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자기 어머니께서 제게 선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어하신다며, 나갈 의향이 있는지 제 의사를 물어보더군요. 나는 글쎄..난.아직..... 좀 그렇다...고 말을 했는데,
내 친구가 그냥 가볍게 밥만 먹고 오라고 그래서 그래, 거지마냥 점심밥이나 얻어 먹으러 가야겠다는 심보로 선자리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친구가 전화를 통해서 그 남자에 관련정보를 대충 말해줬거든요.
나이는 30살이고 키는 168cm이고(근데 나중에 통화했을 땐 170cm라고 정정하더라구요.)
아버지는 무슨 기업 사장, 어머니는 공공기관 직원, 집안이 돈이 많지만 남자가 연애경험이 없는데다가 성격이 조용하고 만약에 결혼이 성사되면 집을 40평 해주겠다고 했다며, 나와의 만남을 갖기 위해 명품가방을 주문해서 지금 배송 오고 있다는 어쩌고 저쩌고 겉절이 담소를 나눴습니다. (근데 난 진짜 오로지 밥만 얻어먹을 생각만 했음!)
하여튼 그 날 저녁에 그 남자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는 언니, 오빠랑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받아보니까 애기 목소리더라구요.
(국민할매 김태원 아저씨 목소리 + 아기 목소리였어요.. )
연애경험도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사람이 순수하고 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모범생 같은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요.
아... 선이란 이런 것인가? 별거 아니네~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둥.
아니 글쎄, 이 남자가 전화상에서
다짜고짜 오전 10시에 만나서 무슨 수목원에 가자고 하는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뒤에서 남자네 어머니께서 코치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내가 알기론 소개받는 자리는 조심스러운 자리라서 커피 한 잔 마시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도 빡빡 우겨서 수목원 가자고 하길래 아, 이 남자.. 소신 있고 뭔가 추진력 있는 성격인가보구나! 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일단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그 분을 "초록남"이라고 칭할게요. 뭐, 아무 의미 없어요. 단지 그 분께서 수목원에 가자고 하셔서임. )
만나기로 한 날, 그 더운 오전에.... 처음부터 초록남께서 저를 운동시키더군요.
원래 정신머리 없는지라 제가 살짝 지각할 뻔 하긴 했지만,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길래-_-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근데 초록남이.. 저 쪽 건너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오는 저를 같이 따라오면서 지켜 봤다더군요. (뭐야, 이 변태 스멜은~)
요하튼 초록남이 길을 건너왔는데........ 오잉??
제 키가 167cm이어서 아주 낮은 굽의 단화를 신고 갔는데 오잉?
머리 끝이 내 눈썹 정도로 옵니다.
오잉? 168이라며..오잉? 뭐, 키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외모는 착하긴 한데 눈 보니까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했어요.
(전 사람 볼 때, 눈 봐용.ㅋㅋㅋ 눈 보면 성격 알 수 있어서..
제가 좀 많이 따지죠? 미안ㅋㅋ)
그 놈의 수목원에 자꾸 가자고 그러시길래, 저는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빡빡 우겨서 가까운 커피숍에 갔습니다. (그 당시,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얘기를 좀더 하면 좋은 분일거라고 생각했었음)
근데 이 사람, (제 생각에는..) 뭔가 정신세계가 독특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자기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무협지/판타지물/인터넷 연애소설을 많이 읽었고 책을 좋아한다고 귀띔을 해주시더군요.
법정스님이 입적하시고 좀 후였기 때문에인지, 제게 "무소유"라는 책을 주시길래........
안주셔도 된다고 이거 예전에 읽어봤고 집에 읽을 거 많다고 거절했더니, 읽어야할 책과 있는 책이름을 다 말해보라고도 하면서 진상짓 스타트를 끊더군요. 덜덜..
"소의 위장은 몇 개인지 아세요?"
.............라는 질문으로 내 뇌를 시험합니다. 음메..
정답을 맞추니까,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볼까요? 저 사람들은 모를걸요? 이러면서 정답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대단하다면서 저보고 똑똑하다고 합니다.. 헐..
속으로 뭔가 창피하면서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건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기본상식 아닙니까!!! -_-^ 글 쓰다 보니까 다시 화나네.ㅋㅋㅋㅋ 진짜 아.....
