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아역 김수현 인터뷰

배지은20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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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아역 김수현 인터뷰

일종의 반전이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하 클스), ‘아버지의 집’, ‘자이언트’의 김수현은 마음 속 응어리진 상처가 많은, 때문에 그 삶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진중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제 만난 김수현은 달랐다. 22살 청년의 호기심과 열정, 재기 발랄함이 넘쳤다. 한 배우 안에 이처럼 상반된 얼굴을 발견하는 과정은 의외로 흥미로웠다. 짧은 시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온 배우 김수현에게 우리가 알지 못 하는 또 다른 얼굴이 무궁무진하게 숨어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기며.

-‘자이언트’엔 수현씨를 포함, 명품 아역들이 총집결했다.

● 명품 아역이란 수식어는 저보다 여진구나 남지현 같은 친구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웃음)

-‘명품아역’은 ‘클스’ 때부터 따라온 얘기다. ‘자이언트’를 하며 ‘제2의 김범’, ‘제2의 이정재’란 수식어가 더 늘기도 했지만.(웃음)

● 사실 그런 수식어들을 좋아하긴 한다.(웃음) 특정 단어나 이미지로 떠오르고 설명되는 것들은 다 좋은 것 같다.

-고수씨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클스’때는 반응이 정말 남다르지 않았나?

● 굉장히 새로웠다. 그런 반응들이. 덜컥 겁도 많이 났던 것 같고. 당시엔 밖에도 못 나갈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설레임이랄까? '내 얘기가 안 나오나' 날마다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던 것 같다.(웃음) 근데 ‘자이언트’때는 또 달랐다. 설레임과 다른 기대감 같은 것이 생겼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클스’, ‘아버지의 집’ ‘자이언트’를 거치며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며 연기했나?

● 일단 ‘클스’에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내가 대사를 저렇게 했어’하면서. 평소 제가 말하는 느낌과 되게 다르더라. 저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아닌 저를 기본으로 해서 약간 변형된 연기를 하려고 했던 건데 너무 다르게 느껴지니까. 그 연기를 보고 다시 고민할 정도였다. 그래도 기분은 너무 너무 좋았다. 성취감도 컸고 반응도 뜨거웠으니까. 근데 부작용이 따르더라. ‘클스’ 차강진 캐릭터를 못 버려서. 그 다음 작품이 ‘아버지의 집’이었는데 뒤 늦게 철든 아들역할을 하는데 강진이를 데려다 놓기엔 너무 안 어울렸음에도 자꾸 강진이쪽으로 빠지려고 해서 굉장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인물 자체가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서 연기했던 것 같다. 다행이도 ‘자이언트’를 하게 되면서 좀 아물었다. 덕분에 ‘자이언트’는 한 꺼풀 벗긴 상태에서 더 편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역이라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자이언트’의 이성모는 선 굵고 어둡고 다면적인 캐릭터다. 그만큼 배우로서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색이 많았다.

● 이성모란 인물은 속정이 깊고 동생들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장남이다. 때문에 극 초반부에는 가족에 대한 성모의 사랑이 많이 보여 진다. 하지만 성모가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난 후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변화가 생긴다. 굵고 어둡고 인물에 대한 표현들이 점점 무거워지는데 제 입장에선 그렇게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한 배우 안에 반전이 있는 다른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보통 오디션을 보러 가면 감독님들이 수현씨의 어떤 부분을 매력으로 느끼시는 것 같나?

● 감독님들께서 구체적인 얘기를 안 해 주셔서. 다만 이건 제 생각인데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을 때, 보통 그 사람 안에 상반된 이미지나 의외의 느낌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저도 그럴 것 같다. 아역을 맡았지만 22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였다는 것이 한 번의 반전이라면 그런 앳된 얼굴에 비해 목소리는 중저음이라는 것도 상충되는 느낌을 주었을 것 같다.

-발랄한 톤으로 진행해야 하는 음악프로그램 ‘소년소녀 백서’ 때도 앳된 수현씨의 얼굴과 다른 중저음의 목소리가 반전처럼 느껴졌을 것 같긴 하다.(웃음)

● 제가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소년소녀백서’ 녹화시간이 아침이어서 꼭 목이 잠겨 있는 상태로 “안녕하십니까~ 침침한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같은 첫 멘트를 했던 것 같다.(웃음) 대신 이 목소리에 목까지 잠긴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함께 진행하는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말의 템포를 올리고 많이 웃으며 진행하려 했었다.

-‘자이언트’에서 덩치 큰 미군과 복싱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를 위해 2개월간 따로 복싱 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 혹 지금 손에 나 있는 그 상처는 특훈의 흔적인가?

