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에 전역한! (육군 현역 병장 만기전역한!) 따끈따끈한!! 생기가 넘치.. 그건 아닌 것 같고, 뭐 그냥 그런 사회복귀자 입니다. ㅋ 2년 조금 안 되는 기간을 조용하고 상쾌한 군대공기를 맡다가 드디어!! 드디어, 어둡고 탁한, 무서운 사회로 돌아오게 되었죠. 저에겐 입대전 다니던 대학교 선배가 하나 있었습니다.집이 대전인데 다른 지역의 학교가 되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신입생 시절.같은 대전 사람이라는 이유로 뭉치게 되어 많이 친하게 지내서누나 동생하며 지내게 된 여자 선배가 있었죠. 1학년, 2학년 반동안 학교 다니면서 가장 친했던 선배이기도 하고뭐 차마 기억도 하기 싫은 제 신명나고 스펙타클한 군생활동안저를 버티게 해준 '여자' 였기에 연락을 꾸준히 했었드랬습니다.뭐 휴가 나오면 가끔 만나서 맛난 것도 먹고 속얘기도 많이 하고,굉장히 친한 그런 '여자' 였던 것 같습니다. 때는 2010년 6월 20일 저녁 노을이 살짝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시각사건은 전역을 하고 바로 다음날 터졌습니다. 연락도 맨날 제가 먼저 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니었으면서)만나자고도 제가 먼저 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만나 주는 것도 아니었으면서)맨날 만나서 술값, 밥값 제가 내고 그래서 전역 축하 기념으로 자기가 술을 사겠다네요.기분이 갑자기 좋아진 저는 꽃단장을 시작했습니다.잘 하지도 않는 면도도 하고, 따듯한 물로 샤워도 하고 다량의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쳐 발랐으며, 눈 안이 산만해 죽겠지만 렌즈도 끼고,얼마전에 구입한 귀여움이 물씬 묻어나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착용하고,키높이 깔창까지 (에 그래, 이건 인정! 키가 매우 작... 크흑..) 껴주는 센스.완전 풀템으로 변신하고, 그 누나가 편입해서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로 떠났습니다. 전화통화와 문자를 추측해본 결과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 같길래...뭔가 학교에서 기다릴 것 같은 분위기라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여기서 참고로 저의 서식지에서 그 학교는 택시를 타면 5000원 조금 넘게 나오는 지역으로서 군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양쪽 무릎 대 수술을 한 저는 요즘 바퀴달린 운송수단을 많이 이용합니다. 즉, 걸어서 가기엔 좀 되는 거리라 뭐 그런..) 전화통화에서 분명히 자기가 사겠다고 했으며, 전화통화에서 전 수중에 돈이 얼마 없다는 뜻을 분명히 피력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나가 기다릴 걱정에 여유도 없는 주제에 택시를 타고 날아갔습니다.그런데 30분을 기다려도 안 나오는 겁니다. 계속 어디냐고 물어보기도 뭐해서꾹 참고 그냥 기다렸는데 30분 넘어서 걸어옵니다. 충격! 집에서 왔답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시간이 7시 즈음 밖에 되지 않아서 일단 뭘 먹자고 막창을 먹으러 갔습니다.뭐 맛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소주도 한병 먹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근데 가게 사장님이 현금으로 계산하면 서비스를 많이 준다는 말을 하더라구요.누나 현금이 없다며 현금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물론 전 현금밖에 없었고, 있으면 서비스 먹게 현금내라고 하는겁니다.그 순간부터 우뇌에 들어있는 계산뉴런을 팽팽 굴렸습니다. 밥값 계산하고도 차비가 대충 남으니깐, 계산적으로 지갑이 폭발할 일은 없었습니다.조금 기분이 끌끌했지만, 오랜만에 만났으니깐, 어차피 술 사준댔으니깐그냥 쿨한 척 하고 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역하고 하루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수중에 돈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가끔 이럴 때가 여러분한테도 있을겁니다. 