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무리하지 맙시다! 일본에 살면서 느끼는 더치페이의 개념.

개념이라2010.05.18
조회1,837

처음으로 판을 써보네요.

저는 26살 여자 직장인입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현재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더치페이에 관하여 크게 고민해본 일은 없으나

요즘 한국? 혹은 판?에서는 더치페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더군요.

제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제 자신의 더치페이에 관한 개념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제 생각도 정리할 겸 해서.. ㅋ)

 

적다보니 길군요, 관심없으시면 패스해주세요-ㅋ

(베플 예상 길기만 하고 재미도 없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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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간의 더치페이>

1. 대학교 선배와...

팔팔한 나이, 청춘의 대학축제를 즐기고 있던 어느 날.

동아리 부스를 지키고 있는데 남자 선배가 그러는 겁니다.

편의점 갈테니 원하는 거 시켜!

 

그 때가 대학교 2학년..

일본에 입학하기 한 달전에 온 이후로 그 누구에게도!! 단 한번도!!

과자 쪼가리 하나 얻어먹어 본 적 없던 저는...

드디어 쥬스 하나 얻어먹어보는가..!! 싶어 망설임 없이

카고메 야채쥬스요!!! 를 외쳤습니다... (네...다이어트 중이였습니다-_-)

 

선배 고맙습니다..

그랬더니 선배가 헉헉대며 나에게 야채주스를 건네주며 하는 말..

괜찮아.. 105엔이야...

 

105엔이야..........

 105엔이야.............

 

솔직히 이 때만 해도 전 데이트에서만의 더치페이가 아니라

선후배간의 더치페이에도 익숙치 않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난 공평한 여자야.. 난 당당한 여자야!! 무조건 내 몫은 내가!!

를 외쳐도, 한국에서 18년을 자라왔는데..

-_- 선배가 고작 1000원짜리 쥬스를 사주고 돈을 받는다는게

뭐 제 딴에는 익숙치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선배가 사주는게 고맙다기보단 당연한거고..

네.. 제가 개념이 없었던거죠-_-

 

솔직히 그 때 저에게 105엔을 요구한 선배는 쪼잔한 선배가 맞긴 맞았습니다만,

한국에선 연장자와 함께 있을 때 밥을 먹든 술을 먹든..

무엇을 하든간에 연장자가 돈을 다 내거나, 혹은 많이 내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 되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에 방학때마다 놀러갈 때면...

신입생때는 그렇게- 어느 선배를 뜯어먹을까 고민하던 친구들이

2학년이 되면서 어떻게 하면 뜯어먹히지 않을까를 고민하더군요 ㅋ

 

그건 뭐 한국만의 대학가 풍속이니 굳이 비판할 필요는 없지만

(그리고 전... 그런 거에 굶주려있었습니다-_- 재밌어보이기도 하고)

문제는 사교성 좋고, 그런 걸 원하는 사람들이야 좋지만,

얻어먹기도, 사주기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참 곤란해보이더군요.

 

2. 직장 선배와..

직장을 다니면서 가끔 선배나 상사와 까페를 가는 일이 생기는데,

입사 3년차 여지껏 커피 한 잔 얻어마셔 본 적이 없습니다.

술자리 또한 가끔 있습니다만

공짜로 가본 적은 환영회 빼고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처음엔 고작 커피 한 잔인데...신입사원이라 술값 부담스러운데..

이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분들이 저에게 뭘 사줘야할 의무는 없는거죠.

내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한거죠.

한국에 있었다면, 회사돈으로 먹거나 부장님이 내신다거나 한다는 소리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장님이나 다른 윗분들이 계속 사주신다면,

그 분들께도 부담이 되고, 공평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은 그만큼 버니까.. 하는 분들도 많이 봤는데요,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많이 버는만큼 쓰는 일도 많다고 생각하고

그 분들 처자식도-_- 있는데, 남에게 의무적으로 쓸 일은 없다고 봅니다.

호의로 내주시면 그건 감사한거죠..

이걸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계신 거 같습니다.

 

참고로 저희 회사는 술자리를 가질 때

미리 예산을 짜고 직급별로 회비를 나눕니다.

부장급 얼마 과장급 얼마 대리급 얼마.. 이런 식으로.

금액에 차이는 둡니다만, 엄청난 차이는 없습니다.

 

<데이트할 때의 더치페이>

이 애기만 나오면 온라인상에 싸움이 터진다는-_-

 

제 남자친구는 일본인인데, 저희는 더치페이합니다.

일본사람들은 모두 더치페이한다는 선입견 가지신 분들 간혹 계시는데

사람마다 다릅니다.. 제 친구(일본인)는 어차피 자기 아내 될 사람인데

돈쓰는 거 아깝지 않다고 데이트비용 전부를 자기가 지불합니다.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며 더치페이 할 때는..

네.. 좀 섭섭한 감정도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너, 네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돈 다 내줘가면서 데이트하는데 너넨 딱 반띵씩이냐??

얻어먹어보지도 못한게냐?!

하시며 저를 약올리기도 하시지만 은근히

내 딸이 뭐가 못나서 공주 대접도 못받고..

하는 섭섭한 마음으로 그런 말씀 하시는거 다 압니다.

 

하지만 엄마... 당신 아들 생각해보쇼-_-

걔가 여자친구한테 데이트랍시고 돈 다 갖다바치면..엄마는 기분 좋겠수?