● 특훈의 흔적은 아니고 촬영 때 고무로 만들어진 샌드백을 글로브 안 끼고 두드리다 생긴 호된 촬영의 흔적이다.(웃음) 감독님께선 이 상처를 너무 좋아하셨다. 글로브 끼고 연습할 때는 손이 참 멀쩡했는데.(웃음) 어쨌든 감독님께선 글로브 끼기 전 손가락 관절과 손목에 붕대만 감은 채 샌드백을 두드리는 것이 더 거칠고 빈티지 같고 헝그리한 느낌이 난다고 보셨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글로브를 안 낀 채로 샌드백을 쳤는데 테이크가 여러 번 가면서 점점 붕대 위로 빨간 피가 맺히더라. 진짜 리얼이었다. 감독님께선 그 느낌이 좋으셨는지 ‘수현아 테이크 한 번만 더 갈까’를 외치신 게 거의 20여 번? 근데 막상 방송에 나간 걸 보니 피가 리얼하게 흐르는 느낌의 장면을 쓰시느라 제가 손이 너무 아파 샌드백을 이렇게 옆으로 허우적 허우적 치고 있는 신이 오케이 컷이 됐더라.(웃음)

-복싱을 배우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듯하다.

● 원래 복싱에 관심이 많았다. 복싱 선수들은 감정을 발산하지 않아도 눈 빛 자체가 불편하다. 그게 주먹질 몇 천 번 날리고 줄넘기 몇 백 번 뛴다고 나오는 눈빛은 아니더라. 짐승과 짐승이 부딪혔을 때 서로 눈빛으로 기싸움을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복서들의 눈도 그렇다. 어쨌든 극 중 복싱 장면을 위해 숭민 체육관이라는 곳으로 연습하러 갔는데 명문 중의 명문 체육관이었다. 문을 열면 발냄새가 확 풍기고 샌드백은 낡은 듯 테잎으로 막 감겨있는 그런 클래식한 분위기의 체육관. 내가 그 체육관에 들어서자 코치님이 촬영이 언제냐고 물어 보시 길래 ‘모레’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링 위로 불러올리시더라. 그리곤 첫 마디가 ‘눈이 양이잖아. 눈만 보면 토끼다. 토끼. 그 눈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 하시더라.

-극 중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는데?

● 그게 다 훈련의 결과다.(웃음) 제가 링 위로 올라가니 코치님이 일단 주먹을 날려 보라고 하셨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방향에서 주먹이 날라 가든 눈빛의 흔들림이 전혀 없으셨다. 헌데 반대로 제가 주먹을 받게 됐을 때 사람이 반사 신경이 있다 보니 몸이 자꾸 움츠려들며 숨으려 하고 상대의 눈도 잘 못 마주치겠는 거다. 하지만 며칠 연습을 해 보니 눈빛을 만드는 요령은 좀 생겼다. 보통 사람의 눈에서 흰자가 많이 보이면 보는 상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턱을 이렇게 당기니 눈이 자연스럽게 치켜 올라가면서 흰자가 드러나 날카로워 보이더라. 그리고 주먹이 날라 와도 반사적으로 눈을 덜 깜박이게 됐다.

-반면 얼마 전 공개된 현장 사진 속 모습은 여지없이 천진한 소년의 눈빛이더라. 직접 만나 본 수현씨의 모습도 극 중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활달하고 명랑해 보인다. 그래서 극 중 연기를 참 잘 한 거구나 했다.(웃음)

● 촬영 현장에 함께 계셨던 여진구 군의 어머니가 찍으셨던 사진인데 그 친구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됐고 메이킹용 촬영 사진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김수현 카리스마 없어’였나? 그 사진이 보도된 기사 제목이 굉장히 재미있게 달려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웃음) 어쨌든 제 안에 그런 발랄한 모습도 많다.(웃음) 물론 맡은 역할들과 닮은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작품 속에서 어둡고 진지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다 보니 밖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제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원래는 좀 숫기 없는 성격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 중고등학교 시절엔 굉장히 숫기 없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A형인가?

● AB형이다.

-B형의 기질은 잠시 숨겨 놓았던 건가?(웃음)

● 그런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웃음) 제가 남중, 남고를 나왔는데 중고등학교 때 학원을 다니게 됐다. 수학, 과학, 영어 관련. 근데 아무래도 학원에 가면 주변 여고, 여중생들도 오지 않나? 또 초등학교 동창들, 이미 알고 있는 여자 친구들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사춘기를 거치면서 뭐가 잘 못 됐는지 바짝 얼어서, 특히 이성에게 말 한 마디를 못 하겠는 거다. 자꾸 어버버버 하면서 말이다.(웃음) 심지어 어머니가 어머니 친구들 만나러 가시는데 함께 식사하러 가자고 하셔서 따라가면 어머니 친구 분들 앞에서도 말 한 마디를 못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좀 심각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남자친구들 앞에서도 그랬나?

