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렇게 헤어졌네요..이제 600일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었는데...모든게 그럭저럭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전날 저녁에만해도 함께 술을 마시며..같이 영화를보며 즐거워했었는데..다음날 아침에 문득 이야기 하더군요. "우리 이제 그만 만나지 않을래?..."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저는 "진심이야?"라고 되물었지만..그녀의 대답은.... ... 무심한 표정으로 버스로 향하는 그녀를 좇아.. 저도 버스에 올라탔죠...조심스레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살며시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 .... .. 저는 올해 22살 남자입니다. 그녀는 저와 동갑이죠...우선... 그녀는 연애 경험이 많았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때도 사람을 사귀었었고..그 이후에도 사람을 만났었다고 해요..허나, 그녀는 유독 감정이 예민해서인지..쉽게 질리고.. 쉽게 지루해지고..최대로 많이 사귄 날이 200일정도였다고 해요... 다른 한편으로 저는..참으로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제가 이성과 사귄 것은 그녀가 처음입니다.스무살 전까지 여자친구 하나 없던 저에게..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성처럼... 갑작스럽고 신비한 존재였죠...제가 처음으로 사귄 사람이라.. 애정이 컸고...그만큼.. 또 잘해주고 싶었는데...역시 첫 연애는 힘든가 봅니다. ... 사는 지역은 전혀 달랐지만.. 당시 우연히도 같은 게임을 하고있던지라..언젠가 게임 정모를 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가 저희의 첫 대면이었죠.그 이후로 제가 먼저 관심을 갖고 그녀의 일터에 자주 얼굴을 비치며 관심을 끌었고..결국 어떠한 사건으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저는 맞는게 정말 많았습니다..좋아하는 영화나.. 좋아하는 음식.. 같은 장르의 음악을 듣고.. 같은 생각을 이야기하며...뭐.. 서로 책까지 바꿔 읽을 정도로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지고 있기도 했죠...(가끔 서점으로 데이트 하면서도 서로 지루해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못 해준게 너무나도 많습니다.사귈 당시 저는 재수(수능 다시보기)때문에 재수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해야 했거든요.그 때문인지 아무래도 만날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고...기념일도.. 생일 선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자친구는 수긍 하더군요. 이해 한다고...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수능 끝나고 실컷 연애하자고..... 너무나도.. 착했습니다... 저를 많이 배려해주었죠... 밤마다 전화를 받아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요.. 그렇게 약 1년여 동안을요... 꾸준히....덕분에 간간히 연애를 하면서도 공부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죠..대학을 서울로 가지 않으면 그녀를 자주 볼 수 없었거든요.결국엔 여자친구의 응원 덕분인지..서울 소재지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 대학교에 합격하고나선 정말 실컷 놀았습니다..여자친구와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영화도 보고...다른 연인들이 하는 것처럼 손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구요...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뭐.. 이런말을 하긴 창피하지만..... 저는 줄곧 지방에만 살던지라.. 서울에는 뭐가 있는지 전혀 몰랐거든요..여자친구를 만나서 카페를 처음 가봤고...CGV를 처음 가봤으며.. 홍대 이대... 건대 입구..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도 처음 가봤고..명동과 압구정을 돌아다니며 옷 구경을 하고...맛집을 찾기위해 이골목 저골목을 방황하던 기억이 나네요... .... 언젠가 같이 술을 마시던 도중 그녀가 말했습니다...태어나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 처음 본다고... 처음이라고....그러니까....혹시해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우리가 만약 헤어진다고 하더라도....... 좋은 친구로 남아줄 수 있겠냐고....그래, 그게 만약이지만.... 그래줄 수 있겠냐고... 처음에 저는 부정했습니다.아니 애초에 헤어지지 않을거라고.. 이렇게 좋아하는데...