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가을여행_만산고택_09.09.26.~27.

소흔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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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바로 고택체험.

 

전에 영주의 선비촌에서 자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던 거지.

끼이익 열리는 문짝에 툇마루에 앉아 느꼈던 아직 찬 새벽 공기, 새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아서.

옛 사람들은 매일매일 이런 아침을 맞았겠구나 싶어서. 너무너무 부러웠던 거다.

 

하지만 왠걸,... 한 달 전에 전화했건만 예약은 만석;;; 안동 쪽의 한옥은 너무 비싸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들었던 건 바로 이! 만산고택이었다.

 

 

도산서원에서 국도 타고 주욱 올라가거나,

서안동 IC에서 고속도로 타고 봉화로 가면 춘양초등학교 근처에 만산고택이 나온다.

봉화쪽으로는 처음 가는지라 외져서 다음날 일정이나 동선에도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시외버스터미널과 역에서 그리 멀지 않고 특히 읍내와 가까워 걸어서 조금만 나가면 바로 시장이 있어,

편리하면서도 번잡스럽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조선말기의 문신 만산 강용이 고종15년인 1878년 건립한 이 가옥은

본채와 별채, 곁채 크게 세 개의 가옥으로 이루어져 있어

당대 얼마나 번성한 집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넓은 마당에 규모가 꽤 컸다.

 

내 카메라가 밤에 약한 똑딱이인 탓에,

밤 중 내내 꾹꾹 참고 있다가 아침에 휘휘 둘러보며 셔터를 눌러 댔다.

 

 

 

먼저 본채의 중심 건물인 사랑채이다.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대청마루가 인상적인 사랑채에는

흥선대원군이 직접 썼다는 '만산'이라는 당호가 걸려 있는데,

집안 곳곳에는 남아있는 조선의 흔적들이 참 이 집의 가치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사랑채의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왼쪽에 작은 문이 나오는데 그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안채이다.

 

 

안채는 'ㅁ'자 형으로 사랑채의 뒷 편과 이어져 있는데 왼쪽 하단부에 있는 사진이 바로 사랑채의 뒷 쪽의 모습이다.

안 마당 역시 꽤 넓직하고 오른편의 광이 큼직한 것이, 이 댁 살림규모를 알 만했다.

아주머니께 부탁하여 아침을 먹었는데, 손수 차린 음식을 안방에서 먹게 해주셨다.

어찌나 맛있었는지 그 아침에 밥 한공기를 뚝딱하고는 기분 좋다고 배두들기며 일어났다.

 

 

 

우리가 묵었던 서실, 정면 두 칸, 측면 한 칸. 아담사이즈의 공부방이다.

자제들을 위한 공부방을 독채로 따로 두었다니, 완전 부러움에 몸을 떨었다. 멋지다. 사랑해 

 

 

 

 

서실에도 역시 편액이 걸려있는데, 특히 오른쪽의 '한묵청연'이라는 글씨는 영친왕이 7살 때 썼던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특히 이 '서실'에서 묵는 즐거움은 전통적인 방식의 온돌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방들은 전기난방을 설치했지만

'서실'에서는 이렇게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난방을 한다.

 

따끈따끈한 아랫목에서 몸을 지져본지가 언제인지, 행복행복하다.

이런 온돌방은 처음인 우리 막내도 너무 신기하고 즐거워하며 자꾸 나무를 넣으려하는 통에 말리느라 애를 썼다.

그런데 밤새 아랫목에서 잤던 언니가 더워서 잠자기 조금 힘들지 않았냐며...

윗목에서 잤던 우리는 딱 좋았는데 ㅎㅎ

알고보니 그 언니가 울 막내가 자기 전에 재밌다고 불을 지폈던 걸 간방에 언니가 또 한 번 넣어봤던거지;;;;

그 아침에 어찌나 웃었던지,

 

 

 

5만원이면 묵을 수 있는 방 두 개 짜리 서실의 내부 모습이다.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블로그를 찾아보며 조금 작지 않을까, 괜찮을까 했는데.

남자 한 명에 여자 셋, 초딩 4학년의 남자아이 하나 이렇게 총 5명이 지내기에 넉넉했다.

성인 6명까지는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방도 무척 깨끗한데다 벽지도 깔끔하게 발라져 있고.

