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응원 의무인가요?

민망2010.06.15
조회96,804

안녕하세요.

이십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12일, 대한민국과 그리스 경기를 보다가 일어난 일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저는 안타깝게도 토요일에 근무를 한답니다.

주5일근무이면 맘 편하게 주말을 기다리겠지만

저는 일요일 하루밖에 쉬질 못한답니다.

그래서 12일 경기도 그렇게 설레지 않았어요. 집에서 봐야 할 처지였으니까. 

퇴근하면 피곤하고, 응원장소까지 찾아갈 시간도 안 되고..

8시 퇴근이거든요.

 

그런데 집에 가는 길 공원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응원을 하더라고요.

작은 공간이라 그곳에서 응원이 펼쳐질 줄 몰랐는데 너무 반가웠죠.

웬 횡재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전 혼자였답니다.

애초에 응원하러 갈 참이 아니고 집에 가던 길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요.

혼자서라도 봐야지 싶어 자리 잡았죠.                                 

 

그런데 옆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죠..

대충 내용이 이랬어요.

응원하러 온 사람이 빨강색 옷도 안 입고 왔다.

응원도구도 없다. 뭐냐. 왜 온 거냐.

-_- 그날 저는 민트색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했어요.

집에 가던 길에 합류한 거니까 당연히 빨강색 옷은 준비가 안 되어 있었지요..

안그래도 다들 빨강색 옷을 입었는데 좀 민망하던 차에

그런 수근거림을 들으니까 그냥 집에 갈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런데 한쪽에서 수근거리니까 다른쪽에서도 그러는 거에요.

좀 화가 났어요.                                                  

그냥 순수하게 응원하고 싶어서 한자리 차지한 건데

각자 처해진 상황이 다를 수 있는 건데

저도 토요일에 근무를 안했으면 다 준비하고 친구와 함께 나왔을텐데 말이죠.

 

한참 경기가 진행되고 다들 아시겠지만 내용이 좋았잖아요?

혼자였지만 신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지금도 감기걸린 상태거든요.

주말엔 더 심했고..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소리치면서 응원은 못했고요, 그냥 손동작만 같이 하고 그러면서 봤는데

아까 그 수근거리던 사람들이 또

아니 도대체 경기에 집중만 할 것이지, 왜 저에게 집중을 하는 건지..

옷도 안 갖춰입고 나와서는 입만 뻥긋거린다고, 저럴 거면 왜 오냐고.

바로 앞에서 말하는데 그게 안 들릴 것 같은지.

너무 민망한 거에요.

수근수근.. 한두곳에서 그러다가 나중에는 무슨 동물원 원숭이 처럼

눈길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결국 경기를 다 못보고 돌아왔어요.

 

빨강색 티셔츠, 응원 구호. 법칙처럼 자리 잡았죠. 알아요.

그런데

다들 사정이 있는 거고, 꼭 그렇게 해야만 응원은 아니잖아요?

목이 아파 외치지 못하는 건데 꼭 죄 짓는 기분이었어요.

어떤 상황에도 빨강색 티셔츠와 구호를 같이 외쳐야만 되는 건가요?

눈치가 보였어요.. 그래서 끝까지 못 봤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건 틀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