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퇴사하라고 합니다 ^^

너몇살이니?2010.05.18
조회2,187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경험은 그 어떤것보다 값진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남들에 입을 통해서 이것이 아무리 좋다고 들어도.

내 스스로 그 좋은 부분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그건 좋은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저는 이직을 할때

제가 해보지 않은 분야로 이직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런이유로

지금은 상담직을 하고있지요 ^^

나이는 30대 초반이지만,

이 분야에서는 아직 햇병아리입니다.

 

 

아직 햇병아리 신입 상담사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욕을 하고, 성적인 농담을 하는 분들이 계시면

심장이 덜컹덜컹 대기도 하는데요..

 

며칠전 저와 약 10살 정도 차이나는 분에게 들은 욕들이

3~4일이 지난 지금도 귓가에서 맴돌고..

내가 이 나이에 과연 이 일을 하는것이 맞는것일까?

하는 회의감이 들어 이렇게 판에 푸념을 좀 늘어볼까 합니다.

 

 

 

저는 30대 초반, 서울에서 인터넷 장애 상담을 하는 사람입니다.

 

 

입사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나이가 있어 그런지 같이 입사한 어린 동기들에 비하면

조금은 빨리 적응하고 있는 새내기 상담사이지요.

 

 

제가 근무하는 장애상담직이라는 직업은

인터넷이 안되거나 tv,전화가 안됐을때 상담을 받는 부서이다보니

고객님들에 불편한 모든 푸념들을 들어주는 일을 매일 반복해서 합니다.

 

 

어느날은 리니지 하다가 인터넷 안되서 장비 떨궜다고 하시면서

40분 이상을 저와 통화하시며 우시던 고객님도 계셨고.

 

자녀분이 해외로 전화기를 들고 갔는데 통화가 안된다고 하시면서

자녀분에게 무슨일이 생긴거냐고 물어보시는 어머님과도 통화를 한적이 있습니다.

 

손녀한테 메일을 쓰는걸 배웠는데 까먹었다고 하시면서

메일쓰는 법을 물어보시는 할아버님도 계셨고..

 

제 목소리가 너무 이뻐 마구마구 흥분된다고 하시던 자칭 잘생긴 아담님도 계셨습니다. -_-..

 

 

이미 교육을 받는 내내

돌발상황은 언제나 있을수 있음을 숙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일매일 고객님에 말씀한마디, 행동하나하나에 놀라워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제 기억력은 붕어와도 맞먹게 되어,

욕먹고 돌아서면. 바로 "응? 나는 누구?" 하며

상황을 리셋하는 훈륭한 능력을 습득하게 되기도 했지요 ^^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일을 할만 했습니다.

 

그런데 봄이여서 그런가요?

며칠전 저와 통화한 그 남자분은..

정말 죽어도 잊혀지지 않으니 문제가 되네요..

 

 

내일 팀장님께 퇴사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려야할까 봅니다.

 

 

매일 저는 공유기와 싸웁니다.

제가 상담하는 상담내용을 보면 거의 50%에 가깝게

공유기 연결 고객님들이 계세요.

 

저희 회선을 공유기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인터넷 접속을 못하거나 속도가 느려서 씩씩대며 전화하시는 고객님들이

한두분이 아니십니다.

 

 

사실 공유기 관련해서는

거의 대부분에 인터넷 회사들이 상담을 지양합니다.

회선 한대로 여러대 사용하면서 속도 느리다고 하시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깍고 있는데.

어느 회사가 좋아하겠습니까?

 

삼성 핸드폰에 케이스만 LG로 입혀놓고

LG 핸드폰 잦은 장애로 불편하다고 하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공유기가 연결되어 있는 분들이시면

우선 공유기부터 제거를 해봅니다.

 

그러면 공유기 사용자 고객 10명중에 2명을 제외한 8명은 장애처리가 되거든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속도가 느리다고 하시는 분께

컴퓨터 몇대를 사용하시냐고 여쭤보니 회선은 하나로 확인이 되는데

두대를 사용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안내를 해드렸지요.

 

 

" 고객님 그러시다면 공유기로 연결되어 있으신것 같은데요.."

 

그 고객님 공유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화부터 내시더군요.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거냐면서.. 제가 다시 설명을 드렸습니다.

 

공유기라는 녀석은 보내드리는 회선을 두군데로 나누어서 보내다보니

느려질수 있다고. 그러니 우선.... 

 

 

<-- 여기까지 안내를 했네요. 그랬더니 육두문자가 시작되더군요.

 

그럼 내가 불법이냐? 니들 많이 컸다.

예전엔 공유기 사용해도 뭐라고 안하더니, 이젠 돈벌었다고 이러는거냐?

 

아무리 그런게 아니라고 사죄를 드려도 이미 그분은 귀를 닫고 입에 모타를 달기 시작하셨습니다.

 

여성비하 욕.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욕.

그리고.. 제일 못참겠는..

내 부모님을 깎아 내리는 욕..

 

그러면서 대리점에서 공유기 이용해도 100메가 사용할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럴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또 계속 말씀을 하십니다.

가입할땐 공유기 써도 된다고 하더니 말이 이렇게 바뀌냐고 말이죠..

 

사실 공유기 사용하셔도 되요.

정확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 공유기를 떼어놓고 확인을 해보자는거죠.

