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깡패 같은 애인

손민홍2010.05.20
조회1,116

 

 

 

내 깡패 같은 애인

2010

 

김광식

박중훈, 정유미.

 

8.5

 

「배운 사람의 루저 연기」

 

이 영화가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어디 하나 지나친 구석이 없어서이다.

웃음 유발을 위한 억지설정도 없고

졸렬한 시궁창 개그가 활개치지도 않는다.

 

'박중훈'은 언제나 그가 아니면 안될 역할들을 해왔기 때문에

『해운대』에서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졌다.

굳이 그가 하지 않아도 될 역할이었다.

하긴, 그 때 맺어진 '윤제균'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하니

어찌보면 잘 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라디오 스타』로 '안성기'와 함께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을때

"조연, 단역 가리지 않고 하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힌 그가

주연으로 돌아온 첫 작품에서 깡패 역할을 맡았다.

그것도 조직에서는 애물단지 취급받고 민간인에게는 맞고 다니는 루저 깡패다.

나름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박중훈'은

왜 이런 역할이 부족함없이 배우며 살아온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너무나도 진한 페이소스가 그의 얼굴에서 묻어나오기에

우린 다시 그를 진정한 배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느낌을 한국영화를 보며 받은 건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 이후로 실로 오랜만이다.

 

'정유미'가 대변하는 88만원 세대의 비극적 운명은

그 자체로 아련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뭔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를 나는 참 좋아하는데

심지어 이번 영화에서는 뭔가 울먹이는 듯한 표정까지 자주 보여주며

나를 스크린 가까이로 끌어들이더라.

'토요일 밤에'를 절도 있는 안무와 함께 열창(?)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신나게 웃고 있던 극장 안 사람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인지 궁금했지만

뭐 개인의 취향이기에 두 눈에 줬던 힘 이만 풀란다.

 

관객 대부분이 원하는 그것,(특히 이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부터는 더더욱)

하지만 연출자의 욕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은근한 집착때문에

구현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그것, 바로 해피엔딩.

『내 깡패 같은 애인』은 근래 들어 가장 묘하게 적절한 해피 엔딩을 그려낸 것 같다.

그것에는 특별할 게 없다. 그래서 받아들이기에 부담감이 없어 좋았다.

 

잘 됐으면 하는 한국영화가 나온 것 같아서

이런저런 딴지 걸지않고 간만에 호의적인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본다.

 

bb.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