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투표할 수 있는 그 날, 올까요?

모데임20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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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21살 휴학생입니다.

엄마 출근하시는 시간에 맞추어서 아침에 같이 나가서

서울시민으로 8표를 행사하고 왔습니다!

저희 엄마는 선거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시는데요...

원래 투표 하게 되면 하고, 안하게 되면 안하실 생각이셨답니다.

그래도 제가 겨우 설득해서, 출근시간 8시에 늦지 않게 투표를 마치셨습니다.

엄마랑 어제 선거 공보물 보면서

엄마, 서울시장은 이 사람 뽑고~ 비례대표는 이 사람 뽑고~

하면서 서로 많이 의논하고 가서 뽑았습니다...^^

생애 첫 표를 엄마와 함께 잘~~ 행사하고 왔죠.

 

 

그런데,

저희 아빠는요.

투표 안하신다고 합니다.

아니 못하신다고 합니다.

저희 아빠는 62년 생이시구요.... 소위 막노동일을 하십니다.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요즘 일하고 계세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담배 한 대 피시고, 샤워하고, 아침 드시고

4시 30분쯤 일터로 출근하십니다.

일은 보통 오후 6시에 끝나시고, 집에 돌아오시면 7시 30분쯤 됩니다.

주말에도 거의 매일 나가시구요.

 

 

아빠가 쉬지 못하시는 이유는요.

곧 있으면 대학생되는 남동생때문에 일을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놓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 곧 있으면 장마철이지 않습니까. 장마철 되면 일주일, 이주일.... 내리 쉬어야 되는 상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건설현장에서 하는 일이란게 그렇죠... 겨울에는 폭설 오면 또 내리 쉬어야 되고...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오는 거죠. 그래서 요즘같아선 매일 같이 일하십니다.

 

 

"아빠, 내일 투표 하고 가면 안돼?"

"아빠, 내일 일찍 마치고 돌아오면서 투표하면 안돼?"

라고 몇 번 물어봤지만... 일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게 아빠의 대답입니다.

오후 8시 30분만 되면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잠 드시는 아빠한테

더이상 투표를 하라고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겨운 말이겠지만,

아빠의 레파토리는 '뽑아봐야 그 놈이 그놈이다.'로 확고하십니다.

즉, 하루 일을 빠져가면서 투표를 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게 아빠의 생각이셨습니다.

 

 

저희 엄마와 저는 시의원, 구의원 비례대표로 진보쪽 정당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투표를 하고 나오면서 한숨만 나오더군요.

노동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진보신당......

그런데, 선거일에 나와서 투표를 할 노동자들이 있긴 한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힘들게 사는 노동자들은 선거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합니다.

선거일이라 놀러간다는 것도 남의 얘기입니다.

일용직 근로자로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처지에,

하루 일 안하면 가계에 너무 타격이 큽니다.... 그래서 투표를 선택하지 않고 늘 똑같이 새벽에 일을 나가는 쪽을 선택하셨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투표 안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권리를 포기한 것은 본인 잘못이고, 본인이 져야 할 짐이겠죠.

하지만, 최소한,

국가는 투표를 정말 장려하고 싶다면 선거일을 확실한 공휴일로, 빨간날로 만들어주는 강한 조치를 취해줄 수는 없는걸까요?

노동자들도 마음 편히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는 없는걸까요?

 

요즘 제가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중인 모 대기업은 오늘이 당연히 휴일임은 물론,

선거 끝나고 아이들과 놀러갈 생각하시는 것 보고.... 참 저희 가족, 저희 동네와는 딴 세상이다 싶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가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못사는 동네라서 그런걸까요?

왜 저희 동네는.... 임시 공휴일과는 별개인 것처럼

늘상 같은 출근의 풍경이 반복되고 있는지.... 너무 답답합니다.

결국 잘 사는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 마저 듭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단 한번도 투표를 하지 않으신 우리 아빠...

언젠가는,

아빠가 마음 편히 투표를 하실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