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상징 골리앗이 노사화합 상징으로

자유시론201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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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상징 골리앗이 ‘노사화합’ 상징으로

 

1990년 당시 현대중공업 노사는 심한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 해 2월 노조위원장이 구속되자, 노조탄압 규탄을 위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고 정부는 이를 강제 해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강경 대립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수십 명이 작업 현장에 있는 82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 위에 올라가 13일 간 농성을 벌이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것이 유명한 골리앗 투쟁이다. 당시 울산은 노동운동의 메카였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강성 노조로 이름을 떨쳤고, 초기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랬던 현대중공업이 15년 무쟁의란 기록으로 지난 ‘2009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최근 노사 상생의 모범으로 탈바꿈했다. 노조가 선박을 발주한 외국 선주사에 감사 편지를 보내고, 선주사는 납기일을 지켜준 노조에 특별 상여금까지 주는 일도 있었다.

 

골리앗 투쟁과 최근 사이 현대중공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대중공업은 조선분야를 비롯해 플랜트, 엔진기계, 해양 등 6개 사업 분야로 이루어진 울산의 대표 기업이다. 1987년에 노조가 처음으로 설립됐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해결하려는 노조와 회사의 강경 대립관계는 계속 이어져왔다. 1990년 ‘골리앗 투쟁’도 연속선상의 일이었다.

 

당시 파업을 주도한 노조와 진압작전에 나선 공권력의 대치상황에 대해 언론들이 ‘검은 연기속 전쟁터 방불’(경향신문, 1990.4.28), ‘침울…어수선…「전장」같은 울산’(동아일보, 1990.5.1)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격했었다. 파업으로 생산과 영업에 차질이 생기고 기업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는 추락했다. 우리나라의 과격한 노사대립은 해외언론의 주요 보도대상이 됐고 ‘한국은 불안한 국가’로 인식하는 데 현격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1994년 노동조합원들의 인식이 바뀌게 된다. 1994년 당시에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장기 파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에 사측은 ‘일방적인 작업거부권 행사로 파업을 장기화시켜 회사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직장을 처음으로 폐쇄했고 이어 회사 측에서 파업 기간에는 모든 직원에게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파업에 참여한 직업이든 아니든 간에 모두들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꼈고. 그것을 계기로 노사화합의 중요성이 싹트기 시작해 ’15년 무쟁의‘란 신화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15년이란 세월은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5년이 더 지난 긴 세월이다. 이 긴 세월 동안 4만 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15년 무쟁의’가 가능했던 이면에는 바로 회사와 노조 간 서로 화합을 위한 노력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직원들을 존중해주는 의미에서 창사 이래 단 한 명도 인위적으로 해고한 적이 없었으며, 외환위기와 같이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오히려 고용유지를 약속하며 격려했다. 직원들은 이러한 회사의 배려에 화답이라도 하듯 ‘회사가 잘 돼야 나도 잘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회사와 노조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동질감이 노사 상생을 이끌어낸 것이다.

 

비단 현대중공업 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빠른 경기회복을 이뤄낸 데는 노사의 나눔과 양보, 화합이 큰 힘이 됐다. 많은 기업이 대량 감원이라는 악수(惡手)를 두기보다는 고용을 유지하면서 임금동결이나 반납,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많다.

 

2008년 신규투자에 나섰던 동부제철은 때마침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공장 가동조차 어려울 만큼 최대의 위기에 물렸지만 ‘가사불이’(가정과 회사는 둘이 아닌 하나‘의 정신을 살려, 직원들은 ’임금 30% 반납‘을, 회사는 ’100% 고용유지‘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외에도 신뢰와 참여를 바탕으로 노사화합을 이룬 금호피앤비화학,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으로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다져온 포스코, 노사합의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출한 YK스틸 등이 노사 상생문화의 모범답안을 써가고 있다.

 

상생협력을 통한 안정적 노사관계는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과 신뢰를 향상시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부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노사민정 협력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 추진 중이다. 상생협력의 노사문화 구축,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중심의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가 서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이다. 우리는 아직도 노와 사가 서로 불신하고 힘겨루기를 하며 진정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이 남아 있다. 이제는 노사 양측이 기업의 성쇠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운명공동체라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 (공감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