어떻게 하다가 4D에 관련되어서 말이 나왔는데, 그거는 상업적 명칭이라며 초록남이 벌컥 화내면서, 나보고 4차원의 정의를 설명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슈타인의 E=mc² 공식도 설명해보라고 합니다. 덜덜ㄷㄷ 원래 선 이렇게 보는건가?
음, 어찌하다가 제 직장에 대해서 묻더군요.
뭔가 회사이름을 알려주기 꺼름칙해서 그냥 게임회사 연구소 다니고 있다고만 말했는데,
어휴... 자기는 C++ 하나로 와우를 똑같이 만든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길래 전 그냥 다소곳이 앉아 있었습니다.
자기가 쓰고 온 안경은 얼마일 것 같냐,
이 옷(여자옷 입고 왔음. 아놔. 요즘 시대가 유니섹스화 시대라고 이유를 댔음)은 얼마일 것 같냐, 이 가방은 얼마일 것 같냐
제가 들고 온 가방은 가격이 얼마냐 부터 시작해서................
제 부모님 직업이랑 아버지께선 정년퇴임 언제 하시냐고 대놓고 물어봤어요... 부모님에 관련되어서 이야기 하니까 기분이 은근히 불쾌해졌어요. 뭔가 호구조사 받는 기분이랄까요..??????
내가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초록남께서 저보고 말이 별로 없다면서 (짜증나니까 말을 안하고 있지-_-)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더니 불가리 동그라미 2개 겹쳐놓은 향수(이름은 잘 모름, 여자향수 같음) 거의 새거 꺼내더니 나보고 맡아 보랍니다.
속으로 헐! 내가 왜 님의 냄새를 맡아야 되죠!!!!!?!?!?!? 이런 생각이 들면서............제 나름대로 정중하게 웃으면서 거절했어요~ (내가 맘에 드는 사람이 그랬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앉은 뒷자리에 이십대 초반 여성들이 앉아서 담배를 태우더군요.
근데 갑자기 초록남이 그 광경을 보더니...갑자기 욱하면서! 국민할매 음성의 목소리로.... 엄청 궁시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전 그 사람이 신들린 줄 알았습니다....(좀 무서웠음)
"어우 무서워 어우 무서워 내가 나이가 삼십인데 쟤네들 나이 보면 이십대 초반인 것 같은데 담배 어쩌고 저쩌고.... 쳐다보지 말아요 쟤네들한테 맞을 것 같아 어우~ 무서워"
이렇게 그 여자분들한테 들으라고 대놓고 말하면서 찌질스럽게 몸서리치는 행위예술을 하더군요 ㅠㅠㅠㅠㅠㅠㅠ
아.. 난 창피해서 뒤..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진짜 제 친구가 미워졌습니다.ㅋㅋㅋㅋㅋㅋ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어서 이런 죄값을 치루나 싶어서 중간에 중간에 여러번 배아파서 집에 가겠다고 해도 집에 안 보내주더군요.
제가 명함 좀 달라고 했더니, 저를 가만히 앉혀두고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시더니 뭘 만드십니다. 그 동안 저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께 안 걸리려고 책상 아래에서 문자 보내던 신공으로) 빛의 속도로 친구에게 "너 죽을래?"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 그 분께서 드디어 명함을 주셨는데..
오잉? 오잉? 헐...
초록남이 조그마한 나뭇잎 포스트잇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스티커로 붙인 것을 명함이라고 준겁니다. 그리고 집에서 만들어 온 명함이 있다면서 또 보여주는데, 검정 사인펜으로 써서 번진 글씨로 알파벳 C가 쓰여져 있습니다.
초록남께선 자신의 인터내쇼날 네임이 크리스티앙이라서 줄여서 C라고 썼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아,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ㅋㅋㅋㅋㅋㅋ
글로 보시면 되게 낭만적이고 운치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여러분들이 초록남한테 반하실 순 있겠지만요....실제로 그 명함을 받아보시면, 어이가 상실이어서 헛웃음이 나옵니다.ㅋㅋㅋㅋㅋ;; 그 분의 성의를 생각하려 해도 잘 안되더군요. (집에 가서 사진 찍은게 있는데, 이 게시물에 첨부하려고 했지만 여긴 열린공간이므로 그 분의 개인정보도 있으니까 사진첨부는 안할게요. ) 그냥 명함 없다고 말하시면 될 것을.ㅠㅠ
카페에서의 1시간은 100시간 같았고, 전 진짜 참다참다 못해서 배아프다고(뻥) 집에 가겠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초록남께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 배고프다며 그 점심에 참치회를 먹으러 가자고 허세를 부리십니다. 속으로 뭐 마려운 사람 마냥 안절부절 덜덜 떨렸습니다.
