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개막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20여 일.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사령탑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고 있다. 그들이 내린 최후의 선택으로 각 국가의 월드컵 성적은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32개국 사령탑의 마지막 선택은 특히 중요하다. 허정무, 디에고 마라도나, 파비오 카펠로, 카를로스 둥가는 풀기 힘든 문제 앞에 놓여 있다. 그들은 모두 딜레마에 빠져 있다. 너무 많은 선택지를 앞에 둔 누군가는 행복한 고민에 휩싸인 반면, 또다른 누군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좌불안석이다. 그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고민은 또다른 고민을 낳을 뿐이다. 허정무호가 속한 B조 4개국과 월드컵 우승후보 국가들의 감독들은 오늘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투톱 파트너로 누구를 기용해야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카펠로 감독은 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카펠로와 마라도나의 고민은 질적으로 다르다. 마라도나가 너무 많은 공격수를 보유한 까닭에 누구를 기용해야 알 수 없는 ‘행복한 고민’이라면, 카펠로는 루니를 제외하면 믿음직한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한 탓에 누구를 기용해도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불행한 고민’이다. 잉글랜드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루니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2009~2010시즌 현재 유럽축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를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웨인 루니를 선택하겠다. 부상으로 주춤하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한 루니의 활약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카펠로 감독에게 커다란 웃음을 선물했다. 루니는 메시의 활약이 없었다면 2010년 FIFA 올해의 선수와 유럽 올해의 선수를 동시 석권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활약으로 축구팬들을 매료시켰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고,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9골(9경기)을 터트리며 잉글랜드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인물이 바로 루니였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루니의 활약은 장마철에 쏟아 붓는 폭우처럼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루니 역시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음미하며 축구 자체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카펠로 감독은 루니의 맹활약이 오히려 걱정스럽다.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월드컵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이미 데이비드 베컴(AC밀란)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카펠로 감독은 루니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거나 본선에서 100%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다. 루니는 발목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 출전하며 주위의 우려를 샀다. 마르코 판 바스텐은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루니의 출전은 선수생명을 단축하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라고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2009~2010시즌 동안 맹활약을 펼쳐온 루니가 무리한 경기 출전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월드컵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 시나리오는 쓰레기통으로 던져질 수밖에 없다.
카펠로의 마지막 숙제
카펠로 감독의 고민은 또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루니가 부상을 입자 팀 공격을 이끌 적임자를 찾지 못한 채 답답한 공격을 펼쳐야 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높은 기대를 받았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토트넘 시절에 보여주었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루니와 함께 팀 공격을 책임질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한 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잉글랜드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 그들은 루니의 투톱 파트너로 활약한 마땅한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했다. 저메인 데포, 피터 크라우치(이상 토트넘), 대런 벤트(선덜랜드), 칼튼 콜(웨스트햄), 에밀 헤스키(위건) 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속 시원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앨런 시어러와 마이클 오언이 투톱으로 활약한 유로2000 이후 공격수 문제로 고민을 거듭해온 잉글랜드의 고질적인 약점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드는 순간이다.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루니의 투톱 파트너가 마땅치 않다면 4-4-2시스템을 버리고 4-3-3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카펠로 감독은 자신만의 확실한 축구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는 법도 없다. 결국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4-2-2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카펠로 감독은 잉글랜드가 보유한 공격 자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루니의 투톱 파트너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헤스키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루니의 득점 부담을 덜어주기를 원한다면 데포가 루니의 투톱 파트너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국민들은 크라우치와 데포 중 누가 루니의 투톱 파트너가 기용되더라도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루니를 바라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루니와 함께 투톱으로 뛸 공격수들을 생각하면 답답함을 억누르기 힘들다. 루니의 투톱 파트너는 오랜 기간 풀리지 않은 프랭크 램퍼드(첼시)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의 공존 문제를 해결한 카펠로 감독의 마지막 과제다.
잉글랜드 축구의 고민, 루니의 짝은 누구?
