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에 대한 가장 주관적인 고찰

진얼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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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에 대한 가장 주관적인 고찰

 

 나는 안락사와 자살을 결단코 동일시 하지 않는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죽여주세요." 그리고 약물 투여. 바이바이. 대부분 이런 것만 안락사라고 생각을 할테지만... 나의 안락사에 대한 견해는 좀 더 폭 넓다. 그것은 자신의 남은 생에 대한 결정권이며 순수한 삶의 의지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50대의 어떤 중년이 암 선고를 받았다고 하자. 그는 이미 말기에 접어들어 있었고 병원은 그런 그에게 항암치료를 받으면 몇년은 더 살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적적으로 완치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헌데... 이 남자는 이런 치료를 거부하기로 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고 잊고 지냈던 친구를 만나고 지금까지 바쁜 일상 때문에 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들을 하나하나 했다고 치자. 그리고 그는 암이 점점 진행되어 죽었다. 이것도 바로 안락사다. 내가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 그것이 바로 안락사인 것이다.

 

 자살의 목적은 온전히 생의 마감에 있다. 그것은 인간적이며 행복하게 죽을 권리를 완전 포기한 무책임적인 행위이다. 그에 반해 안락사는 내가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선택하는 고차원적인 행위인 것이다. 병에 걸려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사람에게 내일은 또 다른 고통의 내일일 뿐이다. 그의 의식은 고통에 침강 당해 언젠가는 이성의 마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성이 마비된 인간. 생각하지 못하고 가족과 친구와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없게 된 순간. 이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인간으로서의 상실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생을 마감 할 기회를 갖는 것. 이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며 또한 축복이다. 물론 자살을 택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내일은 또 다른 고통의 내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의 권한이 있다. 죽음의 선택이 아닌 삶의 선택을 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헌데 그들은 그런 선택을 모두 거부하고 최종선택만을 위해 달려간다. 그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인간은 선택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선택은 인간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선택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살도 선택을 일부분이라고 그 선택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의미 없는 삶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도 전에 죽어버리고 만다. 그런 죽음은 의미 없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이 의미 없는 행위로 인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것은 말 그대로 의미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음을 당한다. 이런 죽음은 한없이 안타깝다. 그것은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내 손으로 가늠하지 못함에 대한 비통함이다. 이런 죽음이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건이 일어나는데 이런 사람들에 비해 내 생의 마지막을 적어도 나와 내 가족이 모두 알고 또 그 마지막을 준비 할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은 둘도 없는 행운일 것이다.

 

 뇌사자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엄밀히 얘기 하자면 뇌사자는 죽은 사람은 아니다. 아직도 오장육부가 활발히 움직이며 심장이 뛰고 체온이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단순히 '대뇌피질'이 죽은 것일 뿐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동물로서의 존재는 생하고 있겠으나 사람으로서의 존재는 분명 사한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다울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고로 안타깝지만 뇌사자는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아니다.

 

 유영철과 김길태 같은 인간은 살아 있고 또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일 테지만 그들의 뇌는 분명 죽었다. 사람답기를 거부한 인간들. 그래서 그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뇌사자'다.

 

 결론을 말하자면 자살과 안락사는 절대로 이음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행사하는 안락사와 죽음으로서 인간의 삶을 마감 지으려는 자살은 분명 다르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죽음과 동물로서의 죽음을 동시에 갖는 존재다. 동물은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 생존의 능력이 없어지면 죽는다. 혹은 생존능력이 더 강한 존재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능력이 없다고 (쉽게) 죽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사회라는 어떠한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이며 나의 존재가 단순히 사라지면 흙이 되는 생물학적인 측면을 넘어선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물의 죽음이 값어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논쟁의 여지는 언제나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끝없이 다투고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사회가 그리고 미래가 좀 더 진일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죽고 싶다. 그것이 자살이건 사고건 행복하게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축복이다. 하지만 자살이 행복한 죽음일 것이라는 생각은 뭔가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 같다. 자살의 순간. 돌이켜 생각을 해보자. 이것이 진정 행복한 죽음인지.

 

 

 

 

* 안락사에 대한 옹호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끝을 보니 결국엔 또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역시 난 아직 많이 모자란다

역시 나에게는 '논리'가 부족하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