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멈춰 서있던 ‘고장난 시계’를 움직인 19살짜리 청년. 그가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예 한 술 더 떠 째깍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시계를 ‘빨리 가는 시계’로 고장내고 싶단다. 찰나의 시간과 싸우는 숙명을 타고 난 청년은 지난 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 64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초23을 찍으며 한국 육상이 그토록 갈망했던 남자 100m 한국 기록을 31년만에 갈아치운 김국영(19·안양시청)이다. 1979년 서말구가 세운 남자 육상 100m 한국기록(10초34)을 깨뜨린 그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대단했다.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단박에 스타가 돼버린 그는 대회가 끝나고 지난 9~12일 노루 꼬리 같은 짧은 사흘간의 휴가를 눈깜짝할 새 없이 보낸 뒤 지난 14일 강원도 태백으로 떠났다. 1주일간의 일정으로 태릉선수촌 태백 분촌에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31년만에 한국기록을 깼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믿는 김국영이다. “제 기록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어요. 기록을 세웠다고 분위기에 편승해 우쭐하다보면 퇴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심지 굳은 청년의 말 한마디는 한국 육상의 밝은 미래를 약속해줄 정도로 듬직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김국영에게는 거친 야성이 있다. 세련된 완성미보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육상을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싫증을 내지 않은 열정까지 더하면 눈부시게 ‘진화하는 스프린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공부에 집중하라는 아버지의 만류로 한 2년간 육상과 떨어졌지만 그의 가슴에 달리는 열정이 사라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김국영을 발굴하고 키워낸 안양시청 강태석 감독은 그를 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고 평가한다. 강 감독은 “한국 남자 육상 스프린터라면 누구라도 가졌을 법한 심리적 저지선인 10초34를 무너뜨린 이상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만 보강하면 기록 단축 속도가 더욱 가파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프린터로서 176㎝ 70㎏의 왜소한 체구의 김국영은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4개월만에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키가 작은 약점을 동물적인 스타트 능력과 빠른 피치로 극복하고 있는 김국영은 발목 유연성이 뛰어나 스프린터의 생명인 터치다운(touch down·발뒤꿈치를 쓰지 않고 발가락 부분으로 땅을 박차는 동작) 추진력이 일품이다. 47걸음의 빠른 피치와 발목 유연성이 돋보이는 김국영은 주법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주법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기록을 깨뜨렸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한국 육상에겐 복이다. “후반부 70m 지점에서 턱이 들리고 상체가 뒤로 처지는 약점을 고쳐야 해요.” 김국영의 자가진단이다. 일단 그것을 고치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은 화려한 광채를 내뿜는 보석이 된다.
◇도약의 7월.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대어는 큰 물에서 놀아봐야 한다. 김국영에게 7월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오는 7월20~26일(한국시간) 캐나다 몽튼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기록을 깬 기세를 국제대회에서 계속 탄력을 붙여 이어간다면 더욱 큰 자신감을 얻어 기량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할 수가 있다. 김국영은 “그 동안 대구국제육상대회를 제외하면 국제대회 출전한 경험이 별로 없다”면서 “성인무대가 아니라 또래의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어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지도자의 하모니 한국 육상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도자간의 반목은 적어도 김국영에겐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을 발굴하고 키워낸 안양시청 강 감독과 태릉선수촌에서 김국영을 지도하고 있는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기술위원장과 대표팀 이종윤 단거리 코치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머리를 맞대는 사이다. 특히 강 감독과 장 위원장은 사제지간으로 믿음이 두텁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경으로 똘똘 뭉친 세 지도자가 있기에 김국영의 미래는 그만큼 밝다.
◇김국영 프로필 ●생년월일=1991년 4월 19일
●신체조건=176㎝. 70㎏
●가족관계=아버지 김상문(58)씨와 어머니 김명애(53)씨 사이의 2남중 둘째
●소속=안양시청(2010년 입단)
●출신학교=안양 호원초~관양중~평촌정보고~대림대 체육과 1년 재학중
●좌우명=노력하는 자를 따를 자는 없다.