뭐 항상 지갑이 촉촉하거나 그런건 아니잖아요. 아닌가? 나만 쪼금 불행한건가?) 저녁을 그렇게 먹고 자기가 아는 술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분위기도 어두컴컴한게조용하고 노래도 좋은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는데;;;조용히 맥주 먹으면서 얘기 하다가 갑자기 누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그러더니 누나는 그 전화를 붙잡고 10분을 통화합니다. 때는 이때다!이 기회에 화장실 가는척 하고 담배를 태우러 잠깐 나갔다 왔습니다.다시 들어왔는데 갑자기 누가 온답니다. 학교 친구인데 이리 온답니다.아까 전화하던 사람인가 봅니다. 좀 당황했지만, 또 쿨한 척 하고 괜찮다고 했습니다.물론 안 괜찮죠. 오랜만에 그래도 조금 좋아하는 '여자'랑 술 먹는건데 누가 오면여러분 같으면 기분 좋겠습니까? 그래도 어째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갑자기 그럽디다. 전역했으니깐 솔로 그만 하라고 여자 소개시켜주는거니깐 잘 하라고.이런 옘병...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예전에 만나서 외롭다고 넌지시 얘기한걸잘못 이해했네요. 눈치가 쩌네, 눈치가 100단이네 뭐네 해도 지 일은 잘 모르네요. 여튼 그렇게 한명이 더 왔습니다. 그래서 셋이 있었습니다.뒤늦게 온 그사람은 성격도 좋고,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근데 제가 성격이 지랄이라 말도 잘 못 걸겠고,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그냥그냥 지내고 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면서 일어났습니다.그래서 누나랑 저랑 둘이 있는데, 갑자기 어떠냐고 괜찮냐고 물어봅니다.머리를 한대 콩 쥐어박... 그러고 싶었는데 그냥 예의상 "좋아, 괜찮은데?"라고 해줬습니다.그러자 갑자기 "ㅋㅋ 고맙지? 오늘 누나가 특별히 여자 소개시켜줬으니깐 술값 니가내라"이러는 겁니다. 저는 그냥 웃으면서 "아 뭐여 ㅋㅋ" 라고 했는데 갑자기 정색하면서돈이 없다는 겁니다. 조금 장난으로 받다가 정색이 좀 길어져서 '진짠가?' 하고 있는데다시 그 여자분이 들어와서 또 그냥그냥 있었습니다. 근데 그 여자분이 화장실 갈때마다 자꾸 돈이 없다고 하는겁니다.이젠 슬슬 진짜같은게 장난이 아닌겁니다. 그래서 전 또다시 제 우뇌를 굴렸습니다.아까 저녁값을 제가 내서 현재 수중엔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술값은 이미 지갑의 한도를 초과했고, 제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고 있습니다.즉, 정말 누나한테 돈이 없다면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진짜 장난이 아니면....이건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한테 4:1로 탈탈 털린거 보다,북한이 포르투갈한테 7:0으로 꾹꾹 밟힌거 보다 더 큰 참사로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어떻하지 어떻하지 하고있다가 결국은 그 여자가 딴 짓하는 새에진지하게 "나 근데 돈 없어." 라고 실토했습니다.그래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진짜 자존심 상하지만, 와, 그거 참.. 참담한 기분..그때부터 술도 안 들어가는 겁니다. 그게 다 돈이니깐;;;;어쨌든 별 도리가 없으니깐 쪽팔리지만 얘기했습니다. 근데 완전 충격의 퍼레이드. 지갑을 보여주면서 정말 돈이 없다는 겁니다. 하... 우려했던 상상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고, 저는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말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상하게 손이 떨리는게 입술은 마르고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면서 심장이 발길질을 하는 중에.