절대 그럴 일 없을거라고... ... 잠시 후 그녀가 말하더군요..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 알았다고 했습니다..지금 이렇게 좋아하지만.. 정말 만약에 우리가 헤어진다고 하더라도...좋은 친구로 남아주겠다고..... ... 근데.. 그때 그 말이... 결국 씨가되었나 봅니다. ... 새벽부터 습기가 가득 찬게 기분이 영 찝찝했습니다. 침대 옆자리에서 등 돌리며 자고있던 그녀를 다시금 꼬옥 안아주었죠....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그녀는 일하러 가야하거든요.. 비록 전날에 영화를보고 술을 마시느냐고 늦은 새벽에 잠들었지만..어쨌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사람은 각자 가야할 길을 가야하니까요... 예감대로 아침에 비가내렸습니다.다행히 아침에 나갈때는 부슬부슬 비가와서 옷깃을 적시는 정도였습니다만..따로 우산을 가지고오지 않아서.. 저희 둘은 그냥 가볍게 비를 맞으며 걸어갔죠.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녀와 손을 잡기위해서요. 헌데...갑자기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습니다.저는 의아해하며 "..왜??" 라고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만 흔들 뿐 답해주지 않았습니다.결국엔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둘이 뻘쭘하게 서있는데..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더군요... "우리 이제 그만 만나지 않을래?..."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저는 "진심이야?"라고 되물었지만..그녀의 대답은.... "응.. 진심이야...." 무심한 표정으로 버스로 향하는 그녀를 좇아.. 저도 버스에 올라탔죠...조심스레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살며시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정말로 진심이야?" 찡그리거나.. 진지한 표정이 아닌.. 웃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혹시 이게 장난이 아닐까 싶어.. 한번 더 물어봤던거였습니다...그러자 그녀가 답하더군요.. "그냥... 뭐랄까.. 너무 똑같은 거 같아... 지루해."다시금 웃으면서 그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 ... 이어서 그녀가 말하더군요..너는 따로 잘못한거 전혀 없다고..그렇다고 딱히 실망할 만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그냥 대체적으로 좋았다고...같이 있는 것도 좋고.. 좋긴 한데....너무 일상이 똑같다고.. ..... 뭐, 여담일지도 모르지만..그녀는 평소 일에 찌들어 살았습니다.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그녀만 따로 살고 있었거든요.집안일을 혼자 도맡아 해왔던 것은 물론..집안에 맏이라는 부담도 적진 않았겠죠....그런 부담감을 평소 저에게 털어놓곤 했습니다...힘들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채..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하는 것은 답답하다고..물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말속엔 이런 의미들이 담겨있었죠.....'정말 힘들다고...' 그때마다 저는 나름의 위로를 해주었습니다.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고.. 그러니까 힘내라고...근데.. 결국 그게 도움이 되질 않았나 봅니다..여자친구는 역으로 말하더군요..너는 모른다고..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역시나.. 제 위로가 상투적으로 들렸던 걸까요.. ... .. 하지만 알고보니 헤어지게된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더군요...진실은... 시간이 흐르자 좋아하는 감정이 식었고...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자기 쉬는날에만 불러서 자기와 놀게 하니까..너무 미안한 것 같다고..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자신이...그러니까 비유를 이렇게 하더군요...언젠가부터.. 너는 장난감...과 비슷한거 같았다고.. 그냥 자신이 놀기위한 도구로서 사용하는거 같았다고..아니 사실 그보다 더 못한 것 같다고....너무 미안하다고.. 이제 좋아하는 마음은 없다고.. 내가 하고싶은거 하려고 부르는거라고..일방적으로 좋아하는건.. 그건 서로 좋은게 아니지 않냐고...그러니까 그만 만나자고....자기도 생각 많이 했다고... .. 음.. 생각해보면 그런 거였네요.결국 저만 좋아하고 있었던 거에요. 최근에 어렴풋이 느끼긴 했습니다.둘이 만나면 항상 똑같은 곳만 가고..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그렇기에 그녀는 더 지루함을 느꼈던 것이죠... 감정이 식은 것도.. 어느정도 느끼긴 했습니다...