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항변

. 2010.07.02
조회308

씽씽카가 사라졌다.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언제 가지고 놀았는지 애들이 기억을 못한다.

내가 알기론 바로 며칠전인데...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놔둬야 다음에 안 잊어먹는다고

노래를 하면서 살아도 잘 안된다.

두개나 되는데 설마 하나는 있겠지 싶어 찾아도 두개 다 없다.

 

이런...머리에 열이 나기 시작한다.

하나는 외삼촌이 특별히 좋은 걸 사줘서 조금 달리면 웽~~하고

소리도 나고 까만색에 있어보이는 좋은 건데.

나름 애지중지하느라 뒷베란다에 보관했는데 언제 꺼내 타고

아무데나 놔둬서 잃어버렸나 말이다.

자전거는 덩치가 크니 자전거 창고를 들여다보면 대번 표가 나는데

씽씽카는 있겠거니 하고 있다가, 하빈이 놀아줄려고 보니 없다.

오늘은 경주캠프간다는데, 4살짜리를 뭐하러 보내나 싶어 오늘 데리고 있는 날인데, 마침 장마도 온다 하고...

 

두개 중에 한개는 살아있어야 속이 덜 상할텐데, 두개 다 잃어버리냐....  필시 저번에 놀다가 아무 생각없이 마당에 두고 온것일게다.

주인없이 놓인 것은 누가 가져가도 모르고, 고물상하는 사람들은 얼른 주워간다는데....

몇년을 베란다에서 특별할때만 꺼내고 모셔둔 아끼던 씽씽카를

이리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나니, 속에서 정말이지 천불이 난다.

 

주범은 보나마나 하은이일 확률이 높다.

하경이는 그걸 탈 나이도 지났고, 물건아낄 줄 알아 잘 챙기는데..

하은이는 고 때 고 순간만 즐길 줄 알지,

뒷감당이나 물건잘 챙길 줄 모른다. 

물어보면 창고에 있다하길래 그 말만 믿고 있었더니,

애들 말 믿을 건덕지가 못되는 걸.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잖아...

다른 동 구석구석봐도 없고, 거기다 얼마전엔 이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아는 분이 제 용돈이라고 만원짜리를 주셨는데,

내 지갑에 둔 걸 언제 꺼냈는 지 제 거라며,

거기다 스티커를 붙이고 난리도 아니여서,

내가 떼고 지갑에 도로 넣을까 하다가,

나름 책임감 심어준다고 직접 스티커 떼고 다시 엄마지갑에

넣어놓으라고 말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행방을 모른다. 

어이구... 그건 제대로 할 줄 알고 믿고 맡긴 내가 잘못이지...

 

우리집에 오는 손님이 놀라는 한가지는

일곱살 하은이의 사브작 사브작~~일 벌리는 모습이다.

옷갈아입기 묘기도 아닌데, 금방 이옷 입었다가 저 옷 입었다가,

벗어놓은 옷가지는 아무데나 널브러져 있고...

다시 서랍에 넣기도 찝찝해서 아예 한군데 모아놓고 있다.

그 옷이 싫어져서 안 입는다 싶으면 한꺼번에 빨래하는 방법을 택했다.

혼내도 그때 뿐.... 대답은 넙죽 잘하는데 치운다고 하면서도

그 와중에 또 다른 놀이를 병행해서 연장해 노는 바람에

나의 의도대로 되는 경우는 잘 없다.

 

지금도 하은이는 잃어버린 씽씽카때문에 전혀 속상해하지 않는다.

없으면 다른 거 하고 놀면 되니깐.

저는 하나도 안 답답한 거지.  난 하빈이까지 물려주려고 하다가

그 계획이 틀어지고, 물건이 아까워서 나 혼자만 씩씩대고 있는 꼴이다.

지금도 노래부르고, 하빈이랑 깔깔거리고 노느라 정신없다.

마치 이러는 것만 같다.

 

'아이~~ 엄마. 그깟 잃어버린 것때문에 속 끓이지 마..

잊어먹어야 또 새것도 생기고 그러지. 인생은 다 그런거야.

괜히 스트레스 받아 주름만 늘고 파삭 늙기만 하지....

엄마 더 늙으면 나중에 하빈이 입학할때 학교에 어떻게 갈래...

하빈이가 엄마 늙수그레하다고 오지말라고 하면 어쩔기여?

우린 하나도 안 속상하다구...  그거 없으면 딴거하고 놀면 되지.

사소한데 목숨걸지 말라구...

나처럼 인생을 해피하게 즐겨봐~~~!

만원짜리도 원래 내건데 엄마가 그렇게 아까워할 거 없잖수?

집안에서 잊어먹었으니 언제고 나오겠지.

청소하다가 나오면 엄마걸로 하슈~~ 내가 양보하지 뭐.  됐지? 

그러니 이제 인상 좀 펴라구...

자, 이제 잃어버린 씽씽카는 싹 잊어버리고 우리한테 무슨 맛난

간식을 줄까 뭐 그런 생산적인 생각을 좀 해보라구...'

 

그래....그래.

인상쓰고 애달복달한다고 돌아올 것도 아니고,

잊자 잊어.

두개가 한꺼번에 없어진 게 한스럽긴 하지만,

내가 타고 놀 것도 아니구, 너희들이 괜찮다면 할 수 없구.

짐 하나 줄었다 생각하자구.

요기까지 쓰고 나니 열이 펄펄 나서 용광로같이 끓던 내 속이

좀 식혀지네~~

 

그래도 나는 세상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외치는 바이다!

 

제 돈으로 안샀다고 귀한 줄 모르고 장난감이니 놀잇감이니

아무데나 놔두고 잃어버리고선 엄마한테 무조건 내놓으라는

이 악동들아!

뒷수습 못하겠거든 아예 타고 놀지를 말든지,

갖다놓아달라고 말이라도 해라!

없어진 다음에 타겠다고 내놓으라고 떼를 쓰면

그 순간에는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지구밖으로 추방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아니면, 속상해서 씩씩대고 있는 엄마옆에서

그런 사소한 일은 초월하고 산다는 듯

노래까지 부르며 노는 건 너무하지 않냐?

 

적어도 아까운 척이라도 좀 해봐라!

미안한 척이라도 좀 해봐라!

엄마의 눈빛을 보며 어쩔수 없었다는 변명이라도 좀 해봐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면,

속에서 천불이 나는 걸 겨우 다스리고 있는 나는 뭐냔 말이다.

요 괘씸한 놈들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