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많은 제주에 바람처럼 와서 사는 젊은 부부가 바람 많은 언덕에 자리 잡은,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것처럼 작은 도서관이 바람도서관이다. 명칭이 암시하는 것처럼 여행과 휴식을 테마로 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서울대와 KAIST를 졸업한 엘리트 부부의 귀농스토리로 KBS TV '인간극장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편에 소개되었던 부부를 기억할 것이다. 이들이 바람도서관의 주인이다.
욕심 많은 자 제주를 떠나고 욕심을 버린 자 제주로 들어온다는데, 이들도 그런 사람들인가 보다. 남편인 박범준 도서관장은 일간지의 생태칼럼을 통해서 자연과 세상을 겸허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글을 꾸준히 집필해 왔다. 중심지로부터 떨어져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제주까지 오게 됐다는 그의 고향은 서울 마포다. 마포에서 무주로, 다시 대전으로, 담양으로, 바람 같은 삶을 살아왔다. 마침내 제주에 흘러들어와 ‘바람스테이’라는 펜션을 짓고, 여기 살면서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육지 생활에서는 빨라야 살아갈 수 있지만,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는 제주에서의 삶이 마음에 들어 이제는 제주에 정착할 것 같다며 살짝 웃는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바람도서관은 화산섬이라는 제주의 환경조건이 생성해낸 만장굴, 거문오름 으로 알려진 김녕 선흘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마당에 나서면 한라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제주에 들어와서, 자신에게는 글을 쓰는 서재가 필요했고 아내에게 공예를 하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그 공간을 개방한다는 개념으로 2007년 4월에 바람도서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30분이면 제주 어디든 닿을 수 있었고, 1시간 단위로 일정을 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위치이다. 느려도 되고, 쉬엄쉬엄 다녀도, 여유를 부려도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다. 문제는 운영비인데 펜션 운영과 부인이 공예를 하여 버는 돈으로 충당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열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6시, 열람실, 자료실, 사무실을 포함한 총면적은 약 13평, 소장 책 수는 약 2천 권이지만, 신간이 들어오면 주제에 맞게 재배치하여 1천2백 권 가량을 열람용으로 배가해두었다. ‘나를 찾아서’, ‘생의 동반자’, ‘녹색의 바람’ 서가상의 주제 분류표가 보통의 도서관과는 다르다. 큰 도서관에서 쓰는 DDC나 KDC 같은 분류표는 바람도서관의 장서 특성에 맞지 않아 직접 주제 분류를 하였다고 한다. 이 곳을 찾은 이용자들에게 원하는 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동네주민, 혹은 현지인들이 주말 나들이에 이용하고, 육지에서 온 여행자들은 쉼터로 많이 이용한다.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 10명 정도가 다녀가기도 하고 평상시에는 동네꼬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박 관장은 ‘여행길 책 1권 읽기운동’을 펼친 선상도서관 운영사례를 예로 들면서, 바람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여 제주공항에서 반납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바람도서관 마당에 서면 멀리 한라산 봉우리가 보인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를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하여 ‘세계자연유산 제주’라는 책을 썼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에서 사진과 감수를 맡은 이 책의 영문판은 2009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도 출품되어 전 세계에 제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을 쓰면서 제주도 현지인보다도 제주를 더 알게 되었다는 그는, 지방에 할일이 없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역의 문화 인사들을 비롯한 지역공동체와 만나면서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제주도에서 지역밀착형 정보서비스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한다. ‘설문대 어린이도서관’, ‘여성도서관 달리’ 등 제주에서 작은 도서관을 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 한다고 한다. 아직 아이가 없는 이 부부는 아이를 갖게 되면 설문대 어린이도서관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내가 찾은 그 날은 아내와 함께 제주여성영화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고 한다. 제주의 여성들은 제주도 자연과 어울린다는 게 그의 관찰 결과이다. “눈빛이 쎄고 생활력이 강하다. 아내도 닮아가는 것 같다. 아니, 닮았다”고 말했다.
언젠가 한 젊은 의사가 바람도서관을 찾아와, 하루 종일 책 보다가, 숲을 산책하다가, 펜션에서 쉬다가 다시 책 보면서 ‘놀멍 쉴멍’ 여름휴가 9일을 다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제주에 이곳저곳 둘러볼 곳도 많은데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육지로 돌아가면서 그는 지친 일상에서 너무나 소중한 휴식을 보낼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책을 통한 휴식! 책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책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때 책은 쉴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도 된다.
바람도서관에서는 억새풀이 바람에 부대끼며 나는 소리인지, 파도 소리인지 모를, 시원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름 모를 새소리도 함께 들린다. 외딴 곳, 13평의 좁은 공간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자연을 배경으로, 아니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삶에서 중요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거기 있었다.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꿈꾼 젊은 부부
책이 있는 여행길,
바람도서관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꿈꾼 젊은 부부가 지은 바람 도서관.
