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농부'의 작은 깨달음

.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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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판에 글을 써보네요^^

 

예전에 '도시 촌놈'의 농부성장기를 쓴지도 벌써 한달이 되어가네요. 사실 5월 이 한달은

참으로 많은 고민과 여러가지 생각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도 감히 말할 수 있겠네요.

 

 간단히 제 소개를 하자면 경기도 광주에서 숙주와 여러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24살 초짜농부입니다^^;; 미흡하지만 농부라는 명칭을 감히 한 번 써봅니다. '도시 촌놈'보다는 이 명칭이 좀 더 어울리겠네요^^ 앞으로는 자신있게 농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번 달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숙주나물의 종자인 녹두값의 상승과 5월 봄나물등의 등장, 거기다 뜻하지 않은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정말 늘 긴장하며,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정말 체감이 될 정도로 무시무시했습니다. 녹두값은 30%정도  오르고, 박스값, 비닐값 거기에 기름값도 무시무시하게 오르니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 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습니다. 가락시장에서도 숙주의 가격을 올리자는 재배업체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 마저도 참석률이 적어서 흐지부지 되어버렸습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 모임에 떨리는 마음으로 갔었지만 그 회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물론 돌아올때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웠습니다.

 

 시장에는 봄나물의 등장으로 숙주의 수요도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거기에 갑작스런 뜨거운 날씨에 더욱더 힘들게 되었네요. 사실 이 부분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생산할수록 손해보는 숙주생산이 그나마 수요가 줄어서 손해가 덜 생긴다는 위안입니다... 뭐 작은 위안이 되겠네요.

 

 5월엔 거의 매일 새벽에 시장에 나가 거래처를 돌아보고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그나마 거래처 분들의 속풀이와 저에게 위로를 해주셔서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거 어떻게 살아야하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 분들과의 대화에서 서서히 힘을 얻어갔습니다.

" 너는 너대로 성실하게 하면 된다 "

" 조금 힘들겠지만, 결국 잘 될꺼다 "

" 젊은 놈이 뭘 그리 걱정이야. 이정도가지고 풀 죽어있으면 난 벌써 죽었어"

" 같이 힘내보자 "

이런 말들을 건네주시며, 어깨를 두드려주셨습니다. 물론 이러한 말들은 제가 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되었고,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불안감과 뭔가 막혀있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시간을 내서 대학에 갔습니다. 각자 사업들로 바쁜 선배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 정보들도 교환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나이 드신 교수님 한분이 저희가 얘기하고 있는 방에 들어오셨습니다. 그 분은 학교 다닐 때 제게 영농설계를 가르쳐주셨고, 창업논문을 쓸 때 지도 교수셨는데, 깐깐함과 무서움으로 유명하신 분이셨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그 분은 슬며시 저희들을 보시며 반갑게 인사하셨습니다.

" 다들 오랜만이네. 사업들은 잘 되시고? "

그렇게 짧지만 짧지않은 그렇다고 길지만 길지않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옛날 독일시절 이야기, 등산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저희는 경청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가장 젊은 저에게 한마디 건네셨습니다.

" 젊은 친구, 돈을 벌고 싶나?"

물론 저는

" 솔직히 벌고 싶습니다. 좀 많이요^^ "

교수님은 빙긋 웃으시며

" 물론 돈 버는게 좋지. 하지만 돈은 버는게 아니야. 돈은 따라오는거야"

순간 문득 제 눈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은 이야기를 계속 하셨습니다.

" 자네가 바른 생각과 성실하게 일하면 돈은 벌리는게 아니라 자네를 따라오게 되있네.

 급하게 돈을 벌려고만 하면 돈은 자꾸 멀어져가지.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면 물론

 돈은 자네를 따라올꺼야.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살만하지. 그렇지않은가?"

저는 멍해져서 그냥 쳐다봤습니다.

 " 각박한 사회에서 경쟁하는게 힘드나?"

다시 한 번 교수님께서 물어보셨고, 저는 또다시 말없이 그냥 쳐다봤습니다.

" 경쟁이란 의미가 없어, 다들 피튀기는 경쟁을 한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상 자신과의 싸움

 이지. 경쟁이란 이미 높은 자리에 올라선 자가 만들어낸 후발주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단어에 불과해. 자네들은 자네들대로 행복한 삶을 살면 되는거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그것만큼 의미있는게 어디있겠나."

그 말을 들고나서 가슴이 갑자기 뻥 뚫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 아 내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구나,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어.'

물론 학교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습니다. 거짓말을 약간 보태면 날아갈 것같았습니다. 잃어버렸던 보물을 찾은 느낌이랄까 솔직히 그 기분은 글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네요. 제목에서처럼 작은 깨달음일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동안 어리석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샌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과 손해를 보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생각들이 열심히 해도 안된다라는 생각을 조금씩 들게 하였고, 시간이 갈수록 저의 고민과 불안이 커져갔던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꿈꾸던 농업을 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가장 원칙적인 것을 잊고 있었으면서, 안개속에서 헤매이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지금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농업을 하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