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들렸네요

콘돔201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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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 혹은 세런디피티 (2)...


지난 5월초 7 ~ 10일까지 대략 4일간
한국에서 여기저기 싸돌아다닌 얘기를
뒤늦게 적어보는 것인데...


1.
대구, 경북대 정문 주변은 언덕이던데,
그 아래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던
까아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봤다.

한참을 지켜봤더니,
나름 주변을 경계하고 조심하긴 했지만,
그런 모습이
마치 누가 시켜서 안 하면 안되는 일을
그저 습관적으로, 건성으로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건 아마 외부적인 위험보다도
배고픔이 더 컸기 때문 아닐까...


사료를 좀 사다 놓아주려고 했는데,
고양이 사료 파는 곳을 그 근처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까만 새끼 고양이 '네로'는
작은 체구에 비해 제법 묵직한 봉지를 끌어내서는
입으로 끌고 백스텝으로 ㅎㅎ 모습을 감췄다.

누군가 먹다가 반쯤 남기고 버린 빵 같기도 했는데,
아무쪼록 건강하여라...



2.
놓고 온 아이폰을 찾으러 되돌아간
마산 아구찜 골목 할매집에서
원조인 할매의 아드님인지 사윈지 손자인지 모를,
인상 좋은 카운터 아자씨는
보관하고 있던 내 폰을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꺼내주셨는데,
황송하고도 고마웠다.
ㅎㅎ

아, 그 할매집은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남녀 학생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조금 산만한 느낌은 있었지만,
조심스러웠고,
친절하고,
바지런했으며,
매사 긍정적이었다.

다소 투박하고 소박한 면은 있었으나,
성의와 진심이 느껴지는 서빙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투리 액센트와 발음은 매우 귀여웠다.
특히,
여자아이들...ㅎㅎ



3.
여행(?) 첫날...

전국은 바야흐로 일박이일로 물들었다.
한 인기 TV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어딜 가나
일박이일 촬영지네,
강호동이 왔었네,
이승기가 갔었네...


그 수많은 일박이일 촬영지 중에
가장 대박은 아마
속초의 생선구이 집이 아닐까 싶다.

<가을동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속초 아바이 마을...

편도 200원짜리 갯배로 건너 내리자마자 정면에 있는
생선구이집은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문전성시다.
강호동 얼굴과 일박이일 플래카드 아래서
대여섯 팀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뒷편을 돌아서 살펴보니
서너 명의 아줌마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데,
얼굴 표정은 무표정이다.
피곤함과 바쁨에 쩔은듯한 그런 표정...

물론, 그 뒷 골목 다른 생선구이 집들은
파리만 날리고 있었고...


당시 방영된 일박이일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때 속초 아바이 순대를 소개하는 것이 원래의 콘티였던 모양이지만,
김C의 대본에 없는 갑작스런 멘트와 소개로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순대국집을, 다른 한 팀은 생선구이집을 향했다.

때문에 일박이일 팀이
별도로 생선구이집을 섭외할 계획도 여유도 없었을 것이고,
바로 눈에 보이는 집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생선구이집 입장에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 우연히 맞이한
대박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 생선구이 집의 입지, 즉 위치다.
그 위치에서 가게를 열고 시작한
쥔장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라는 얘기다.


그런 거 보면,
세상은 얼핏 울퉁불퉁, 불평등하고, 불공정해 보이지만,
한편 어떤 식으로든 노력 없이는 결과도 없다.

좋은 예는 아니지만,
로또 1등은 최소한 로또를 사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물도 치지 않은 채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세상을 한탄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궁금해지는 것 하나...

파리만 날리는 주변의 생선구이집들은
그 집의 우연한 행운, 즉 세런디피티를
진심으로 축하할까,
아니면
배 아파 할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