 

저도 처음엔 섭섭하지 않은거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뭐 더치페이라고 해도 냉철하게 1엔단위까지 반띵하는 것도 아니고,

계산할 때 되면 둘이 나란히 지갑 꺼내서 나온 금액의 대충 반씩 냅니다.

간혹 잔돈이 없어 반씩 못내면 서로 번갈아가면서 쏠 때도 있구요.

물론 특별한 날에는 남자친구가 쏘거나.. 선물을 주거나..할 때도 있고

무조건 반반씩 하자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니기에

에이.. 그러면 남녀사이에 너무 정이 없자나.. 하는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전 일본에 산 지가 오래되어 한국적인 감각이 무뎌진다는 생각이 요즘 드는데

그래도 딱 반띵하고 이러면 너무 딱딱하게 군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더군요 ㅎ)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는 남자친구라

어차피 네 돈도 내 돈, 내 돈도 네 돈 할껀데

(결혼해서도 각자 돈관리 하실 분도 계실테지만, 저희는 같이 관리할꺼라서)

네 돈이라 안아깝고 내 돈이라 아까운 것도 아니고..

저희는 회사 동기라서 버는 돈도 거의 같습니다.

서로 형편을 아니, 무리하지 않고 돈의 개념에 대해 솔직해질 수 있는 것도

더치페이를 하면서 섭섭하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만약에.. 한쪽이 학생이고 한쪽이 직장인..

혹은 양쪽 다 직장인이지만 한쪽이 월등히 많이 벌 때..

이럴 때 더치페이는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데이트하면서 어디를 가든 뭘 하든 뭘 먹든간에

좀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쪽이 만약 더 내준다면

그건 매우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쪽만이 돈을 더 낼 의무는 없는거니깐요.

 

그런데 다른 글에서 Dutch님이 말씀하셨듯이

남자가 더 내는게 당연한거다.. 남자니까..!

돈 많이 버는 쪽이 더 내는게 당연한거다.. 돈이 더 많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감사하다는 마음도 없이, 말도 없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거겠죠.

 

그럼 돈이 없는데 어쩌라고요.. 돈없는 사람은 데이트도 못하나요??

있는 사람이 더 내서 재밌는 데이트 하면 안되나요?? 하시는 분...

상대방이 돈을 더 내줌으로서 풍요로운 데이트를 할 수 있게된다면

최소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십시오..

난 여자니까..난 돈이 없으니까.. 난 학생이니까.. 난 공주니까??-_-

일단 그런 개념부터 싹 때려치워주세요.

돈 없으면, 돈 없는대로 데이트 하십쇼 제발-_-

왜 돈 없는데 영화봐야되고 까페 가야되고 남들 하는거 다 해야합니까?

없으면 없는대로 재밌는 데이트를 고안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왜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돈을 자기 돈처럼 여겨서 이곳저곳 다 끌고 다니며 쓰게 만드십니까, 자기 돈도 아니면서...

 

그리고 남자는 인간 아닙니까?

남자도 그 돈 거저 버는 거 아닙니다..

여자친구를 위해서 번다고 한들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거고

더치페이도 안하는 주제에 돈 내주는거 당연하게 생각하면

남자친구가 들인 시간과 노력.. 무시하시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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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를 하시기 싫어하시는 여자분들,

남자친구가 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편으론 남자친구가 돈을 쓰는 것이

나를 위해 그 정도 못해? 그 정도도 못써?

하는 애정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되어

그러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모르겠어요.. 한국 여자들은 어느 정도

남자친구가 무리를 해서라도,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해서라도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애정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가; 워낙 국민성이 감성적이여서 그런가.

저 역시 그런 경향이 없는 것 아닙니다.

 

그래서 무리하고 있다는걸 알면서도 비싼 선물을 해주고,비싼 곳에 데리고 가주면

나를 위해 힘들게 그 정도 해주었다는 것이 감동적이여서

더욱더 남자친구에게 요구를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뻔히 부끄러울 꺼라는걸 알면서 사람 많은데서 사랑한다 외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ㅋ)

 

하지만 어느 한쪽이 무리를 한다는건,

그만큼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걸 유념하시고,

서로가 서로에게 돈이 아니라 마음을 써주는 관계가..좋은 관계.. 쿨럭

쓰다보니 더치페이에 관한 개념을 쓰자는건지

내가 누구를 가르치려드는건지 원-_- 죄송합니다. 암튼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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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할 때는 고민이 더치페이정도였는데,

(뭐 고민까진 아니지만..전 더치페이 떳떳하고 좋습니다.

내 남자가 소중하면 내 남자 돈도 소중하니까요.)

요즘 결혼을 생각하다보니

한국의 결혼풍속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왜 남자는 꼭 집을 해와야하는지.. 여자는 혼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글에 보니까 24평 전세도 못해오는 남자랑 결혼해도 되나요

뭐 이런 내용 있었던 것 같은데-_-

베플은 그것도 못해오냐 이런 능력없는 남친 같으니.. 뭐 이정도?-_-

... 24평 전세가 애 이름입니까.

할 말 많습니다만 글도 길고 뭐 제 친구 얘기도 아니니 여기서 접고

나중에 결혼풍속에 관한 글도 한번 써보고 싶네요..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리지만

전 여잡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