옆에 있던 여자분이 이제 가자는 겁니다. 제길, 가자는데 안 나갈수도 없고..얼굴이 사색이 되서 나가는데,누나는 계속 장난치지 말고 돈 빨리 내라고 그러고,전 진짜로 돈이 없다고 겁나서 얘기하고, 끝까지 안 믿고....이젠 쪽팔리고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생존의 문제... 계속 돈 없다고 하는데계속 안 믿는겁니다. 슬슬 카운터로 다가가면서 밍기적거리자나중에 왔던 그 여자도 상황를 인지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오, 쪽팔려쪽팔려진짜쪽팔려! 처음만난 여자한테 이게 무슨 개굴욕이야;;;;여튼 뭐 그렇게 실갱이를 하면서 카운터로 가서 머뭇머뭇거리고 있는데,갑자기........ 누나가 카드를 슥 내밀더니 완전... 계산하고 나가는겁니다.그러더니 계단을 올라가면서 이러는 겁니다."어떻게 하나 떠봤는데, 야 너 그러는거 아냐 그걸 끝까지 안 낼라고 와~"그 소리를 그 여자분까지 다 들리게 목청을 틔우면서 말하는 겁니다. 허, 돈 있으면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내가 내지, 뭔 떼부자가 되겠다고 그걸 아끼냐.진짜 없던 자존심까지 생면부지 여자 분 앞에서 탈탈 털렸습니다.슬슬 제 표정은 웃지 않았고, 웃고 싶은 생각이 슬슬 사라집니다.근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아버지가 고위공무원인데 그거 내기 싫어서,알바도 구했다면서 치사하게 그거 안 낼라고 완전 치사하다" 이러면서 짜증나게 합니다. 갑자기 아부지 얘기를 왜 해. 왜 울 아부지가 갑자기 고위공무원이 된거야. 왜 나땜에 이런식으로 얘기가 나와야되지? 아니, 처음에 저 돈 없다고 말했고, 자기가 사겠다고 그랬고,그래도 예의상 저녁값은 대신 내주고. 허 그런데 이제와서...내가 무슨 돈 나오는 자판기도 아니고... 진지하게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계속 그러는겁니다.옆에 있는 여자분은 슬슬 상황파악이 되고 조용해졌습니다.(제 원래 잘 안 웃는데, 정색하면 진짜 인상이 안 좋아집니다. 제 얼굴을 그 여자분이 봤나봅니다. T^ T) 문제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택시는 할증의 세계로 입성했고,버스는 끊긴지 30만년이 지났답니다. 택시비도 없는 상황... 집까지의 거리는 대략.... 휴.여튼 이런 불안한 상황에 이 인간이 택시비를 달라는겁니다.와, 나 집에 갈 택시비도 없는데 지금 장난하나.고민하다가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 어쩔 방법도 없는데;; 그냥;;;궁지에 몰리면 용감해집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먹튀" 스킬을 잠깐 시전... T^ T그러던 중에 누나 친구분이 먼저 내렸습니다. 택시에는 이제 누나랑 저 둘 밖에 없었습니다.근데도 계속~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아까부터 치사하네 어쩌네 하길래.짜증나서 그냥 아저씨한테 여기서 세워주세요 하고 내렸습니다. 뒷자석에 앉은누나 얼굴. 처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화가나서. 자존심 상하고... 근데, 여긴 어디? 난 누구? 결국 전 태어나 처음 간 동네에서 도로 이정표만 보고 2시간 반 걸려서 집으로 갔습니다. 걸어서......... 수술하고 완전히 낫지도 않은 다리... 불쌍한 주인 만나서 고생... 미안... T^ T 집에 도착하니 새벽 5시...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이게 대체... 제가 생각해도 제 자신이 좀 한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누나긴 했는데 빅실망했네요.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살고싶지 않았습니다....이거 참.. 생각하면 할 수록 웃음밖에 안 나오는 이런 상황..... 앞으로는 누가 밥 산다고 해도 제가 돈 없으면 안 만날 겁니다.또 이럴지도 모르니깐 T^ T 에잉. 근데 써보니깐 너무 길다;;;;;1
전역 후... 굴욕....;;;
저는 얼마 전에 전역한! (육군 현역 병장 만기전역한!)