아, 결국 바보 시절이 같이 거절못하는 내 멍청이 성격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카페 근처의 파스타 전문점으로 가서 우리 둘은 철판 볶음밥 같은 거로 시켰어요.
초록남께서는 밥 먹으러 와서도 진상짓 2편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했는데, 앞치마를 두른 남자 종업원이 "네." 라고 대답을 안 하고 갔다고 10분 넘게? 아니다, 20분넘게? 싸가지 없다고 종업원을 욕하는 겁니다. 아우,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봤습니다. 전 소심하고 찌질하게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쥐고 가운데 손가락을 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다보니 초록남이 명함 안줬다면서 자기네 회사 관리부 아가씨를 욕하는겁니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선자리 나온 남녀가 격하게 부러웠습니다.
뒷쪽에서 어떤 여자분이 "저기요, 저기요." 하면서 종업원을 불렀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초록남이 또 궁시렁 거리기 시작하더니..................(아, 짜증나;)
앞치마 두른 20대 초반 남자 종업원(거짓말 보태서 가까이서 보면, 이마에 나 여기서 잠시 알바하는 종업원입니다 라고 씌여있음) 한테 "사장님! 사장님!" 하고 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불러야지.. 사람들 다 쳐다보고.. 아.. 전 묵묵히 볶음밥만 먹어댔습니다.
초록남은 저를 그렇게 창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록남의 자리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이였습니다. 안경을 만지작 거리더니(알고보니 자기 안경 40만원짜리라고 자랑하려고 계속 만지작거린거였음. -_-) 갑자기 눈을 지긋이 감다가 뜨더니, 햇빛 쬐는 일광욕 자기 친구들 사이에선 "광합성 한다"라는 특별한 표현을 쓴다면서 뭔가 모를 우월감을 보였습니다. (아놔. 참나. ㅋㅋㅋㅋ)
저보고 차 있냐 신용카드 있냐 물어보더니, 나 신용카드 안 만들었다고 말하니까 왜 안만들었냐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하다 어쩌고 저쩌고 잔소리를 시작하더니 왜 차는 없냐면서 따지는 거 있죠? (속으로 야, 차는 너도 없잖아 짜샤! 라고 말해줬음. 난 너무 소심하고 바보같은 사람임. 자괴감이 밀려오네요ㅋㅋㅋㅋ 아놔ㅋㅋㅋ )
그러더니 초록남이 자긴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레드 제플린에 대해서 아는 척 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음악 얘기하더니 엠피삼을 꺼내서 저보고 이어폰을 껴보래요.
마음에 들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저 사람의 귓속에 들어갔던 이어폰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찝찝한 생각이 들어서 안 듣는다고 했더니..
오마이갓.
"저 음악 좀 들으면서 마음의 정리를 하겠습니다." 이러더니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음악 감상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앞에서 난 그 동안 뭐하라구?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초록남의 음악감상시간의 분 기다리고서 가겠다고 바득바득 말해서 집에 드디어 갔습니다.
문자 오고 그랬는데, 전 그 자리 가볍게 만난거라고 둘러대고 좋은 사람 만나라면서 죄송하다고 문자보내고 전화도 안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초록남이 초록남의 어머니한테 제가 맘에 무척 쏙 든다고 말했다며, 그 초록남 어머니께서 친구어머니께, 친구어머니께서 제 친구에게, 친구가 제게 말해줬어요. 저를 좋아해주신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전 이대로 쏠로로 살고 싶습니다.
선이란 이런 것인가?ㅋㅋ 처음 본 선에서의 경험 푸념ㅋ
안녕하세요? 철없이 내맘대로 청춘을 불사지르고 있는 쏠로 25살 여자입니다.
글이 좀 길어요 글이 좀 길어요 글이 좀 길어요 글이 좀 길어요
갑자기 몇 달전에 선 봤던 일이 생각나네요.