 

그런데 이 분은 이미 제 이야기는 들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고객이 기사보내라고 하면 보낼것이지 GR하고 깝친다고.........

 

 

네 기사 보내는건 좋습니다.

그렇지만 공유기 관련장애로 기사님이 방문하면

저희한테 뭐라고 하거든요.... 정말 가운데서 치이기도 하고

그렇게 여기저기 기사님 보내면

진짜 장애를 겪는 분은 며칠후로 미뤄지실수도 있어요...

 

 

( 공유기 회사에서 돈을 주고 사셨으면 공유기 고장났을땐 그곳으로 연락주세요 ㅠ

 저희 회사에서만 고객은 아니시잖아요.. 님은 공유기 회사 고객이시기도 하세요. )

 

 

뭐 그분은 그렇게 기사방문을 안내했지만

이미 기사방문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셨습니다.

 

4가지 없고, 개념없고, 남자에 거기 같고, 여자에 거기 같은 상담사가

이미 고객님에 마음을 상하게 했으니깐요.

 

4가지 없고, 개념없고, 남자에 거기 같고, 여자에 거기 같은 상담사는

암컷 멍멍이이고. 이런 상담사를 낳고 미역국을 드신 내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하시더군요....

 

 

하아...

여기서 제 이성에 끈도 끊어졌습니다.

 

 

여러분

약관을 보세요.

공유기 관련 문항이 있습니다.

저는 지역 케이블까지도 다 사용을 해봤지만

공유기 좋아라하는 회사 없어요.

 

다만 고객에 선택이니깐..

 

속도가 느릴수도 있으니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긴 하지만..

 

암튼 이성에 끈이 끊어진 저는 그냥 무덤덤하게 "네. 네. 고객님"만 반복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의가 없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십니다.

 

공유기 제거하고 연결했을때 100메가 안나오면,

3년동안 사용한 인터넷 사용요금을 저보고 물어내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이제 슬슬 올라왔습니다.

 

 

 

"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이라고 했더니

죄송합니다만은 어딨냐고 하시더군요.

죄송합니다면 죄송합니다로 끝내라고..

 

"네 죄송합니다."하고 가만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왜 말안하냐고 또 뭐라고 하시고..

그래서 장애처리에 관련해서 안내를 하면

왜 고객말에 토를 다냐고 하고.. 정말 미치겠더군요.

 

그러고 말을 합니다.

 

 

내가 너한테 욕을했어, 뭐를했어? 라고....

정말 할말도 없고.. 진도 빠지고.. 눈물도 나고...

그랬더니 그럽니다.

 

 

공유기를 빼고, 100메가 안나오면

나는 네가 그 회사에서 일하는거 꼴보기 싫으니깐

퇴사하고, 퇴직서 팩스로 보내라고.

자기가 내가 퇴사하는거 똑똑히 확인 다 할꺼라고.

 

알았다고 했습니다.

퇴사하겠다고.

그랬더니 또 3년 이용요금은 제가 책임지고 물어내라고 하더군요.

이 말도 안되는 어거지...

 

 

그리고 공유기 빼고 100메가 안나오면 죽인다.

공유기 빼고 100메가 안나오면- 너 퇴사하라.

그리고 3년 요금 니 월급에서 까라...

 

 

 

무한반복 2시간.. -_-..;;;

그리고 아악~~ 짜증나! 하면서 자기가 먼저 전화를 끊더군요.

 

 

이제 3~4일 지났습니다.

그치만 그날 그 사람이 저에게 한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서 맴돕니다.

몇개월을 일하면서 이렇게 또렷하게 남는 사람도 처음입니다.

 

여자에 거기를 묘사했을땐 수치심을 느꼈고.

당신이 내 어머니 아버지를 욕했을땐

공부 열심히 해서 판검사 못된 이 못난 딸때문에

괜한 놈한테 욕드신 내 부모님께 죄스럽더군요..

 

 

 

정말 묻고 싶습니다.

내 인격까지 접고.

저 말도 안되는 소리에 네네 수긍하는것이

진정한 서비스인가? 하는.

 

나 역시도 직원이라는 이유로

내 회사에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도 내 회사에 고객인데.

다수에 고객을 위해

나는 희생해야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람들이  전화상담을 하겠다고 했을때

왜 그렇게 기를쓰고 뜯어말렸는지도 이젠 알것 같더군요.

몸이 너무 안좋아서

상대적으로 쉬운직업을 찾고자 해서

앉아서 일을 하고 8시간 칼퇴근인 곳을 찾아온것인데.

 

88세대와 버금가는 급여에 이런 욕을 먹고.

여기저기 치이면서 살아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며칠째 위액이 과다 분비되는 스트레스까지 겪으면서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진지하게 퇴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와 통화했던 고객님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단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써 최선을 다해 살면

대한민국이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으로..   IMF로 어려워진 살림살이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당신... 아니 고객님 저랑 약 10살 정도 차이날꺼라고 생각하는데요...

본인이 직업을 구해서 돈을 벌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남에 밥그릇 깨는건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건 공수레 공수거입니다.

 

지금은 내가 서비스를 하는 사람과 당신이 받는 사람으로 만났지만,

10년후에는 그 입장이 바뀔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러고 살진 마시길 바래요.

 

 

 

저는 내일 퇴사합니다.

팩스번호 불러주시면 보내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