마치 3일만에 무료급식 간신히 받은 노숙자처럼 먹고 있는데....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구두소리가 난다.

 

 

 

 

 

 

 

 

 

 

여친이 나를 보며 눈짓을 보낸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지. -ㅅ- (응 ok!)

 

 

 

 

 

 

라면이 입속에 들어가고 있는 찰나에 ...

 

잠깐 걸치고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탁 탁 탁 탁 ..!!

 

 

 

 

 

 

 

 

 

 

 

 

 

 

 

또 한 사람의 발걸음 소리.

 

 

 

 

 

 

 

 

 

 

 

 

 

 

 

 

 

 

" 여보  잘 다녀와요~~~ "

 

 

 

 

 

 

 

 

 

 

 

 

역시 우리나라 가장들은 힘들어.

 

이렇게 아침 일찍 새벽에 출근하러 나가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ㅡㅡ

 

우리가 있는 쪽으로 양복입은 사람이 다가온다.

 

" 여보. 오늘 야근할지도 몰라 " 라는 말을 하며 다가온다.

 

 

 

 

 

 

 

오 늘  야근 할지도 몰라

 

 

 

 

이런 느낌.

 

 

 

 

 

 

 

 

 

 

 

 

 

 

 

 

우리를 지켜주는 카니발의 문을 연다...

 

 

ㅠㅠ

 

 

 

 

 

 

 

 

 

 

 

 

 

 

 

아 씨...

 

 

 

 

 

부르릉.

 

시동을 걸고 유유하고 부드럽게 힘찬 방구를 우리에게 뿜어댄후

 

앞으로 전진하는 카니발.

 

 

그 옆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배웅하던 아내인듯한 아줌마.

 

목을 길게 빼며 카니발이 떠나는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리며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  )!!!

 

" 꺄아악!!! ㄹㅇㅎ퓽ㅎ ㅊㄹ파춪ㄴㅇㅀㅍ "

 

 

 

 

 

 

 

 

 

 

 

 

 

 

 

 

 

 

잠깐의 비명과 함께 아줌마의 스텝이

 

약 50센치밖에 안되는 거리를 10발자욱은 찍으며 현란한 스텝으로 뒷걸음질 친다.

 

이혁재 스텝으로 소리지르며 기겁한 아줌마.

 

기겁할만도 하지. 그래 이해해.

 

한손에 냄비뚜껑든 한 남정네 같은 차림의 여자아이와

 

입에 라면꼬다리 물고있는 멀대같이 큰 사내아이가 둘이 쪼그려앉아서

 

부루스타에 냄비올려놓고

 

잠못잔 퀭한 눈으로...

 

창백한 얼굴이 되서 벙찐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털털한 여자친구가 먼저 씨익 웃더니 인사한다.

 

 

 

 

여친 : 안녕하세요

 

아줌마 : 어휴 놀래라 여기서 뭐하니?

 

여친 : 라면 먹어요

 

아줌마 : ......... (누가 그걸 몰라서 묻니? 라는 표정)

 

 

 

마치...

모 그룹의 모 멤버가 진실되게 얘기했던 것처럼..

'너네집 밥은 누가하니?'

'밥통이요'

 라는 식의 대답.

 

 

아줌마 : .....

            -_- 그래 맛있게 먹어

 

나 : 네 후루룩 쩝쩝쩝 냠냠

 

여친 : (-_-+ )

 

대답하는 날 째려보더니

 

길바닥에 깔은 신문지를 질질 끈다.

 

아놔.

 

나:  하나씩 들고 옮기자

 

여친 : ... 귀찮아.

 

나: 찢어져...

 

신문지가 찌이익 찢어진다.

 

나: 거봐;

 

 

갑자기 여자친구가 살벌한 눈초리로 째려본다.

 

응? 내가 뭘? 왜날뷁? 

 

찢어져버려서 더이상 질질 끌지도 못하고

 

조용히 들어서 옮길려고 부루스타에 손을 댔는데

 

여친이..

 

" 그냥 먹어 "

 

" 응.. "

 

 

 

 

 

 

 

 

 

 

 

 

 

 

 

 

 

 

 

 

 

 

아.........

 

 

밤 바람이 차다.

 

카니발이 사라지고 앞에 보이는 것은 휑하니 드러난 대학 등교길..

 

 

 

 

 

 

 

나 : ^^ 자리 옮길..

 

여친 : 됐어 야 국물밖에 없어 빨리 시마이 해

 

나 : 근데 이거 어따 버리냐?

 

여친 : 그르넹...

 

 

 

 

 

 

 

 

주변에 배수구는 없다. 있다해도 아마 안보였다고 생각된다.

 

 

 

 

 

 

 

 

날이 점점 밝아온다.

 

컴컴한 주차장은 어느새 내부 형태를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이 스며 들어온다.

 

 

 

 

 

 

여친 : 저기다 버리자

 

나 : 어디

 

여친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 저기

 

 

 

 

 

 

 

손으로 가리킨 곳은 아까 말했던 그 등교길에 있는 배수구

 

 

 

 

 

 

 

나 : 야 지금 학생들 올라가는거 같은데?

 

여친 : 내가 라면 가져왔자나. 니가 갔다와. 원래 여자가 요리하면 남자는 설겆이야.

 

나 : ... 에이씨.........

 

여친 : 뭐? -- +

 

나 : 갔다올께!  활^^짝

 

 

 

 

 

 

 

 

 

 

 

 

 

 

쪼로로로로로로로록......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본다.

 

땀복입고 조깅하는 아저씨들이 본다.

 

대학생들이 본다.

 

빨래 걷으러 나온 할머니들도 본다.

 

가게 문 여는 아줌마들도 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기분이다.

 

그리고 냄비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주황국물도 같이 본다.

 

동네주민 세명이 나를 보더니 그 자리에 우뚝 멈추고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두번 다시 이 동네 안와. -_-

 

 

 

다시 들어가 황급히 불판과 냄비와 김치-_-통을 빽에 담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성큼성큼 나오려 했다.

 

당당하고 도도하게 나오려했다.

 

동네 주민 셋은 계속 지켜보고 있고.

 

 

 

뒤에서 부른다.

 

 

 

 

여친 : 야 이거 두구 가믄 어케행 이것두 버려야지

 

 

 

 

 

 

 

 

 

 

 

 

 

 

 

계란 껍데기와 라면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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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딘가 해외에서 잘 살고 있겠지.

 

외국은 가든파티를 자주하니까 길가에서 부루스타 켜도 괜찮을꺼야. 

 

혹시나 시집갔다면 남편이 이 글을 보지 않기를 바라며.

 

PS2: 아마 난 톡 같은 거 안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