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벽을 주먹으로 쳤어요.

다툼2010.06.09
조회9,049

어디서 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저는 정말로 객관적인 답을 듣고 싶은데...

(여자들 게시판에 쓰는 것부터가 객관적이지 않나요?)

 

어찌돼었건,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어제 신랑과 싸웠습니다. 요즘 계속 그럽니다. 약간의 냉기가 계속 흘렀지요,

신랑과 저는 결혼한지 4년째 되어가구요.

3살된 아기가 한명 있습니다. 신랑은 회사를 다니고 저는 출산후 집에서 애기만 보지요.

현재는 저도 애기를 유치원에 맡기고 뭐 배우러 있습니다.(저는 이 일이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신랑은 그렇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ㅡㅡ 나중에 현재 제가 배우는 걸로 생계를 꾸려가기로 얘기까지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랑은 요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입니다.

상사가 새로 오셨는데.. 출퇴근도 본인맘대로 못하게 하고 시시콜콜 다 관리하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엊그제 아기랑 놀다가 손목을 다쳤습니다. 아기 낳고부터 아팠던 손목인데, 아기를 안다가 중심이 기울어져 넘어지는 바람에 삐끗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병원에 가서 침맞고 왔고, 오후는 아기를 데리고 와서 집에서 놀았지요.

오후 4시쯤 신랑에게 전화왔습니다. 침 맞았냐고 괜찮냐고? 그래서 괜찮으니까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 신랑에게 전화가 없습니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저녁 먹고 오나 보다 생각했지만, 어제는 영 기분이 그렇더라고요. 몸도 그렇고..

전화를 했습니다. 밖이더군요.

"밥 먹어?"

"응~ 왜?"

"언제오나 해서.."

"늦지 않을꺼야"

"술먹어?"

"응.. 밥먹으면서 그냥.."

"언제오는데?"

"늦지 않을꺼야"

이러고 끊었는데.. 저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요 며칠 편도가 부어서 목이 아프다고 힘들다고 집에서는 누워만 있던 사람이 술자리라니요..

서로 약간 서로의 기분이 영 그런거 파악하고 끊었습니다.

11시 넘어서 신랑이 들어왔습니다.

짜증도 나도 해서 쳐다도 안 봤습니다. 말 거는데..그냥 모른체 했습니다.

옷 갈아입고 저에게 와서 아직도 아파? 하길래. 응! 그랬구.

왜 그래? 그러길래 기분이 별로야! 그랬습니다.

그러고 들어가서 침대에 눕더라고요.. 저는 거실에 있구.

모른척 넘어가는게 화가나더라고요 그래서 들어가서 물었습니다. 화내지 않고.

"누구랑 술 먹었어?" 그랬더니 막 성질입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밤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온 사람한테 그게 첫 질문이냐고..

얼마전 싸울때, 자초지종도 모르면서 자기한테 뭐라고 한다고 성질내길래 이번엔 자초지종 묻고 화낼려고 물어본 건데 또 막 머라더군요.

 

저도 한 성질 하는데 지지 않고 계속 얘기했지요.

예전 얘기 다 꺼내가면서..

그리고 그랬습니다. 그냥 미안하다 서운했냐 한마디만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요.

눈물이 났습니다. 울었지요.

화장실 가서 닦으려고 일어났는데..

신랑이 침대 옆 벽을 주먹으로 쳤습니다.

콘크리트 벽이 아니었나봐요. 부서졌습니다. 큰 냄비 뚜겅만큼 많이..

너무 놀랐지요.. 그래서 불을 켰더니, 다시 일어나서 한번 더 쳤습니다.

이번엔 주먹이 그대로 푹 들어갔네요..

서로 또 처음처럼 말로 막 싸우다가. 각자 딴방에 있다가 또 싸우다가 계속 그랬습니다.

마지막엔 각자 딴방에 있다가 신랑 기침소리가 너무 안 되었길래 제가 물을 가져다 줬습니다. 화해도 할까 해서..

헌데 방에들어가서 벽을 보는 순간 또 화가 올라오더라고요.. 화해 못 했습니다.

 

저는 애기방에서 자고, 신랑은 침대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신랑이 들어와서 애기보다 웃으면서 잘 잤냐고 하대요.

그러면서 저보고는 웃으면서 헌데 벽 어떻게 해? 그러네요.

그래서 너랑 말하기 싫어.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어제처럼 얼굴이 확 바뀌더니 쿵쾅쿵쾅 다니면서 옷 갈아입고 나가더군요.

신랑은 아침에 그러더라고요.

너는 벽부순게 큰 건수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큰일이라고 여기겠지만 자기는 제가 우는게 그것보다 더 큰일이라고요. 자기가 무얼 그렇게 잘 못 했다고 지금까지 자기가 얼마나 잘했냐면서 왜 울고 불고 하는지.. 어제 그 일이 그렇게 울 일이었는지. 참을 수가 없대요.

벽은 사람 불러서 고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아무 말 안하고 있었습니다.

신랑 가고 애기 잠깐 유치원 보내고 오전내내 생각해봤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납니다.

제 잘못인가요? 늦게까지 일하고 온 사람 기분상하게 해서 싸움걸고 울고.. 그래서 그사람이 벽을 저렇게 부숴 놨으니까... 제 잘못인가요?

신랑이랑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몇 년 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신랑이랑 싸울때마다 이렇게 답답합니다.

나는 화가 나는데, 신랑은. 항상 별거 아닌걸로 내가 징징댄다고 합니다.

신랑 말 대로  평소에 참 잘해줍니다. 화장실 청소도 신랑이 다하고 애기도 잘 봐줍니다.. 그렇다고, 저는 신랑이 술먹는거 그것도 아프다는 사람이 술자리에 앉아있는거 그래서 밤에 늦는거 서운해도 못 해야 하는 건가요?

어제 그럽니다. 자기는 뭐 좋아서 먹겠냐고, 자기가 친구들이랑 놀다 온거냐고.. 왜 그런걸 걸고 넘어지냐고....

 

벽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네에서 고치기도 참 챙피합니다. 더군다나, 몇년전 시댁에 갔을때, 시부모님이 싸우셔서 시 아버님이 선풍기를 던지셔서 장식장 유리가 깨지고, 바닥이 패혔던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과정은 못 보고 결과만 봤지만, 그래도 그게 자꾸 생각나고 겹칩니다.

남편말대로 정말 제가 사건을 크게 보는 겁니까? 벽 이 부셔진게 눈물흘리고 우는 것과 같은거 아니 사소한 일 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