●비공인 최고기록=10초17(2010년 4월 20일 제14회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풍속 +4.9m/초)
●100m 피치(걸음수)와 보폭=47보.2m 35㎝
●기록추이=11초23(2005년 관양중 2학년·추계중고대회)→10초85(2006년 관양중 3학년·춘계중고대회)→10초71(2007년 평촌정보고 1학년·문광부전국시도대항대회)→10초55(2008년 평촌정보고 2학년·한중일주니어종합대회)→10초47(2009년 평촌정보고 3학년·춘계중고대회·고등부 신기록)→10초23(2010년 6월 7일 안양시청·전국선수권대회·한국신)
31년만에 한국신기록 깬 김국영
31년간 멈춰 서있던 ‘고장난 시계’를 움직인 19살짜리 청년. 그가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예 한 술 더 떠 째깍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시계를 ‘빨리 가는 시계’로 고장내고 싶단다. 찰나의 시간과 싸우는 숙명을 타고 난 청년은 지난 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 64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초23을 찍으며 한국 육상이 그토록 갈망했던 남자 100m 한국 기록을 31년만에 갈아치운 김국영(19·안양시청)이다. 1979년 서말구가 세운 남자 육상 100m 한국기록(10초34)을 깨뜨린 그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대단했다.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단박에 스타가 돼버린 그는 대회가 끝나고 지난 9~12일 노루 꼬리 같은 짧은 사흘간의 휴가를 눈깜짝할 새 없이 보낸 뒤 지난 14일 강원도 태백으로 떠났다. 1주일간의 일정으로 태릉선수촌 태백 분촌에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31년만에 한국기록을 깼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믿는 김국영이다. “제 기록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어요. 기록을 세웠다고 분위기에 편승해 우쭐하다보면 퇴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심지 굳은 청년의 말 한마디는 한국 육상의 밝은 미래를 약속해줄 정도로 듬직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김국영에게는 거친 야성이 있다. 세련된 완성미보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육상을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싫증을 내지 않은 열정까지 더하면 눈부시게 ‘진화하는 스프린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공부에 집중하라는 아버지의 만류로 한 2년간 육상과 떨어졌지만 그의 가슴에 달리는 열정이 사라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김국영을 발굴하고 키워낸 안양시청 강태석 감독은 그를 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고 평가한다. 강 감독은 “한국 남자 육상 스프린터라면 누구라도 가졌을 법한 심리적 저지선인 10초34를 무너뜨린 이상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만 보강하면 기록 단축 속도가 더욱 가파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프린터로서 176㎝ 70㎏의 왜소한 체구의 김국영은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4개월만에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키가 작은 약점을 동물적인 스타트 능력과 빠른 피치로 극복하고 있는 김국영은 발목 유연성이 뛰어나 스프린터의 생명인 터치다운(touch down·발뒤꿈치를 쓰지 않고 발가락 부분으로 땅을 박차는 동작) 추진력이 일품이다. 47걸음의 빠른 피치와 발목 유연성이 돋보이는 김국영은 주법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주법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기록을 깨뜨렸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한국 육상에겐 복이다. “후반부 70m 지점에서 턱이 들리고 상체가 뒤로 처지는 약점을 고쳐야 해요.” 김국영의 자가진단이다. 일단 그것을 고치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은 화려한 광채를 내뿜는 보석이 된다.◇도약의 7월.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대어는 큰 물에서 놀아봐야 한다. 김국영에게 7월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오는 7월20~26일(한국시간) 캐나다 몽튼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기록을 깬 기세를 국제대회에서 계속 탄력을 붙여 이어간다면 더욱 큰 자신감을 얻어 기량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할 수가 있다. 김국영은 “그 동안 대구국제육상대회를 제외하면 국제대회 출전한 경험이 별로 없다”면서 “성인무대가 아니라 또래의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어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지도자의 하모니 한국 육상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도자간의 반목은 적어도 김국영에겐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을 발굴하고 키워낸 안양시청 강 감독과 태릉선수촌에서 김국영을 지도하고 있는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기술위원장과 대표팀 이종윤 단거리 코치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머리를 맞대는 사이다. 특히 강 감독과 장 위원장은 사제지간으로 믿음이 두텁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경으로 똘똘 뭉친 세 지도자가 있기에 김국영의 미래는 그만큼 밝다.◇김국영 프로필
●생년월일=1991년 4월 19일
●신체조건=176㎝. 70㎏
●가족관계=아버지 김상문(58)씨와 어머니 김명애(53)씨 사이의 2남중 둘째
●소속=안양시청(2010년 입단)
●출신학교=안양 호원초~관양중~평촌정보고~대림대 체육과 1년 재학중
●좌우명=노력하는 자를 따를 자는 없다.
●비공인 최고기록=10초17(2010년 4월 20일 제14회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풍속 +4.9m/초)
●100m 피치(걸음수)와 보폭=47보.2m 35㎝
●기록추이=11초23(2005년 관양중 2학년·추계중고대회)→10초85(2006년 관양중 3학년·춘계중고대회)→10초71(2007년 평촌정보고 1학년·문광부전국시도대항대회)→10초55(2008년 평촌정보고 2학년·한중일주니어종합대회)→10초47(2009년 평촌정보고 3학년·춘계중고대회·고등부 신기록)→10초23(2010년 6월 7일 안양시청·전국선수권대회·한국신)
고진현기자 jhk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