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의 분열? 웃기는 소리! - 서울시장 선거 후기

. 20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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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구조사 결과에서, 한명숙이 오세훈에게 겨우 0.2% 뒤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나는 참 걱정을 많이 했다. 한명숙이 얼마 안되는 득표 차이로 패배할 경우, "알아서 기었던"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과 달리 선거를 끝까지 완주한 진보신당과 노회찬에게 쏟아질 비난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차라리 많은 차이로 졌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었는데, 아쉽게도 결과는 최악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한명숙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어쨌든 선거에서 졌으면, 그것은 한명숙과 민주당의 탓이다. 애초에 그다지 선거에 출마할 생각도 별로 없어 보였던 한명숙을, 노무현에게서 빌려온 검찰 수사의 희생양 이미지를 이용하여 응급처치 비슷하게 시장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 아니었던가? 어쨌든 선거라는 제도 아래에서 이미지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굉장히 중요한데, 민주당이 제대로 된 스타 정치인을 만드는 능력이 바닥이라는 건 엄청난 약점이다.

 

  그리고 진보신당의 현재 상태를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은 현재 국회의원이 한 명 뿐이며, 지난 총선에서 2.94%의 정당 투표를 얻어 안타깝게 비례대표도 얻지 못했다. 덕분에 후보자에게 붙는 기호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인데다가, 자금이 모자라서 당원들의 긴급 후원금으로 겨우 겨우 TV 광고 몇 개, 다음의 배너 광고를 낼 수 있었다. 선거운동원들 보수도 거의 못 줄 지경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회찬의 양보와 사퇴를 바란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최소한 정권을 두 번이나 잡아본 거대 정당이, 그 지지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무서운 것은 "최악(=한나라당)은 막아야 한다"라는 논리인데, 글쎄 잘 모르겠다. 내가 볼 때 민주당이 최악은 아닐지 몰라도, 최악을 향해 달려가는 극한값 정도는 된다.

 

  대북 정책을 보자. 한국 사람들은 한나라당식 강경책과 민주당식 햇볕 정책을 굉장히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대북 정책에는 그 두 가지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논쟁의 주제는 이렇게 흐른다.

 

  전쟁하자는거냐?  vs  퍼주기는 안된다

 

  그러나 두 당의 대북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일맥상통한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꿈꾸지만 아쉽게도 덩치가 딸리는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가 노릴 수 있는 유일한 식민지이다. 햇볕정책의 목적은 결국 북한을 일종의 내부 식민지로 만들어 노동력과 자원, 토지를 착취하고, 이를 통해 남한 자본이 추가 이윤을 획득하거나, 한국의 경제 규모를 확장시키는 데에 있다. 햇볕 정책의 흐름대로 통일이 되든, 한나라당식으로 통일이 되든 우리가 볼 수 있는 광경은 한 가지다. 남한의 대기업과 투기꾼들이 북한으로 몰려가서 온갖 장난으로 땅을 차지하고, 쫒겨난 북한 주민들은 수도권이나 평양 근처로 몰려들어서 슬럼을 형성하고 저급 노동에 종사하며 사회 문제가 되는 것.

 

  경제나 사회 측면에서도 민주당을 대안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다. 얼마전까지야 선거 기간이기도 했고, 광역단체장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그래도 중앙당의 입김을 크게 받는 사람들이라서 민주당 후보들이 4대강 결사 반대 어쩌구 했지만, 그들의 정책을 뜯어보면 어찌됐든 개발이 중심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쪽으로 가면 심해지는데, "최고의 학교를 관악에 만들겠다"느니, "선진 관악, 1등 관악" 어쩌구 하는걸 보면 현수막 색깔만 다를 뿐 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다. 민주당의 정치인 중 많은 사람이 지역 기반만 다를 뿐, 실제 성향과 정책에서는 한나라당과 판박이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입에 거품을 물고 새만금 개발을 중지하지 말라고 소리치던 전북인들을 생각해보라.

 

  어쨌든 선거의 결과는 나왔고, 이제 앞으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만약 당신이 이 나라의 진정한 개혁을 바란다면, 민주당은 오히려 최악의 선택이다. 어중간한 중도 세력의 개혁 정책은 시민 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반대파의 역풍에 흔들리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김대중과 노무현이 그 꼴 아니었나? 어느 정도 개혁을 추진하려면 그보다 훨씬 급진적인 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대선과 총선까지 어떤 이슈가 한국을 뒤흔들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대선은 확실히 한나라당이 가져간다. 민주당이 이번 승리에 안주하여, 단순히 "반MB"로 먹고 살려 한다면, 평생 능력없는 야당 딱지를 떼기는 힘들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는 시냇물이 흐르지만, 민주당과 진보신당 사이에는 장강이 흐른다. (어디선가 퍼온 명언)

 

 

p.s. 글이 일관적이지 못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