[스포츠온 2010-06-02]
월드컵이 개막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20여 일.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사령탑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고 있다. 그들이 내린 최후의 선택으로 각 국가의 월드컵 성적은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32개국 사령탑의 마지막 선택은 특히 중요하다. 허정무, 디에고 마라도나, 파비오 카펠로, 카를로스 둥가는 풀기 힘든 문제 앞에 놓여 있다. 그들은 모두 딜레마에 빠져 있다. 너무 많은 선택지를 앞에 둔 누군가는 행복한 고민에 휩싸인 반면, 또다른 누군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좌불안석이다. 그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고민은 또다른 고민을 낳을 뿐이다. 허정무호가 속한 B조 4개국과 월드컵 우승후보 국가들의 감독들은 오늘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투톱 파트너로 누구를 기용해야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카펠로 감독은 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카펠로와 마라도나의 고민은 질적으로 다르다. 마라도나가 너무 많은 공격수를 보유한 까닭에 누구를 기용해야 알 수 없는 ‘행복한 고민’이라면, 카펠로는 루니를 제외하면 믿음직한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한 탓에 누구를 기용해도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불행한 고민’이다. 잉글랜드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루니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2009~2010시즌 현재 유럽축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를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웨인 루니를 선택하겠다. 부상으로 주춤하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한 루니의 활약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카펠로 감독에게 커다란 웃음을 선물했다. 루니는 메시의 활약이 없었다면 2010년 FIFA 올해의 선수와 유럽 올해의 선수를 동시 석권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활약으로 축구팬들을 매료시켰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고,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9골(9경기)을 터트리며 잉글랜드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인물이 바로 루니였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루니의 활약은 장마철에 쏟아 붓는 폭우처럼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루니 역시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음미하며 축구 자체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카펠로 감독은 루니의 맹활약이 오히려 걱정스럽다.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월드컵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이미 데이비드 베컴(AC밀란)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카펠로 감독은 루니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거나 본선에서 100%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다. 루니는 발목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 출전하며 주위의 우려를 샀다. 마르코 판 바스텐은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루니의 출전은 선수생명을 단축하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라고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2009~2010시즌 동안 맹활약을 펼쳐온 루니가 무리한 경기 출전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월드컵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 시나리오는 쓰레기통으로 던져질 수밖에 없다.
카펠로의 마지막 숙제
카펠로 감독의 고민은 또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루니가 부상을 입자 팀 공격을 이끌 적임자를 찾지 못한 채 답답한 공격을 펼쳐야 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높은 기대를 받았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토트넘 시절에 보여주었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루니와 함께 팀 공격을 책임질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한 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잉글랜드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 그들은 루니의 투톱 파트너로 활약한 마땅한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했다. 저메인 데포, 피터 크라우치(이상 토트넘), 대런 벤트(선덜랜드), 칼튼 콜(웨스트햄), 에밀 헤스키(위건) 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속 시원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앨런 시어러와 마이클 오언이 투톱으로 활약한 유로2000 이후 공격수 문제로 고민을 거듭해온 잉글랜드의 고질적인 약점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드는 순간이다.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루니의 투톱 파트너가 마땅치 않다면 4-4-2시스템을 버리고 4-3-3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카펠로 감독은 자신만의 확실한 축구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는 법도 없다. 결국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4-2-2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카펠로 감독은 잉글랜드가 보유한 공격 자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루니의 투톱 파트너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헤스키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루니의 득점 부담을 덜어주기를 원한다면 데포가 루니의 투톱 파트너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국민들은 크라우치와 데포 중 누가 루니의 투톱 파트너가 기용되더라도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루니를 바라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루니와 함께 투톱으로 뛸 공격수들을 생각하면 답답함을 억누르기 힘들다. 루니의 투톱 파트너는 오랜 기간 풀리지 않은 프랭크 램퍼드(첼시)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의 공존 문제를 해결한 카펠로 감독의 마지막 과제다.
〔스포츠온 최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