작은 냉장고와 읽을 수 있는 책도 몇 권 놓여져 있는 것이 손님에 대한 주인어른의 배려가 느껴진다.

 

 

 

 

서실 왼쪽 편의 화장실과 샤워실이다.

샤워실은 조금 좁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불편하지 않게 시설이 잘 되어 있다.

고택에서 묵을 때 혹시라도 화장실이 불편할까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화장실을 가장 꼼꼼히 찍어 놓았다.

[나도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의 하나이고 ^^]

 

 

 

 

 

서실을 한바퀴 돌다보니 서실 뒤 편에 작은 문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들어가 보니 아, 별도의 주거공간이다.

[별채로 보기엔 큰 대문도 따로 나 있는 것이 너무 독립적이고

 단독으로 보기엔 본채의 연장선상에 있는 집같고, 애매모호한 이 집을 편의상 내맘대로 곁채라고 하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할머니가 사시는 건물이 따로 있다더니 여기인가 보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할머니와 건넌방에 손님이 깨실까 가까이 가보지 못하고, 마당의 박만 살짝 찍고 나온다. 

 

 

 

 

자, 이제 본채를 둘러보았으니 별채인 칠류헌으로 가 보자.

 

 

 

정면 5칸, 측면 3칸의 독채인 칠류헌은 7개의 버드나무라는 뜻이다.

이곳에도 역시 여러 현판들이 걸려 있었는데

주인 어른께서 영친왕의 스승이라고 했던가. 허목선생의 글씨가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아 나쁜 나의 기억력, 수첩에 적어가며 들을 걸. 완전 후회된다 ㅠㅠ

 

 

 

칠류헌은 큰 방 1개와 작은방 2개, 별도의 부엌과 큰 대청마루가 있는 규모 있는 별채이다.

대청마루에는 TV와 바둑, 장기 판도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이 독채 하나를 쓰는데 10만원이면 족하다 한다.

우어어, 펜션도 주말에 10만원이 넘는 판에 감격이다.

완전 욕심 냈던 대청마루. 하지만 5만원 때문에 포기했던 대청마루.

다음엔 기필코 친류헌에서 묵으리라 다짐하며, 더 꼼꼼히 둘러본다.

 

 

 

왼쪽의 큰 방과 오른쪽의 작은 방 2개이다.

작은 방은 정말 성인 두 명에서 세 명 정도 누울 수는 있는데,

서실의 방 한 칸 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 같고 아래사진과 같이 전기 난방이다.

 

 

 

 

작은 방 왼쪽편에 마련되어 있는 부엌.

콘도나 펜션처럼 큰 냉장고와 밥솥, 각 종 식기구가 비치되어 있어 직접 요리도 해 먹을 수 있는데,

 

 

 

고기를 가져오면 칠류헌 오른쪽 마당에서 바베큐도 가능하다고 한다.

단 드럼통만 빌려주시기 때문에 철판은 각자 알아서 준비해와야 하는거다.

 

 

 

칠류헌의 왼쪽 마당엔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별채 손님들만이 쓸 수 있는 화장실로 여긴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에 샤워실까지 세 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실 옆 화장실보다 조금씩 더 넓고 특히 샤워실은 두 명이서 함께 샤워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갈수록 마음에 든다. 상쾌 

 

 

 

왼쪽 편의 마당도 넓직하니 좋고,

 

 

툇마루에 서서 내려다보니, 본채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구나!

 

 

 

 

 

 

꼬마도령으로 변신한 울 막둥이.

내 오늘을 위해 민속박물관에서 호건만들기 세트를 준비해왔는데.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워 조금 버벅댔지만(난 정말 간단하게 만들 줄 알았지;;;;)

그래도 이렇게 씌워 놓고 나니 완전 뿌듯 하군아.

아이도 너무 좋아하고. 이번 여행. 양반문화체험. 대성공이다 +_+**

 

 

 

 

이따끔씩 국악공연도 열린다는 만산고택의 마당과

 

 

 

 

곳곳에 주인아주머니께서 정성스럽게 가꾸시는 화초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더니 날씨가 점점 흐려지는 것이 범상치 않다.

아침먹고 일찍 나가려 했더니 주인어른의 이야기와 집이 너무 좋아 오래 붙잡혀있었다.

어렵게 주인어른과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서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다음엔 이곳에 천천히, 오래오래 머물다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