항상 부르면 멀리서도 바로 와주었던 절 걱정하기보다는..오늘은 무엇을 할까... 무엇을 볼까 하며.. 어떻게 놀지를 더 고민하고 있었거든요...그런 것을 보며 한마디 하긴 했지만...그때.. 별로.. 달라질 것 없었던 그녀의 태도는 그 전초였나 봅니다... .. 웃으며 그녀가 말했습니다.그만 만나자고...그러자 저도 웃으며 말했습니다..알았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쿨한 척 했습니다...그녀를 실망시키긴 싫었거든요...헤어질때 질질 끌며 잡는건.. 서로 추하다고 언젠가 말했던 적이 있었거든요..헤어져도 연락 끊는건 이해 안간다고.. 그냥 좋은 친구로 남으면 되지 않냐고..응 나도 이해한다고..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근데.....근데..하. 그렇게 웃으며 손을 흔드며 보냈습니다.그러자 그녀도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일터로 발을 돌렸습니다... .. 버스를 타자 빗살이 거세진게 보였습니다..창유리에 부딪치는 빗줄기를 따라.. 바깥 풍경이 점점 흐려져갔습니다. .. 집에 올때엔 우산이 없었던지라 그대로 비를 맞으며 돌아왔습니다.돌아오는 내내 멍해져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 뜬금없게도..... 가요에는 왜 이런 문구가 많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을까.. 하는어이없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 오는 날의 이별. ... .. 내일은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합니다.돌려줘야 할 책들이 있거든요..반대로 제가 받아야 할 책들이 있구요.. 평소 서로 책을 빌려주며 보았거든요... 그것 때문인지 어제 그녀가 일이 끝났을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아마도 약속시간을 잡기 위한 전화였겠죠..하지만 전.. 받지 않았어요.. 아직도 헤어진게 실감이 안났거든요...다시 받는다면.. 다시한번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생각하니...가슴이 아팠습니다... .. 친구로 남는다..헤어져도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요?..모든 감정을 쏟아부어 좋아했던 그녀를....이제 친구로만 볼 수 있을까요?.. 네.. 누구나 말하듯이.. 결국엔 시간이 약이겠죠. ... 저는 치졸합니다..친구로 남기로 약속 해 놓고 자신이 없습니다....사실.. 아직 정말 모르겠어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아.. 어제 헤어졌네요... (첫 연애.. 그리고 헤어짐)
어제 그렇게 헤어졌네요..
이제 600일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었는데...
모든게 그럭저럭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전날 저녁에만해도 함께 술을 마시며..
같이 영화를보며 즐거워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문득 이야기 하더군요.
"우리 이제 그만 만나지 않을래?..."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저는 "진심이야?"라고 되물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
무심한 표정으로 버스로 향하는 그녀를 좇아.. 저도 버스에 올라탔죠...
조심스레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살며시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
....
..
저는 올해 22살 남자입니다. 그녀는 저와 동갑이죠...
우선... 그녀는 연애 경험이 많았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때도 사람을 사귀었었고..
그 이후에도 사람을 만났었다고 해요..
허나, 그녀는 유독 감정이 예민해서인지..
쉽게 질리고.. 쉽게 지루해지고..
최대로 많이 사귄 날이 200일정도였다고 해요...
다른 한편으로 저는..
참으로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제가 이성과 사귄 것은 그녀가 처음입니다.
스무살 전까지 여자친구 하나 없던 저에게..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성처럼... 갑작스럽고 신비한 존재였죠...
제가 처음으로 사귄 사람이라.. 애정이 컸고...
그만큼.. 또 잘해주고 싶었는데...
역시 첫 연애는 힘든가 봅니다.
...
사는 지역은 전혀 달랐지만.. 당시 우연히도 같은 게임을 하고있던지라..
언젠가 게임 정모를 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가 저희의 첫 대면이었죠.
그 이후로 제가 먼저 관심을 갖고 그녀의 일터에 자주 얼굴을 비치며 관심을 끌었고..
결국 어떠한 사건으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저는 맞는게 정말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나.. 좋아하는 음식..
같은 장르의 음악을 듣고.. 같은 생각을 이야기하며...
