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스무살 살기가 싫어요

.2010.05.23
조회1,420

아침에 썼었는데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더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싶어서

다시 올려써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스무살이 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자에요

  

여대생이라고 어디가서 떳떳하게 말하고싶지만

대학에 붙었어도 가정형편때문에 세학교 다 포기하고말았네요ㅎㅎ

 

제가 어렸을땐 솔직히

다른집에 뒤쳐진다고 생각안해봤어요

남보다 덜가진것도 없었고

하고싶은거 갖고싶은거 다 하면서 살았으니까요

 

 

근데 중학교에 올라와서 할짓못할짓

다해본거같애요 하다못해 아빠까지 학교에

와서 여러 선생님들한테 머리조아리게만들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아빠가

점점 이상해지는걸 느꼈어요

하루는 아빠 행동이 너무 이상해서

핸드폰까지 훔쳐봤는데

여자랑 한 문자가 되게 많더라구요

자기 보고싶은데 와줄수있냐고 뭐 이런식의 문자들

 

 

그러다가 중3때 아빠가

또 친구분한테 보증을 잘못서서

집 전체가 파탄이났어요

 

 

중3말에 두분이서 나란히 앉으셔서

저랑 제 동생한테

엄마아빠 오늘 이혼도장찍고왔다

하지만 완전히 헤어진건 아니니 걱정말아라

이 빚 다 갚으면 그땐 넷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자..

이러시더라구요

그때 정말 울거 다 울어본거같아요

 

 

그렇게 엄마아빠가 헤어지고나서 엄마랑

베란다를 청소하다가 어떤 여자가 아빠한테

써준 편지가 있더라구요..

 

 

난 당신의 파트너일뿐이냐

그래도 사랑한다 좋아한다

딸 둘까지 자기가 책임질수있다....

 

 

그거보고선

아빠에 대한 배신감, 엄마에 대한 측은함이

동시에 겹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 또 울었는데 엄마는 이제

이런거엔 눈물도 안난다고.. 저희엄마 진짜

곱게 자라시고 집안일만 하셨거든요 요리도 잘하시고

 

 

근데 이젠 주방에서

일하러다니세요 몸이 아파도 못쉬고

날씨가 궂어도 어떡해서든 나가시고 들어오시면

쓰러지듯 주무시고..

 

 

 

아빠랑 헤어지고나서

집문제가 가장 컸는데

운좋게도 바로 옆동네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게되서 지금은

엄마랑 동생, 저 이렇게 셋이 살고있어요

 

 

근데 동생이 이제 고등학생이

됐는데 의상디자인과라서

돈이 무지하게 들어가거든요

저도 대학포기하고 일을 하고있는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입학금에 교복비에 재료비에 이것저것

재료비 한번 내야될때마다

8~10만원씩 깨지니까..

근데 그거까지 엄마한테

말하기는 제가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몰래 동생한테 얼마 안되지만

일이만원씩 더 얹어서

맛있는거까지 사먹고 오라고

절대 친구들앞에서 기죽지말고

용돈떨어지면 언니한테 말하라고..

 

 

 

그러다가 2010년 되서부터 엄마가

진지하게 말씀을하시더라구요

아빠가 생활비를 안보내준지 두달이 넘었다

이제 엄마도 포기했다

니가 일하는거에서 한달에 백만원씩만

엄마한테 보태줄수있냐고..

 

 

말씀하시면서 엄마가 죄인이다

진짜 딸한테 이런말하기

자존심상하고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숨고싶고 말할까말까도 많이 망설였다고하시더라구요

 

  

엄마 저한테는 처음에 생활비가

모자란다하셨는데 한달전에 말씀하시더라구요

여기 이사올때 대출받은거 이번 10월이면 갚는거 끝난다고

10월달까지만 화이팅하자고...

 

 

그때부터 매달 엄마한테

100만원씩 드렸어요

근데 솔직히 지금 제 나이에

대학도 못갔고 하는일이 대단한일도

아니고 조금밖에 안되는 월급에서

 

 

엄마 돈드리고 동생한테 들어가는돈하니까

답이 안나오더라구요..

엄마 돈 드리기 시작했을때부터

저한테 들어간건없어요

 

옷사고싶어도 꾹 참고 그나마 겨울옷이

많았었는데 요근래까지 쌀쌀했잖아요

하늘한테 그것마저 감사하더라구요..

먹고싶은것도 다 참아가면서..

 

 

근데 이번달에는

못드리게생겼거든요

돈이 자꾸 어디로

새나가는지를 모르겠어요

후.. 5월달에 행사가 많고

동생 학교에서 빠지는 돈이 너무 많다보니까

못드리게생긴거에요

 

 

엄마는 날짜가 다가오니까

문자를 보내셨는데 제가

못드린단 말을 하기가 너무

미안해서 씹어버렸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자고 일어나니까 책상에

쪽지가 있더라구요..

 

 

돈얘기하는 엄마도

자존심 엄청 상한다고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엄마한테 문자를 했죠

 

 

엄마 미안한데 이번달은 안되겠다고..

엄마도 연락이 없으시더니

집에 들어오셔서 말을 하는데 엄마가

 

 

이것도 못도와주냐

엄마 주는거 아까운거안다

동생한테도 니가 다 해주는거

아는데 엄마도 이렇게 살기싫다

 

이런 말씀을 언성을 높이면서 하니까 저도 순간 욱한거에요

 

 

왜 엄마아빠가 헤어진걸로

내가 피해받아야되냐고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에서

이쁜 사진 찍어서 싸이에 올리고싶고

과제때문에 머리 꽁꽁 싸매보고싶고

MT가서 즐겁게 놀아보고도싶고

방학기다리면서 새친구들하고 놀러갈 계획도 짜보고싶다고

대학증가지고다니면서 나 이제 스무살됐다고

 

 

그렇게 자랑하고싶은데

나 돈이란거때문에 기껏 붙은

대학 세개도 다 포기하고 지금 이러고 살고있다고..

 

엄마 가슴에 못박는

말만 해버렸어요

진짜 이게 하루하루 사는거같지가않아요

고등학교 졸업하고나서

대학 못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 제가 움츠러드는거에요

지방대붙어서 밥도 잘 못챙겨먹는

자취하는 친구들까지 부러워질정도로..

 

 

중학교때 엄마아빠

이혼하시고나서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래서 중학교친구들한테

싹 잠수타고 고등학교에서 공부만하고.. 

 

고등학교도 졸업하고나니깐 대학에

붙었어도 못갔다는 그

소외감, 열등감때문에 죽고못살던

친구들한테마저 싹 잠수타버렸어요

 

 

하여튼 이번 26일까지 엄마한테

100만원 드려야하는데 솔직히 사채에 손대볼까하거든요

저 진짜 많이 고민한거에요

 

지금 일하는데서 미리 받는것도 안되고

다른 금융권은 일단 91년생이라는 이유로 안되고

사채는 미성년자도 된다고해서요

 

딱 100만원이면되고 한달반정도면

상환가능한데 사채..괜찮겠죠?

진짜 저거아니면

이번달에 엄마돈드릴데가 없어요

엄마도 저도 다른 사람한테 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무조건 우리 모녀가 벌어서 쏟아부어야되는데..

 

 

지금 상황에선 사채나 일수가 제일 낫겠죠?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