어느 날, 친구가 자기 어머니께서 제게 선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어하신다며, 나갈 의향이 있는지 제 의사를 물어보더군요. 나는 글쎄..난.아직..... 좀 그렇다...고 말을 했는데,
내 친구가 그냥 가볍게 밥만 먹고 오라고 그래서 그래, 거지마냥 점심밥이나 얻어 먹으러 가야겠다는 심보로 선자리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친구가 전화를 통해서 그 남자에 관련정보를 대충 말해줬거든요.
나이는 30살이고 키는 168cm이고(근데 나중에 통화했을 땐 170cm라고 정정하더라구요.)
아버지는 무슨 기업 사장, 어머니는 공공기관 직원, 집안이 돈이 많지만 남자가 연애경험이 없는데다가 성격이 조용하고 만약에 결혼이 성사되면 집을 40평 해주겠다고 했다며, 나와의 만남을 갖기 위해 명품가방을 주문해서 지금 배송 오고 있다는 어쩌고 저쩌고 겉절이 담소를 나눴습니다. (근데 난 진짜 오로지 밥만 얻어먹을 생각만 했음!)
하여튼 그 날 저녁에 그 남자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는 언니, 오빠랑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받아보니까 애기 목소리더라구요.
(국민할매 김태원 아저씨 목소리 + 아기 목소리였어요.. )
연애경험도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사람이 순수하고 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모범생 같은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요.
아... 선이란 이런 것인가? 별거 아니네~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둥.
아니 글쎄, 이 남자가 전화상에서
다짜고짜 오전 10시에 만나서 무슨 수목원에 가자고 하는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뒤에서 남자네 어머니께서 코치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내가 알기론 소개받는 자리는 조심스러운 자리라서 커피 한 잔 마시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도 빡빡 우겨서 수목원 가자고 하길래 아, 이 남자.. 소신 있고 뭔가 추진력 있는 성격인가보구나! 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일단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그 분을 "초록남"이라고 칭할게요. 뭐, 아무 의미 없어요. 단지 그 분께서 수목원에 가자고 하셔서임. )
만나기로 한 날, 그 더운 오전에.... 처음부터 초록남께서 저를 운동시키더군요.
원래 정신머리 없는지라 제가 살짝 지각할 뻔 하긴 했지만,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길래-_-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근데 초록남이.. 저 쪽 건너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오는 저를 같이 따라오면서 지켜 봤다더군요. (뭐야, 이 변태 스멜은~)
요하튼 초록남이 길을 건너왔는데........ 오잉??
제 키가 167cm이어서 아주 낮은 굽의 단화를 신고 갔는데 오잉?
머리 끝이 내 눈썹 정도로 옵니다.
오잉? 168이라며..오잉? 뭐, 키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외모는 착하긴 한데 눈 보니까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했어요.
(전 사람 볼 때, 눈 봐용.ㅋㅋㅋ 눈 보면 성격 알 수 있어서..
제가 좀 많이 따지죠? 미안ㅋㅋ)
그 놈의 수목원에 자꾸 가자고 그러시길래, 저는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빡빡 우겨서 가까운 커피숍에 갔습니다. (그 당시,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얘기를 좀더 하면 좋은 분일거라고 생각했었음)
근데 이 사람, (제 생각에는..) 뭔가 정신세계가 독특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자기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무협지/판타지물/인터넷 연애소설을 많이 읽었고 책을 좋아한다고 귀띔을 해주시더군요.
법정스님이 입적하시고 좀 후였기 때문에인지, 제게 "무소유"라는 책을 주시길래........
안주셔도 된다고 이거 예전에 읽어봤고 집에 읽을 거 많다고 거절했더니, 읽어야할 책과 있는 책이름을 다 말해보라고도 하면서 진상짓 스타트를 끊더군요. 덜덜..
"소의 위장은 몇 개인지 아세요?"
.............라는 질문으로 내 뇌를 시험합니다. 음메..
정답을 맞추니까,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볼까요? 저 사람들은 모를걸요? 이러면서 정답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대단하다면서 저보고 똑똑하다고 합니다.. 헐..