따끈따끈한!! 생기가 넘치.. 그건 아닌 것 같고, 뭐 그냥 그런 사회복귀자 입니다. ㅋ
2년 조금 안 되는 기간을 조용하고 상쾌한 군대공기를 맡다가
드디어!!
드디어, 어둡고 탁한, 무서운 사회로 돌아오게 되었죠.
저에겐 입대전 다니던 대학교 선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집이 대전인데 다른 지역의 학교가 되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신입생 시절.
같은 대전 사람이라는 이유로 뭉치게 되어 많이 친하게 지내서
누나 동생하며 지내게 된 여자 선배가 있었죠.
1학년, 2학년 반동안 학교 다니면서 가장 친했던 선배이기도 하고
뭐 차마 기억도 하기 싫은 제 신명나고 스펙타클한 군생활동안
저를 버티게 해준 '여자' 였기에 연락을 꾸준히 했었드랬습니다.
뭐 휴가 나오면 가끔 만나서 맛난 것도 먹고 속얘기도 많이 하고,
굉장히 친한 그런 '여자' 였던 것 같습니다.
때는 2010년 6월 20일 저녁 노을이 살짝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시각
사건은 전역을 하고 바로 다음날 터졌습니다.
연락도 맨날 제가 먼저 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만나자고도 제가 먼저 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만나 주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맨날 만나서 술값, 밥값 제가 내고 그래서 전역 축하 기념으로 자기가 술을 사겠다네요.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 저는 꽃단장을 시작했습니다.
잘 하지도 않는 면도도 하고, 따듯한 물로 샤워도 하고
다량의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쳐 발랐으며, 눈 안이 산만해 죽겠지만 렌즈도 끼고,
얼마전에 구입한 귀여움이 물씬 묻어나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착용하고,
키높이 깔창까지 (에 그래, 이건 인정! 키가 매우 작... 크흑..) 껴주는 센스.
완전 풀템으로 변신하고, 그 누나가 편입해서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로 떠났습니다.
전화통화와 문자를 추측해본 결과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 같길래...
뭔가 학교에서 기다릴 것 같은 분위기라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참고로 저의 서식지에서 그 학교는 택시를 타면 5000원 조금 넘게 나오는
지역으로서 군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양쪽 무릎 대 수술을 한 저는 요즘 바퀴달린
운송수단을 많이 이용합니다. 즉, 걸어서 가기엔 좀 되는 거리라 뭐 그런..)
전화통화에서 분명히 자기가 사겠다고 했으며,
전화통화에서 전 수중에 돈이 얼마 없다는 뜻을 분명히 피력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나가 기다릴 걱정에 여유도 없는 주제에 택시를 타고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30분을 기다려도 안 나오는 겁니다. 계속 어디냐고 물어보기도 뭐해서
꾹 참고 그냥 기다렸는데 30분 넘어서 걸어옵니다. 충격! 집에서 왔답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시간이 7시 즈음 밖에 되지 않아서 일단 뭘 먹자고 막창을 먹으러 갔습니다.
뭐 맛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소주도 한병 먹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근데 가게 사장님이 현금으로 계산하면 서비스를 많이 준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누나 현금이 없다며 현금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물론 전 현금밖에 없었고, 있으면 서비스 먹게 현금내라고 하는겁니다.
그 순간부터 우뇌에 들어있는 계산뉴런을 팽팽 굴렸습니다.
밥값 계산하고도 차비가 대충 남으니깐, 계산적으로 지갑이 폭발할 일은 없었습니다.