이곳에서 그들은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난다.
바람 많은 제주에 바람처럼 와서 사는 젊은 부부가 바람 많은 언덕에 자리 잡은,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것처럼 작은 도서관이 바람도서관이다. 명칭이 암시하는 것처럼 여행과 휴식을 테마로 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서울대와 KAIST를 졸업한 엘리트 부부의 귀농스토리로 KBS TV '인간극장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편에 소개되었던 부부를 기억할 것이다. 이들이 바람도서관의 주인이다.
욕심 많은 자 제주를 떠나고 욕심을 버린 자 제주로 들어온다는데, 이들도 그런 사람들인가 보다. 남편인 박범준 도서관장은 일간지의 생태칼럼을 통해서 자연과 세상을 겸허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글을 꾸준히 집필해 왔다. 중심지로부터 떨어져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제주까지 오게 됐다는 그의 고향은 서울 마포다. 마포에서 무주로, 다시 대전으로, 담양으로, 바람 같은 삶을 살아왔다. 마침내 제주에 흘러들어와 ‘바람스테이’라는 펜션을 짓고, 여기 살면서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육지 생활에서는 빨라야 살아갈 수 있지만,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는 제주에서의 삶이 마음에 들어 이제는 제주에 정착할 것 같다며 살짝 웃는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바람도서관은 화산섬이라는 제주의 환경조건이 생성해낸 만장굴, 거문오름 으로 알려진 김녕 선흘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마당에 나서면 한라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제주에 들어와서, 자신에게는 글을 쓰는 서재가 필요했고 아내에게 공예를 하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그 공간을 개방한다는 개념으로 2007년 4월에 바람도서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30분이면 제주 어디든 닿을 수 있었고, 1시간 단위로 일정을 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위치이다. 느려도 되고, 쉬엄쉬엄 다녀도, 여유를 부려도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다. 문제는 운영비인데 펜션 운영과 부인이 공예를 하여 버는 돈으로 충당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열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6시, 열람실, 자료실, 사무실을 포함한 총면적은 약 13평, 소장 책 수는 약 2천 권이지만, 신간이 들어오면 주제에 맞게 재배치하여 1천2백 권 가량을 열람용으로 배가해두었다. ‘나를 찾아서’, ‘생의 동반자’, ‘녹색의 바람’ 서가상의 주제 분류표가 보통의 도서관과는 다르다. 큰 도서관에서 쓰는 DDC나 KDC 같은 분류표는 바람도서관의 장서 특성에 맞지 않아 직접 주제 분류를 하였다고 한다. 이 곳을 찾은 이용자들에게 원하는 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동네주민, 혹은 현지인들이 주말 나들이에 이용하고, 육지에서 온 여행자들은 쉼터로 많이 이용한다.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 10명 정도가 다녀가기도 하고 평상시에는 동네꼬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박 관장은 ‘여행길 책 1권 읽기운동’을 펼친 선상도서관 운영사례를 예로 들면서, 바람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여 제주공항에서 반납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바람도서관 마당에 서면 멀리 한라산 봉우리가 보인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를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하여 ‘세계자연유산 제주’라는 책을 썼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에서 사진과 감수를 맡은 이 책의 영문판은 2009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도 출품되어 전 세계에 제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을 쓰면서 제주도 현지인보다도 제주를 더 알게 되었다는 그는, 지방에 할일이 없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역의 문화 인사들을 비롯한 지역공동체와 만나면서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제주도에서 지역밀착형 정보서비스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한다. ‘설문대 어린이도서관’, ‘여성도서관 달리’ 등 제주에서 작은 도서관을 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 한다고 한다. 아직 아이가 없는 이 부부는 아이를 갖게 되면 설문대 어린이도서관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내가 찾은 그 날은 아내와 함께 제주여성영화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고 한다. 제주의 여성들은 제주도 자연과 어울린다는 게 그의 관찰 결과이다. “눈빛이 쎄고 생활력이 강하다. 아내도 닮아가는 것 같다. 아니, 닮았다”고 말했다.
언젠가 한 젊은 의사가 바람도서관을 찾아와, 하루 종일 책 보다가, 숲을 산책하다가, 펜션에서 쉬다가 다시 책 보면서 ‘놀멍 쉴멍’ 여름휴가 9일을 다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제주에 이곳저곳 둘러볼 곳도 많은데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육지로 돌아가면서 그는 지친 일상에서 너무나 소중한 휴식을 보낼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책을 통한 휴식! 책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책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때 책은 쉴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도 된다.
바람도서관에서는 억새풀이 바람에 부대끼며 나는 소리인지, 파도 소리인지 모를, 시원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름 모를 새소리도 함께 들린다. 외딴 곳, 13평의 좁은 공간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자연을 배경으로, 아니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삶에서 중요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거기 있었다.
저서 : 세계도서관기행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