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이 식어버렸어요

정말로2010.05.14
조회475

지금 헤어지자고 하면 남자친구는 분명

우린 아무 문제 없었는데 쟤는 왜 저럴까

역시 떨어져있으니 마음 식어버리는 그저 그런 여자다

그렇게 생각할 거 같네요.

 

남자들 다 똑같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이런 말이나 판에는 '내 남자친구도 그래요' 란 리플이 왜 그리 많이 달리는지...

 

1년 다 되어가는 커플이구요, 전 백조 남친은 학생입니다.

남친은 다른 지방에서 학교 다니고 있구요,

자세히 쓰면 다른 사람들 알까봐 그럴 수는 없구요,

그냥 그렇네요.

 

전 데이트할 때도 돈도 더 많이 내고

챙겨주는 거도 더 많이 챙겨주고

항상 더 보고싶다고 하고 찾아가고

만나려고 이래저래 시간 맞춰가고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궁리하고

항상 만나고 싶어서 발 동동 하다가 못 만나게 되면 실망하고

 

근데 남친은 안 그런가봐요.

항상 자기 공부에 바쁘고 자기 일에 바쁘고

멀리 산다고 저 만날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없으면서

친구들 만나서 술먹을 시간은 있더라구요.

 

전 항상 친구들 만나자고 해도 남친 약속이 먼저인데

남친은 자기 일이랑 자기 친구가 먼저예요.

 

전 남친이 공부할 때 방해한 적도 없고

억지로 만나자고 떼쓰고 칭얼댄 적도 없고

비싼 선물 안 사준다고 삐지기는 커녕 제가 항상 더 비싼 거 사주고

제가 바랬던 건 그저

자기가 바빠서 못 만나는 거면 일주에 한 번, 이주에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표현하고 못 만나서 미안하다고 하고

비싼 선물 아니더라도 기념일에 정말 오천원짜리 머리핀이라도 사왔으면

난 일주일전부터 고민해서 그래도 너무 비싼 거 사면 남친 부담 될까봐

부담 안 되면서도 예쁜 거 고르느라 고생했는데

마치 자기 공부하는데 기념일에 밥먹어주는 것만 해도 어디야

그런 식의 태도 안 취했더라면

전 그냥 기뻤을텐데

 

만나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오라고 한 번이라도 말했으면

차비가 아무리 들어도 시간이 없어도

전 분명 기쁜 마음으로 갔을 거예요.

자기가 올 생각도 없으면서 내가 내려갈까? 무슨 요일에 만나러 갈까? 하면

마치 마지못해 '그래...'하는 것처럼. '그러던가~' 무심하게.

 

자기 공부하느라 힘든 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고,

내가 취업 못해서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면서도

한마디도 투정 부린 적 없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지는 요만큼의 관심도 없는 사람.

 

오늘도 집에 오면서 나보고는 만나자고 말도 꺼내지도 않는 사람.

그러면서 한참있다가 '친구들이랑 술먹으러 간다' 라고 하는 사람.

 

그래, 친구들이랑 만난 지도 좀 됐고

친구들이랑 놀고도 싶겠지. 그래.

예전에는 너무나도 화가 나던 일들이 이젠 정말 이해가 되는 건지

아니면 포기, 해탈한 건지 몇 분 있다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리니

문득

 

서글프더라구요.

 

내가 억지로 남친에게 1등이 되려고 하는 건 아닐까, 욕심을 버리자.

내가 너무 남친에게 많이 바라는 건 아닐까, 욕심을 버리자.

그래 자기 공부 중요할 때고 공부하느라 힘들테니까, 만나고 싶어도 참자.

 

근데 그러다보니 사랑까지 버려지더군요.

 

사귀면서 나만 착한 여자였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도 잘못도 했고 못된 짓도 했겠지만,

 

나만 죽도록 이해하려고 하고

나는 누가 언제 이해해주나요?

 

노희경님의 소설에서

내가 누군가를 죽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나를 죽도록 그리워하지 않았다

란 구절을 보고 감명 받아서 적어도 사랑을 할 때는

난 항상 당신이 죽도록 그립고 보고팠는데...

 

이젠 나도 당신이 보고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