조금 기분이 끌끌했지만, 오랜만에 만났으니깐, 어차피 술 사준댔으니깐
그냥 쿨한 척 하고 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역하고 하루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수중에 돈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가끔 이럴 때가 여러분한테도 있을겁니다.
뭐 항상 지갑이 촉촉하거나 그런건 아니잖아요. 아닌가? 나만 쪼금 불행한건가?)
저녁을 그렇게 먹고 자기가 아는 술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분위기도 어두컴컴한게
조용하고 노래도 좋은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는데;;;
조용히 맥주 먹으면서 얘기 하다가 갑자기 누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더니 누나는 그 전화를 붙잡고 10분을 통화합니다. 때는 이때다!
이 기회에 화장실 가는척 하고 담배를 태우러 잠깐 나갔다 왔습니다.
다시 들어왔는데 갑자기 누가 온답니다. 학교 친구인데 이리 온답니다.
아까 전화하던 사람인가 봅니다. 좀 당황했지만, 또 쿨한 척 하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물론 안 괜찮죠. 오랜만에 그래도 조금 좋아하는 '여자'랑 술 먹는건데 누가 오면
여러분 같으면 기분 좋겠습니까? 그래도 어째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그럽디다. 전역했으니깐 솔로 그만 하라고 여자 소개시켜주는거니깐 잘 하라고.
이런 옘병...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예전에 만나서 외롭다고 넌지시 얘기한걸
잘못 이해했네요. 눈치가 쩌네, 눈치가 100단이네 뭐네 해도 지 일은 잘 모르네요.
여튼 그렇게 한명이 더 왔습니다. 그래서 셋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온 그사람은 성격도 좋고,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성격이 지랄이라 말도 잘 못 걸겠고,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그냥 지내고 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면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누나랑 저랑 둘이 있는데, 갑자기 어떠냐고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머리를 한대 콩 쥐어박... 그러고 싶었는데 그냥 예의상 "좋아, 괜찮은데?"라고 해줬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ㅋㅋ 고맙지? 오늘 누나가 특별히 여자 소개시켜줬으니깐 술값 니가내라"
이러는 겁니다. 저는 그냥 웃으면서 "아 뭐여 ㅋㅋ" 라고 했는데 갑자기 정색하면서
돈이 없다는 겁니다. 조금 장난으로 받다가 정색이 좀 길어져서 '진짠가?' 하고 있는데
다시 그 여자분이 들어와서 또 그냥그냥 있었습니다.
근데 그 여자분이 화장실 갈때마다 자꾸 돈이 없다고 하는겁니다.
이젠 슬슬 진짜같은게 장난이 아닌겁니다. 그래서 전 또다시 제 우뇌를 굴렸습니다.
아까 저녁값을 제가 내서 현재 수중엔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술값은 이미 지갑의 한도를 초과했고, 제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고 있습니다.
즉, 정말 누나한테 돈이 없다면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진짜 장난이 아니면....
이건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한테 4:1로 탈탈 털린거 보다,
북한이 포르투갈한테 7:0으로 꾹꾹 밟힌거 보다 더 큰 참사로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어떻하지 어떻하지 하고있다가 결국은 그 여자가 딴 짓하는 새에
진지하게 "나 근데 돈 없어." 라고 실토했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진짜 자존심 상하지만, 와, 그거 참.. 참담한 기분..
그때부터 술도 안 들어가는 겁니다. 그게 다 돈이니깐;;;;
어쨌든 별 도리가 없으니깐 쪽팔리지만 얘기했습니다.
근데 완전 충격의 퍼레이드. 지갑을 보여주면서 정말 돈이 없다는 겁니다.
하... 우려했던 상상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고, 저는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상하게 손이 떨리는게 입술은 마르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면서 심장이 발길질을 하는 중에.
옆에 있던 여자분이 이제 가자는 겁니다. 제길, 가자는데 안 나갈수도 없고..
