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에서 만난 남남북녀

자유시론201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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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채팅방에서 만난 ‘남남북녀’ 

 

우리나라의 인터넷을 이용한 음란물 유통 실태는 실로 그 역사가 깊다.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글로 된 유해사이트만 해도 38만 개. 1·2위를 차지한 영어와 중국어의 뒤를 바짝 쫓는 수치다. 유해사이트 중 98%가 음란사이트이며, 각종 음란 화상채팅이나 영상채팅도 범람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법망을 피해 중국에 기반을 둔 음란 채팅 사이트가 탈북여성과 중국동포 여성을 고용한 뒤 국내 여성으로 속여 채팅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단둘이 대화할래요?”

오랜만에 화상채팅방을 찾은 박모(41)씨는 여러 명이 함께 채팅을 하는 ‘다수방’에 들어갔다가 한 여성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단둘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독방’, 즉 1대 1 채팅방에서 수위 높은 음란성 대화를 나누자는 것. 쪽지 안에는 야한 동영상이 첨부돼 있어 박씨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박씨는 채팅녀의 초대에 흔쾌히 응하며 독방으로 입장했다.
 

탈북여성과의 음란 채팅

 

박씨가 독방에 입장하자 다수방에서 채팅녀의 얼굴을 비추던 화면이 가슴 아래로 내려갔다. 채팅녀는 독방만의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설명하며 박씨가 원한다면 더 심한 노출을 할 의사가 있음을 암시했다. 그 뒤로 채팅녀는 능숙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며 박씨의 안달을 즐겼다. 박씨는 채팅녀와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눈 다음에야 만족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5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서울에 산다는 채팅녀는 능숙하게 한국말을 사용했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채팅용어도 어색하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만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알고 봤더니 상대는 탈북여성. 그것도 바다 건너 중국에서 채팅을 하고 있었다.

 

지난 5월31일 중국의 가정집에서 탈북여성이나 중국교포 여성을 고용해 대대적으로 불법 음란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중국 심양 현지에 인터넷 음란동영상 채팅방을 개설, 탈북 또는 중국교포 여성을 국내 여성으로 가장해 국내 남성들과의 불법 음란 화상채팅을 유도하는 등 약 1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나모(53)씨 등 3명은 중국 심양, 연길 등에 점조직 형태로 일명 땐노방(중국어로 컴퓨터를 뜻하는 ‘덴나오(電腦)’의 줄임말)이라는 음란동영상 채팅방을 개설한 뒤 고용한 탈북여성과 중국교포 여성 160여 명에게 정확한 한국말과 채팅용어를 가르쳐 국내 남성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철저한 관리 ‘독방’으로 유혹

 

이들은 국내 남성들에게 사이트 주소와 “화끈한 채팅, 보너스 300% 지급”이라는 SMS 문자를 발송해 회원을 모집하고, 회원들에게 일정시간 음란 채팅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높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독방’으로 유인했다. 다수방에 접속할 경우 30초당 150원 정도에 불과한 이용료가 독방에 접속하면 30초당 375원, 1시간에 4만5000원에 해당하는 요금이 빠져나가는 것. 다수방에 비해 2배 이상의 이용료가 빠져나가는 독방은 채팅녀들이 얼굴, 가슴 또는 은밀한 부분 등을 단계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더구나 이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용료를 환치기 계좌를 사용해 중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나씨 등은 수익금의 30%를 중국 현지 중간 관리자에게 송금해 채팅녀들에게 급여를 지불했다. 또 이들은 올해 1월경 개인 정보 자료 약 17만 건을 300만원에 구입해 국내 남성에게 SMS 문자 광고를 보냈으며 이 방법으로 10만명가량의 국내 남성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 등은 채팅방을 중국에 개설함으로써 단속 가능성이 적고, 탈북·중국동포 여성을 채팅녀로 고용해 국내에 비해 훨씬 용이하고 인건비도 저렴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탈북여성을 고용하기 전 사전 화상면접을 실시해 얼굴을 보여주며 채팅을 하는 ‘얼캠녀’와 몸을 보여주며 채팅하는 ‘몸캠녀’를 구별해 개인 아이디를 부여하는 등 철저하게 채팅녀의 외모와 몸매의 ‘물’을 감독했다.

 

또한 사전에 ‘채팅 장소가 중국이라는 것을 알리지 말 것’ ‘얼굴은 코 밑까지만 보여줄 것’ ‘몸캠은 1대 1 독방에서만 할 것’ 등 ‘채팅녀 규칙’을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아이디를 삭제하거나 수당을 회수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했다. 채팅녀가 타자에 익숙하지 않으면 남자친구나 남편을 ‘대리 타자수’로 고용하기도 했다.

 

인권 유린당하는 탈북여성

 

경찰 조사에서 나씨는 “생활비나 은신처를 제공해 주겠다”고 접근해 탈북여성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탈북여성인 변모씨는 “(탈북여성은) 신분증이 없는데다가 중국말을 잘 못해서 어디 취직하기 힘들다”며 “아무래도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인데다가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전했다.

 

중국 각지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법 음란사이트의 직원 10명 중 6~7명은 탈북여성”이며 성인 대상 화상채팅 업체에서 일하는 탈북여성들은 대부분 1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이들의 근로 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탈북여성들은 하루 종일 외부 출입을 할 수 없으며, 매일 할당된 업무량을 채워야 한다”며 “이들이 해야 할 일은 화상채팅을 하는 손님을 최대한 오랫동안 붙잡아 놓는 일이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욕설과 함께 매를 맞거나 성폭력을 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명목상 2000~4000위안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탈북여성들의 신분이 불안정한 점을 이용해 ‘월급을 퇴사 때 주겠다’고 속이기도 하며 때로는 다른 업주에게 물건처럼 팔려가기도 한다”고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