속으로 뭔가 창피하면서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건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기본상식 아닙니까!!! -_-^ 글 쓰다 보니까 다시 화나네.ㅋㅋㅋㅋ 진짜 아.....
어떻게 하다가 4D에 관련되어서 말이 나왔는데, 그거는 상업적 명칭이라며 초록남이 벌컥 화내면서, 나보고 4차원의 정의를 설명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슈타인의 E=mc² 공식도 설명해보라고 합니다. 덜덜ㄷㄷ
원래 선 이렇게 보는건가?
음, 어찌하다가 제 직장에 대해서 묻더군요.
뭔가 회사이름을 알려주기 꺼름칙해서 그냥 게임회사 연구소 다니고 있다고만 말했는데,
어휴... 자기는 C++ 하나로 와우를 똑같이 만든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길래 전 그냥 다소곳이 앉아 있었습니다.
자기가 쓰고 온 안경은 얼마일 것 같냐,
이 옷(여자옷 입고 왔음. 아놔. 요즘 시대가 유니섹스화 시대라고 이유를 댔음)은 얼마일 것 같냐, 이 가방은 얼마일 것 같냐
제가 들고 온 가방은 가격이 얼마냐 부터 시작해서................
제 부모님 직업이랑 아버지께선 정년퇴임 언제 하시냐고 대놓고 물어봤어요... 부모님에 관련되어서 이야기 하니까 기분이 은근히 불쾌해졌어요. 뭔가 호구조사 받는 기분이랄까요..??????
내가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초록남께서 저보고 말이 별로 없다면서 (짜증나니까 말을 안하고 있지-_-)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더니 불가리 동그라미 2개 겹쳐놓은 향수(이름은 잘 모름, 여자향수 같음) 거의 새거 꺼내더니 나보고 맡아 보랍니다.
속으로 헐! 내가 왜 님의 냄새를 맡아야 되죠!!!!!?!?!?!? 이런 생각이 들면서............제 나름대로 정중하게 웃으면서 거절했어요~ (내가 맘에 드는 사람이 그랬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앉은 뒷자리에 이십대 초반 여성들이 앉아서 담배
를 태우더군요.
근데 갑자기 초록남이 그 광경을 보더니...갑자기 욱하면서! 국민할매 음성의 목소리로.... 엄청 궁시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전 그 사람이 신들린 줄 알았습니다....(좀 무서웠음)
"어우 무서워 어우 무서워 내가 나이가 삼십인데 쟤네들 나이 보면 이십대 초반인 것 같은데 담배 어쩌고 저쩌고.... 쳐다보지 말아요 쟤네들한테 맞을 것 같아 어우~ 무서워"
이렇게 그 여자분들한테 들으라고 대놓고 말하면서 찌질스럽게 몸서리치는 행위예술을 하더군요 ㅠㅠㅠㅠㅠㅠㅠ
아.. 난 창피해서 뒤..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진짜 제 친구가 미워졌습니다.ㅋㅋㅋㅋㅋㅋ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어서 이런 죄값을 치루나 싶어서 중간에 중간에 여러번 배아파서 집에 가겠다고 해도 집에 안 보내주더군요.
제가 명함 좀 달라고 했더니, 저를 가만히 앉혀두고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시더니 뭘 만드십니다.
그 동안 저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께 안 걸리려고 책상 아래에서 문자 보내던 신공으로) 빛의 속도로 친구에게 "너 죽을래?"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 그 분께서 드디어 명함을 주셨는데..
오잉? 오잉? 헐...
초록남이 조그마한 나뭇잎 포스트잇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스티커로 붙인 것을 명함이라고 준겁니다. 그리고 집에서 만들어 온 명함이 있다면서 또 보여주는데, 검정 사인펜으로 써서 번진 글씨로 알파벳 C가 쓰여져 있습니다.
