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깡패 같은 애인

진얼20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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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 같은 애인

 

 어제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더운 날씨 때문이기도 했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질 않았다. 그래서 공원에 가서 음악도 들어보고 오락실도 가보고 했는데... 도무지 기분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또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또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봤다.

 

이 영화는 은둔형 고수이며 숨겨진 강자다. 마른 장작이 잘 타듯... 소리 소문 없이 강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겉은 뻔~해 보이는 로맨틱 코메디 정도로 보이지만 실상 속을 까보면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진지하며 천박하지 않게 웃음을 준다. 흙 속의 진주. 길에서 주운 만원짜리 지폐 같은... 그런 영화다.

 

주인공인 '동철'은 영화에서 분명 깡패로 나온다. 그런데 영화의 제목은 '내 깡패 같은 애인'이다. 제대로 했다면 '내 깡패 애인'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헌데... 영화가 끝나고 집에 터덜터덜 돌아올때쯤이면 왜 제목이 '내 깡패 같은 애인'이었는지 알게된다. 간단히 말하면 박중훈은 깡패가 아니었던 것이다. 겉은 비록 거칠고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깡패일지라도 속에는 그 누구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남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남자. 그리고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멋지게 뒤돌아서 갈 줄 아는 남자. 우리는 이런 남자를 절대로 깡패라고 부르지 않는다. 주인공인 '동철'은 그런 남자였다. 그는 깡패가 아닌... 단지 깡패 같은 남자 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깡패를 미화시키는 것이 보기에 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남을 괴롭히고 해를 입히는 자들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요즘 우리네 사람들이 조직폭력배와 같은 사람들을 의리의 남자 혹은 진정한 사나이로 그리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영화 관계자 및 문화컨텐츠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생각을 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세진'은 실력도 뛰어나고 능력도 있는 여자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번번히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한다. 수많은 20대와 30대 초반이 피부로... 그리고 골수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이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 영화는 그 어두운 면을 당차고 소신있는 '세진'을 통해 너무 무겁지 않게... 또 너무 가볍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어쩌면 세진의 눈물과 그리고 성공 후의 미소는... 우리를 위한 아니, 우리의 미소이고 눈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유미 + 박중훈

 

 

정유미는 나의 히어로다. 그녀의 연기는 알 수 없는 흡입력이 있다.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완강한 성벽과도 같다. 누구는 그녀가 <차우>, <10억>과 같은 쓰레기 영화에 나왔다며 싹이 없다는 얘기를 하지만 (실재로 내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이 있다. 헌데 그 쓰레기 영화에는 내 친구가 연기의 신이라고 칭송하는 엄태웅도 나오고 박해일도 나오고 박희순도 나온다.) 나는 오늘보다 내일이 그리고 내일보다는 십년 후가 기대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그녀는 아직 큰 날개를 얻지 못했지만 언젠가 크고 훌륭한 날개를 얻어 멀리 날아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박중훈은 역시 이런(?) 역에 있어서는 도가 튼 사람이다. 마스터의 칭호를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 항상 느끼는 사실이지만 이상하게 박중훈의 눈물에는 애잔함이 있다. 그리고 진실성이 있다. 남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힘. 그건 연기력이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연기가 진실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그는 항상 비슷비슷한 캐릭터 속에서도 매번 새로운 모습과 진솔한 감동을 준다. 역시 박중훈은 대배우다.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서 이상하게 힘이 생기고 삶에 대한 희망이 생기는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이었다.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은 극장을 향해 달려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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