얼굴이 사색이 되서 나가는데,
누나는 계속 장난치지 말고 돈 빨리 내라고 그러고,
전 진짜로 돈이 없다고 겁나서 얘기하고, 끝까지 안 믿고....
이젠 쪽팔리고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생존의 문제... 계속 돈 없다고 하는데
계속 안 믿는겁니다. 슬슬 카운터로 다가가면서 밍기적거리자
나중에 왔던 그 여자도 상황를 인지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오, 쪽팔려쪽팔려진짜쪽팔려!
처음만난 여자한테 이게 무슨 개굴욕이야;;;;
여튼 뭐 그렇게 실갱이를 하면서 카운터로 가서 머뭇머뭇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나가 카드를 슥 내밀더니 완전... 계산하고 나가는겁니다.
그러더니 계단을 올라가면서 이러는 겁니다.
"어떻게 하나 떠봤는데, 야 너 그러는거 아냐 그걸 끝까지 안 낼라고 와~"
그 소리를 그 여자분까지 다 들리게 목청을 틔우면서 말하는 겁니다.
허, 돈 있으면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내가 내지, 뭔 떼부자가 되겠다고 그걸 아끼냐.
진짜 없던 자존심까지 생면부지 여자 분 앞에서 탈탈 털렸습니다.
슬슬 제 표정은 웃지 않았고, 웃고 싶은 생각이 슬슬 사라집니다.
근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아버지가 고위공무원인데 그거 내기 싫어서,
알바도 구했다면서 치사하게 그거 안 낼라고 완전 치사하다" 이러면서 짜증나게 합니다.
갑자기 아부지 얘기를 왜 해.
왜 울 아부지가 갑자기 고위공무원이 된거야.
왜 나땜에 이런식으로 얘기가 나와야되지?
아니, 처음에 저 돈 없다고 말했고, 자기가 사겠다고 그랬고,
그래도 예의상 저녁값은 대신 내주고. 허 그런데 이제와서...
내가 무슨 돈 나오는 자판기도 아니고...
진지하게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계속 그러는겁니다.
옆에 있는 여자분은 슬슬 상황파악이 되고 조용해졌습니다.
(제 원래 잘 안 웃는데, 정색하면 진짜 인상이 안 좋아집니다.
제 얼굴을 그 여자분이 봤나봅니다. T^ T)
문제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택시는 할증의 세계로 입성했고,
버스는 끊긴지 30만년이 지났답니다.
택시비도 없는 상황... 집까지의 거리는 대략.... 휴.
여튼 이런 불안한 상황에 이 인간이 택시비를 달라는겁니다.
와, 나 집에 갈 택시비도 없는데 지금 장난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 어쩔 방법도 없는데;; 그냥;;;
궁지에 몰리면 용감해집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먹튀" 스킬을 잠깐 시전... T^ T
그러던 중에 누나 친구분이 먼저 내렸습니다.
택시에는 이제 누나랑 저 둘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도 계속~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아까부터 치사하네 어쩌네 하길래.
짜증나서 그냥 아저씨한테 여기서 세워주세요 하고 내렸습니다. 뒷자석에 앉은
누나 얼굴. 처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화가나서. 자존심 상하고...
근데, 여긴 어디? 난 누구?
결국 전 태어나 처음 간 동네에서 도로 이정표만 보고 2시간 반 걸려서 집으로 갔습니다.
걸어서.........
수술하고 완전히 낫지도 않은 다리... 불쌍한 주인 만나서 고생... 미안... T^ T
집에 도착하니 새벽 5시...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이게 대체...
제가 생각해도 제 자신이 좀 한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누나긴 했는데 빅실망했네요.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살고싶지 않았습니다....
이거 참.. 생각하면 할 수록 웃음밖에 안 나오는 이런 상황.....
앞으로는 누가 밥 산다고 해도 제가 돈 없으면 안 만날 겁니다.
또 이럴지도 모르니깐 T^ T 에잉.
근데 써보니깐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