● 아니다. 함께 몰려다니며 구기 종목 운동도 하고 남자친구들 앞에서는 필요이상으로 커졌던 것 같다. 이상하게 이성 앞에만 서면 그런 모습이.. 그래서 어머니가 걱정이 많이 되셨는지 ‘웅변학원을 다니거나 연극을 해 보면 어떨까’ 제안하셨다. 연극을 한다는 건 굉장히 큰 도전처럼 느껴졌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저 역시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학원을 찾게 됐다. 일단 제 스스로가 불편했으니까.

-그렇게 연극 무대에 올라 보니 변화가 생기던가?

● 일단 무대를 준비하는 석 달 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무대에 올랐을 때? 일단 조명이 들어오니 객석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 긴장은 했지만 그래도 연습을 많이 했으니 처음엔 기계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 그러다 점점점 내 안에서 뭔가 열리고 터지는 짜릿한 순간을 맛 봤다. 그 무대를 통해 절대 잊지 못할 벅찬 감정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공연을 모두 마치고 다 같이 인사를 하며 박수를 치는데 고개를 들고 객석을 보니 어머니가 울고 계시더라. ‘내 아들이 저 무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셨던 것 같다. 이후 어머니는 제가 ‘김치치즈스마일’이란 시트콤으로 데뷔했을 때도 방송을 보며 우시더라. 그래서 “왜 시트콤 보고 자꾸 우세요” 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그렇게 데뷔를 하고 난 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순간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특히 20대 초반의 남자 배우라면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 그렇다. 저도 처음엔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나이가 어린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남자 얼굴이 나온 것도 아닌 예매한 상황에 걸쳐져 있다 보니. 물론 처음 시트콤에서 배역을 맡고 나서 그 역할에 충실할 동안은 별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작품을 끝마치고 나서는 이러저러한 고민들이 생기더라. 그러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또 내 스스로 성장해 가면서 마인드 자체가 변했다. 남자도 아이도 아닌 그 어중간함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는. 양쪽 다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예매함에서 오는 충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연기하자는 여유를 갖게 됐다. 그렇게 연기로서 놀면 좋을 것 같다. 제가 지금 23살이니까 앞으로 4년 바짝 달리면서 청춘을 불태워 보는 것도 참 행복할 것 같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목표라는 얘기를 들었다.

● 그래서 장근석씨가 부럽더라. 저랑 동갑인데 안 해 본 것이 없지 않나. 연기는 물론이고 CF, 방송진행, 심지어 음악까지 올라운드로 모든 장르를 다 걸치고 있다. 저도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목표다.

-취미도 다양하다고 하던데.

● 하고 싶은 것도, 관심 가는 것도 많다. '사진찍기'도 취미고 운동도 좋아한다. 중학교 땐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고 고등학교 땐 암벽등반으로 대회에도 나갔을 정도로 활동적인 스타일이다.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

-가수 활동에도 관심이 있나?

● 노래 부르는 것에 관심 많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돌을 해볼 생각은 있나?(웃음) 지금 시장은 아이돌에게 특혜가 많다. 노래, 방송 진행, 연기 등 수현씨가 꿈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한 때 뮤지컬 배우를 꿈꿨을 만큼. 근데 아이돌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아이돌은 왠지 무섭다.(웃음) 내가 아이돌을 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된다. 음반을 낸다고 해도 발라드 가수 쪽일 것 같다. 이상하게 연기도 그렇고 개인적인 취향은 무거운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평소 모습은 이렇게 발랄한데 왜 취향은...(웃음)

● 그게 반전이라 흥미롭지 않나요?(웃음)

-그런 성향으로 본다면 시트콤이란 장르로 데뷔했을 당시 부딪히는 지점도 꽤 많았을 듯한데.

● 그래서 시트콤을 할 때 초반부 감독님께 많이 혼이 났었다. ‘너 연극하니? 너 혼자 사극 찍어?’라는 지적을 받으며. 솔직히 처음엔 뭐가 틀린 건지 감도 잘 잡지 못 했으니까. 그래서 카메라가 다가오는 게 무섭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트콤이란 장르의 장점이 있더라. 웬만한 기초는 이 장르 안에서 다 다질 수 있더라. 덕분에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졌다. 그렇게 ‘김치치즈스마일’이 2008년 1월에 끝났는데 종영되고 한 달 후쯤이었나?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다면 정말 잘 웃길 수 있을 것 같아서.(웃음) 그래도 취향적으로는 역시 정극이 잘 맞는 것 같다.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 제가 역할을 가릴 처지는 아니긴 한데 개인적인 관심도라면 영화 '비트'나 '트레인스포팅' 처럼 일상을 이탈한 청춘 캐릭터에 흥미를 느낀다. 사람들이 잘 안 찾는 배역에도 관심 많고. 매력적인 악역도 하고 싶다. 물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배우인 만큼 앞으로 저만의 연기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싶은 욕심도 크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