뭐.. 서로 책까지 바꿔 읽을 정도로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지고 있기도 했죠...
(가끔 서점으로 데이트 하면서도 서로 지루해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못 해준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사귈 당시 저는 재수(수능 다시보기)때문에 재수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해야 했거든요.
그 때문인지 아무래도 만날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기념일도.. 생일 선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 그래도 여자친구는 수긍 하더군요. 이해 한다고...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수능 끝나고 실컷 연애하자고..
... 너무나도.. 착했습니다... 저를 많이 배려해주었죠...
밤마다 전화를 받아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요..
그렇게 약 1년여 동안을요... 꾸준히....
덕분에 간간히 연애를 하면서도 공부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죠..
대학을 서울로 가지 않으면 그녀를 자주 볼 수 없었거든요.
결국엔 여자친구의 응원 덕분인지..
서울 소재지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
대학교에 합격하고나선 정말 실컷 놀았습니다..
여자친구와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영화도 보고...
다른 연인들이 하는 것처럼 손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구요...
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뭐.. 이런말을 하긴 창피하지만.....
저는 줄곧 지방에만 살던지라.. 서울에는 뭐가 있는지 전혀 몰랐거든요..
여자친구를 만나서 카페를 처음 가봤고...
CGV를 처음 가봤으며.. 홍대 이대... 건대 입구..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도 처음 가봤고..
명동과 압구정을 돌아다니며 옷 구경을 하고...
맛집을 찾기위해 이골목 저골목을 방황하던 기억이 나네요...
....
언젠가 같이 술을 마시던 도중 그녀가 말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 처음 본다고... 처음이라고....
그러니까....
혹시해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우리가 만약 헤어진다고 하더라도.....
.. 좋은 친구로 남아줄 수 있겠냐고....
그래, 그게 만약이지만.... 그래줄 수 있겠냐고...
처음에 저는 부정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헤어지지 않을거라고.. 이렇게 좋아하는데...
절대 그럴 일 없을거라고...
...
잠시 후 그녀가 말하더군요..
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
알았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좋아하지만.. 정말 만약에 우리가 헤어진다고 하더라도...
좋은 친구로 남아주겠다고.....
...
근데.. 그때 그 말이... 결국 씨가되었나 봅니다.
...
새벽부터 습기가 가득 찬게 기분이 영 찝찝했습니다.
침대 옆자리에서 등 돌리며 자고있던 그녀를 다시금 꼬옥 안아주었죠....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일하러 가야하거든요..
비록 전날에 영화를보고 술을 마시느냐고 늦은 새벽에 잠들었지만..
어쨌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사람은 각자 가야할 길을 가야하니까요...
예감대로 아침에 비가내렸습니다.
다행히 아침에 나갈때는 부슬부슬 비가와서 옷깃을 적시는 정도였습니다만..
따로 우산을 가지고오지 않아서.. 저희 둘은 그냥 가볍게 비를 맞으며 걸어갔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녀와 손을 잡기위해서요.
헌데...
갑자기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습니다.
저는 의아해하며 "..왜??" 라고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만 흔들 뿐 답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엔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둘이 뻘쭘하게 서있는데..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더군요...
"우리 이제 그만 만나지 않을래?..."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저는 "진심이야?"라고 되물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응.. 진심이야...."
무심한 표정으로 버스로 향하는 그녀를 좇아.. 저도 버스에 올라탔죠...
조심스레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살며시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정말로 진심이야?"
찡그리거나.. 진지한 표정이 아닌.. 웃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혹시 이게 장난이 아닐까 싶어.. 한번 더 물어봤던거였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답하더군요..
"그냥... 뭐랄까.. 너무 똑같은 거 같아... 지루해."
다시금 웃으면서 그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
...
이어서 그녀가 말하더군요..
너는 따로 잘못한거 전혀 없다고..
그렇다고 딱히 실망할 만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그냥 대체적으로 좋았다고...
같이 있는 것도 좋고.. 좋긴 한데....
