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단지 타블로가 부러웠던 걸까?

. 201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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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단지 타블로가 부러웠던 걸까?

 

나는 에픽하이의 팬이다. 그래서 타블로도 좋아한다. 타블로가 미국

아이비 리그인 스탠퍼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그것도 석사라서

좋아한 것은 아니다. 먼저 그의 노래를 들었고 나중에 신상이 더

알려진 후에나 학력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엄친아의 당연한 수혜처럼

그의 팬이 된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이번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심이

그냥 쉽게 끝날 것으로 알았다. 이렇게 한 사람이 망가질 지경으로

집요하게 계속 의심할 줄은 몰랐다.

 

에픽하이가 노래하는 랩이 내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 처음으로 좋아한

힙합 그룹이라는 것 그것은 내게 분명하다. 에픽하이의 랩에는 젊디 젊은

새파란 치기(稚氣)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처럼 힙합에 관심도 없던

40대 중년 아줌마가 처음 들었던 타블로 노래는 한참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던'평화의 날'. 평화의 날에 가사를 살펴보자.

 

……생략

춤을 추자 화끈한 사랑을 나누자

사주와 팔자를 버리고 사람을 받아주자.

부자들아 베풀자.

모두 다 부모님의 계좌번호 외워두자.

여자들은 화장을 다 지워

남자는 몸 대신 사상을 키워

지워 식상함 집어치워

자! 너와 내 맘과 술잔을 비워

………생략

 

누가 이전에 이런 랩을 했나? 기억에 없다. 그 동안 제대로 힙합을

들어 본 적도 없었으니까. 난 에픽하이의 랩만 기억한다. 얼마나

건전한가? 몸 대신 사상을 키우라니, 부모님의 계좌번호를 외우라니,

사주 팔자를 버리고 사람 자체를 평가하자는 말 그것이 새파란 20대가

노래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니 참신했다.

 

머리 속에 여자들과의 신나는 하루 만을 노래하는 병아리들인 줄

알았더니 요것 봐라 꽤 괜찮은데 하는 마음으로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힙합들 중에서 말도 안 되는 욕설과 상소리가 가득한 랩도 들은 적 있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해줄 말이 욕뿐이어서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 노래는 모든 이에게 사랑 받기에는 제한적이지 않나? 물론

에픽하이의 노래에도 욕도 있고 19금도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다른 노래에서도 그의 주옥 같은 랩은 계속되었다.

'MY Ghetto'에 가사를 살펴보면

 

…………생략

정치여 모든 법이여

빛을 보는 자들만의 벗이여

그들의 열변도 내 귀에는 엿이며

삐까뻔쩍이던 차도 멈춰있어.

이유는 나 귀머거리 무법자

서민이란 안대는 빛이 없어 두렵다.

………중략

도시 아침의 손님 주황 빛깔 옷

푸른 솔 든 그대는 아침을 여는 꽃

향이 없는 조화 빌딩뿐인 모양새

탐욕만이 고양돼 악취 뿐인 도랑에

…….중략

편안함의 과식 속에 허탈하는 강남

꿈의 바다 흐름 앞에서 막다른 한강

돈 많다는 자의 탐욕이 불타는 오늘밤

사랑은 가속으로 폭발하는 잠깐

통장들의 만남, '을'과 '갑'지키고

초고층 현대 바벨탑 CEO들의 통치로

도시는 그저 돈 제조소

큰 욕심이 찌른 하늘이 피 눈물 내려도

자연에 맞서 도시 계획자들 마저

땅을 넓히고파 자손들의 하늘 낮춰

………..생략.

 

타블로 이기에 이런 노래도 할 수 있다고 칭찬하고 싶다. 자기가 사는

세상의 불합리 한 점을 힙합이란 도마에 올려 한번은 난도질 하겠다는

용기야 말로 젊은이답지 않은가? 세상의 부조리를 과감 없이 멋지게

제대로 표현 할 줄 아는 보석 같은 재능이 누구에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가 스탠퍼드를 안 나왔어도 그의 이런 능력은 특출 나다.

그가'우산'이나 'One','Love Love Love','1분1초'같은 노래는

젊은이다운 사랑앓이를 절절히 표현해 내고 있기에 이런 사회 비판 랩이

더 빛나는 것이다. 내가 듣는 그의 랩은 한편의 저항시(詩)다.

 

우리나라에 한차례 학력 위조 열풍이 불었던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알려진 바대로'대부분 졸업 확인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외국 대학이었다.

그래서 타블로도 데뷔 이후에 이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 그런데

타블로가 2003년에 데뷔했고 학력 위조 파문은 2007년으로 기억된다.

당시에 누구든지 인터넷으로 위조는 알아낼 수 있었기에 많은 가짜들이

의혹의 눈길을 받으면 그 동안 숨겨왔던 자기들의 거짓을 고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가지도 못하는 다 아는 명문인 스탠퍼드 대학을

나왔다는 이 젊은이를 예전에도 한 번 의심했었다.그래도 그는 졸업을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았다.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을 나왔으니 나왔다고

했을 것이다. 누구나 본인이 젊음을 바쳐 학업에 열중해서 이룬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굳이 그걸 숨길

필요까지는 없으니까.

 

솔직히 이런 타블로의 모습에 몇몇은 정말 그가 부럽지 않았을까? 노래도

잘해서 한국 힙합 가수로는 최초로 아이튠즈 탑 10에 오른 그룹이고,

연기를 잘하는 영화 배우와 화려한 결혼도 했다. 이제 귀여운 딸도 생겼다.

모두 눈에 보이는 성공적인 성과이고 남다른 행복한 모습이다. 그러니 그를

트집 잡아 힘들게 할 만한 일은 학력을 의심하는 일 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의심할 때 제대로 증명할 기회도 주어야 공평하다. 그래서 그는

졸업장도 가져왔고 성적증명서도 보여주었다. 그의 은사가 이를 보증도

해주었다. 뭘 더 바라는 것일까? 왜 거짓이라고 계속 의심만 하는 걸까?

그가 그렇게 미덥지 않아 보였다면 그거야 할 수 없다. 지적 능력이

항상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졸업 성적에 대해서 까지

딴지를 거는 네티즌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학벌 우대 사회라는 것을

다시 증명해 보인 것은 나도 알겠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타블로에게 해야 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부러움으로

인한 질투에 불과해 보인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너의 성공이 너무 부러워.

이렇게 가수로도 성공했는데 명문대까지 졸업했다니 너는 도대체 왜 나의

염장을 지르는 것이냐고' 마냥 징징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모두는 다 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계속 그를 의심하는 네티즌은

이미 졌다. 타블로가 슬퍼한다. 왜? 직업이 사랑 받는 대중가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팬의 사랑을 먹고 산다. 사랑을 받지 않는다면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대중 가수를 할 수가 없다. 타블로는 당황했을 것이다. 자신을

오해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기에 분노했을 뿐이고 이해했기에 증명할 모든

것을 증명했다. 그래도 의심한다면 그는 대중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할

것이다. 가수가 아니라면 누가 그의 학력에 관심이나 가졌을까?

 

나는 타블로의 노래를 계속 듣고 싶다.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딸을

아끼는 마음을 노래하는 랩도 듣고 싶고, 다시 그가 노래하는 랩 속에 숨어있는

용기 있는 풍자와 젊은이다운 시각으로 하는 사회 비판을 계속 듣고 싶다.

이제 그만! 그만 하면 충분히 괴롭혔다. 더 이상은 타블로를 아프게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그가 노래하지 못할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