초록남께선 자신의 인터내쇼날 네임이 크리스티앙이라서 줄여서 C라고 썼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아,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ㅋㅋㅋㅋㅋㅋ
글로 보시면 되게 낭만적이고 운치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여러분들이 초록남한테 반하실 순 있겠지만요....실제로 그 명함을 받아보시면, 어이가 상실이어서 헛웃음이 나옵니다.ㅋㅋㅋㅋㅋ;; 그 분의 성의를 생각하려 해도 잘 안되더군요. (집에 가서 사진 찍은게 있는데, 이 게시물에 첨부하려고 했지만 여긴 열린공간이므로 그 분의 개인정보도 있으니까 사진첨부는 안할게요. ) 그냥 명함 없다고 말하시면 될 것을.ㅠㅠ
카페에서의 1시간은 100시간 같았고, 전 진짜 참다참다 못해서 배아프다고(뻥) 집에 가겠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초록남께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 배고프다며 그 점심에 참치회를 먹으러 가자고 허세를 부리십니다. 속으로 뭐 마려운 사람 마냥 안절부절 덜덜 떨렸습니다.
아, 결국 바보 시절이 같이 거절못하는 내 멍청이 성격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카페 근처의 파스타 전문점으로 가서 우리 둘은 철판 볶음밥 같은 거로 시켰어요.









초록남께서는 밥 먹으러 와서도 진상짓 2편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했는데, 앞치마를 두른 남자 종업원이 "네." 라고 대답을 안 하고 갔다고 10분 넘게? 아니다, 20분넘게? 싸가지 없다고 종업원을 욕하는 겁니다. 아우,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봤습니다. 전 소심하고 찌질하게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쥐고 가운데 손가락을 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다보니 초록남이 명함 안줬다면서 자기네 회사 관리부 아가씨를 욕하는겁니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선자리 나온 남녀가 격하게 부러웠습니다.
뒷쪽에서 어떤 여자분이 "저기요, 저기요." 하면서 종업원을 불렀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초록남이 또 궁시렁 거리기 시작하더니..................(아, 짜증나;)
자기는 식당에 가면 종업원을 사장님이라고 부른다면서 아, 아니나 다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앞치마 두른 20대 초반 남자 종업원(거짓말 보태서 가까이서 보면, 이마에 나 여기서 잠시 알바하는 종업원입니다 라고 씌여있음) 한테 "사장님! 사장님!" 하고 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불러야지.. 사람들 다 쳐다보고.. 아.. 전 묵묵히 볶음밥만 먹어댔습니다.
초록남은 저를 그렇게 창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록남의 자리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이였습니다. 안경을 만지작 거리더니(알고보니 자기 안경 40만원짜리라고 자랑하려고 계속 만지작거린거였음. -_-) 갑자기 눈을 지긋이 감다가 뜨더니, 햇빛 쬐는 일광욕 자기 친구들 사이에선 "광합성 한다"라는 특별한 표현을 쓴다면서 뭔가 모를 우월감을 보였습니다. (아놔. 참나. ㅋㅋㅋㅋ)
저보고 차 있냐 신용카드 있냐 물어보더니, 나 신용카드 안 만들었다고 말하니까 왜 안만들었냐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하다 어쩌고 저쩌고 잔소리를 시작하더니 왜 차는 없냐면서 따지는 거 있죠? (속으로 야, 차는 너도 없잖아 짜샤! 라고 말해줬음. 난 너무 소심하고 바보같은 사람임. 자괴감이 밀려오네요ㅋㅋㅋㅋ 아놔ㅋㅋㅋ )
그러더니 초록남이 자긴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레드 제플린에 대해서 아는 척 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음악 얘기하더니 엠피삼을 꺼내서 저보고 이어폰을 껴보래요.
마음에 들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저 사람의 귓속에 들어갔던 이어폰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찝찝한 생각이 들어서 안 듣는다고 했더니..
오마이갓.
"저 음악 좀 들으면서 마음의 정리를 하겠습니다." 이러더니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음악 감상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앞에서 난 그 동안 뭐하라구?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초록남의 음악감상시간의 분 기다리고서 가겠다고 바득바득 말해서 집에 드디어 갔습니다.
문자 오고 그랬는데, 전 그 자리 가볍게 만난거라고 둘러대고 좋은 사람 만나라면서 죄송하다고 문자보내고 전화도 안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초록남이 초록남의 어머니한테 제가 맘에 무척 쏙 든다고 말했다며, 그 초록남 어머니께서 친구어머니께, 친구어머니께서 제 친구에게, 친구가 제게 말해줬어요. 저를 좋아해주신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전 이대로 쏠로로 살고 싶습니다.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드리려고 이모티콘 갖다붙이고 밑줄도 긋고 해봤어요.
감사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용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