너무 일상이 똑같다고..
.....
뭐, 여담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평소 일에 찌들어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그녀만 따로 살고 있었거든요.
집안일을 혼자 도맡아 해왔던 것은 물론..
집안에 맏이라는 부담도 적진 않았겠죠....
그런 부담감을 평소 저에게 털어놓곤 했습니다...
힘들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채..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하는 것은 답답하다고..
물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말속엔 이런 의미들이 담겨있었죠.....
'정말 힘들다고...'
그때마다 저는 나름의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고.. 그러니까 힘내라고...
근데.. 결국 그게 도움이 되질 않았나 봅니다..
여자친구는 역으로 말하더군요..
너는 모른다고..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역시나.. 제 위로가 상투적으로 들렸던 걸까요.. ...
..
하지만 알고보니 헤어지게된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더군요...
진실은...
시간이 흐르자 좋아하는 감정이 식었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자기 쉬는날에만 불러서 자기와 놀게 하니까..
너무 미안한 것 같다고..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자신이...
그러니까 비유를 이렇게 하더군요...
언젠가부터.. 너는 장난감...과 비슷한거 같았다고..
그냥 자신이 놀기위한 도구로서 사용하는거 같았다고..
아니 사실 그보다 더 못한 것 같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이제 좋아하는 마음은 없다고.. 내가 하고싶은거 하려고 부르는거라고..
일방적으로 좋아하는건.. 그건 서로 좋은게 아니지 않냐고...
그러니까 그만 만나자고....
자기도 생각 많이 했다고...
..
음.. 생각해보면 그런 거였네요.
결국 저만 좋아하고 있었던 거에요. 최근에 어렴풋이 느끼긴 했습니다.
둘이 만나면 항상 똑같은 곳만 가고..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그렇기에 그녀는 더 지루함을 느꼈던 것이죠...
감정이 식은 것도.. 어느정도 느끼긴 했습니다...
항상 부르면 멀리서도 바로 와주었던 절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은 무엇을 할까... 무엇을 볼까 하며.. 어떻게 놀지를 더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것을 보며 한마디 하긴 했지만...
그때.. 별로.. 달라질 것 없었던 그녀의 태도는 그 전초였나 봅니다...
..
웃으며 그녀가 말했습니다.
그만 만나자고...
그러자 저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알았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쿨한 척 했습니다...
그녀를 실망시키긴 싫었거든요...
헤어질때 질질 끌며 잡는건.. 서로 추하다고 언젠가 말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헤어져도 연락 끊는건 이해 안간다고.. 그냥 좋은 친구로 남으면 되지 않냐고..
응 나도 이해한다고..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근데..
하.
그렇게 웃으며 손을 흔드며 보냈습니다.
그러자 그녀도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일터로 발을 돌렸습니다...
..
버스를 타자 빗살이 거세진게 보였습니다..
창유리에 부딪치는 빗줄기를 따라.. 바깥 풍경이 점점 흐려져갔습니다.
..
집에 올때엔 우산이 없었던지라 그대로 비를 맞으며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멍해져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 뜬금없게도.....
가요에는 왜 이런 문구가 많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을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 오는 날의 이별.
...
..
내일은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합니다.
돌려줘야 할 책들이 있거든요..
반대로 제가 받아야 할 책들이 있구요..
평소 서로 책을 빌려주며 보았거든요...
그것 때문인지 어제 그녀가 일이 끝났을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아마도 약속시간을 잡기 위한 전화였겠죠..
하지만 전..
받지 않았어요.. 아직도 헤어진게 실감이 안났거든요...
다시 받는다면.. 다시한번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
친구로 남는다..
헤어져도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요?..
모든 감정을 쏟아부어 좋아했던 그녀를....
이제 친구로만 볼 수 있을까요?..
네.. 누구나 말하듯이..
결국엔 시간이 약이겠죠.
...
저는 치졸합니다..
친구로 남기로 약속 해 놓고 자신이 없습니다....
사실.. 아직 정말 모르겠어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아.. 어떻게 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