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분홍색 좋아하면 안되는 건가요???

아키라2010.07.05
조회320,516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범하게 살고있는

 

대한민국 서울에 거주중인 28세 회사원입니다.

 

저는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아실 S기업에 현재 다니고 있는데

회사가 다들 그러하겠지만 저희 회사는 특히나 더 보수적입니다.

 

주변친구들중에 벤쳐기업을 다니는 놈은 티셔츠에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출근하기도 한다는데

어두운색의 평범한 정장만이 출근 복장으로 허용되는 회사를 다니다 보니

조금 억눌리는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꿈꿔오던 도전 (제가 말할 땐 도전이고 남이 볼 땐 반항 일 수도)을

드디어!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몇일 전 회사동료 몇명과의 술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얘기 끝에

왜 남자는 분홍색을 좋아하면 안되는 거냐로 설전을 벌이다

내기를 진 끝에 거의 벌칙으로 내일 아침

분홍색 셔츠 + 분홍색 타이 + 분홍색 아이템 3가지 이상을 반드시 착용하고

출근할 기로 하게 되었습니다

 

벌칙이긴 했지만 왠만하면 싫다고 거절했을 텐데

저는 원래 분홍색을 좋아하지만 허용되지 않는 이 사회가 너무나도 답답했던 탓에

술 기운에 오기 까지 더해졌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 (술이 깨자)

머리가 아파오더군요

 

막상 실제로 하려니 정말.... 이건 뭐......

 

'회사사람들이 시킨거다, 벌칙이었다' 를 변명의 무기로 삼기로 하고

옷장을 뒤져

분홍색 셔츠(mountain)를 입고 슬림한 분홍색 타이(t-050)를 맨뒤

여동생 방에가서 두고나간

동생의 완소 아이템, 분홍색 헤드폰(필립스 SHL-1601)을 착용했습니다.

동생방에서  분홍색 시계(디지털 크리스털 다이얼)를 찾아와 차고

채워야할 아이템 5가지중 남은 하나는

창고를 뒤져 분홍색 쇼핑백(Nylonpink)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서류가방대신 이 쇼핑백입니다...

 

 

 

 

 

벌칙수행 은 그냥 입고 출근만 해서 되는게 아니었습니다

인증샷을 찍어오라는 그대들의 어마어마한 요구에

술김에 응했던 저를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카메라도 챙겼습니다...

(술김에 할수 있다! 고 큰소리 떵떵 쳤었나 본데

안할시 벌금으로 30만원을 걸었었다네요 제가...... 정말 이 욱하는 성격이 문제인 듯 싶습니다...)

 

 

 

 

 

집 앞에서 사진은 어머니께 부탁했었구요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혀를 내두르셨습니다.. 차라리 욕을 하시는게 제 맘이 편했을 텐데 말이죠..)

 

지하철역에서도 지나가는 고딩에게 사진을 부탁했습니다. 역시나 출근중이시던 많은 분들이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수많은 시선을 겨우겨우 피해 '나 정말 오래살겠구나' 생각하며 회사에 도착하였는데

늘 밝은 얼굴로 인사해주시던 수위아저씨께서도 오늘은 미간을 찌푸리시네요... 하지만 별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수위아저씨께 카메라를 드리고 사진을 부탁해봅니다.

 

점심식사후 제가 이 엄청난 분홍색 도전기회를 준 동료와 커피숍에 가서 마지막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같이 좀 당해봐야 한단 생각에 일부러 사람들 더 쳐다보라고 크게 얘기하고 웃고 떠들었는데

이 친구. 저랑 있는걸 전혀 챙피해하지 않네요

오히려 사진 찍어주고 난리 났습니다.. 아 정말 회사생활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가장 중요한

회사에서의 반응입니다.

 

일단 출근하자마자 모든 분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는 시선으로써 제게 관심을 표해주셨고

특히나 저희 팀장님께서는 끝나고 따로 보자는 에프터 신청까지 해오셨습니다.

 

무슨 일 있냐, 괜찮냐 가 가장 많은 반응이었고

오늘이 회사 마지막으로 나온 날 인줄 알았다는 말까지 들었네요-_-

 

 

 

역시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남자는 분홍색은 안되나 봅니다.

 

 

챙피하고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에 꿈꿔오던 판타지를 이뤄본 것 같아서

나름 흡족한 하루 였답니다.

 

 

 

 

그리고 아직 벌칙수행이 남아 있었어요..

바로

 

 

이 글-_-

 

네이트 판에

제 손으로 직.접.

글과 사진을 올려야만 벌금 30만원이 그제서야 면제가 된다네요

 

아 정말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정말 술이 왠숩니다 술이 왠수야ㅡㅡ

 

 

 

아래 사진은

인증샷들을

회사 동료가 웃겨 죽겠다고 큭큭대며 보정해서 보내준 사진입니다.

아무튼 핑크 시계, 필립스 신제품 SHL 핑크, PINK가방 덕에 제 스타일 한번 맘껏 살려보았습니다.ㅎ 모두들 감상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