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었다고 말해줘2-윤주

백발마녀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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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매일이 적개심과의 싸움이었다. 허공에 붕 떠있는 사람 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그를 보며 그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는것은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다, 그는 내게서 등을 돌려야 잠들수 있었고 잠결에도 손길을 피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에 나는 허전했다.

 "당신 뭐야 같이 살면서 더 많이 안아줘야 하는거 아냐? 잡는 손도 뿌리치는게 어디있어?"

 출근 준비를 하는 그에게 다그치듯이 묻는 나를 머슥하게 쳐다보던 그가 말했었다.

 "내가 원래 버릇이 그래 뭐 그런걸 가지고 출근하는 사람 붙잡고 닥달이야."

 "같이 살기 전에는 안그랬잖아. 사람이 그렇게 금방 변하니?"

 "그때하고 같니? 다 잡은 고기에 밥주는거 봤어? 적당히 해. 안고쳐지는 버릇 붙잡고 징징대지 말고."

 그물에 걸린 고기에게 미끼를 던져줄 필요가 없다는 그의 말은 진심인것 같아 보였다. 먼저 전화하는 일이 없어졌다. 내가 점심 시간에 맞춰 하는 전화에 그는 바쁘다는 말을 하며 급히 끊기 일쑤였다. 같이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회식이 있다는 말부터 했다. 그런 그를 그저 평범한 다른 남편들도 다 그렇지 하며 이해하려고 했다.

 

 그녀가 집을 떠나고 그는 서둘러 이사를 해야 했다. 그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떠난후 그의 집에 가보고 그때 알았다. 그동안의 씀씀이는 그의 아내가 그를 위해 보장해준 품위 유지비였다는 것을 ...

 골목마다 다닥이 붙은 그의 이웃에게 그의 아내의 부재와 나의 출연이 수군거림이 되었다. 그와 그의 자식들에게 나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17평 월세로 내려 앉으면서 그의 아내가 쓰던 가구들과 그릇들이 이사한 집으로 그대로 옮겨 앉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의 아내가 쓰던 장롱은 그녀의  친정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었다. 그는 자기가 산것이라고 말했었다. 어느것 하나 버릴수가 없도록..

온통 그의 아내의 자취가 남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지어 그의 작은 습관들까지..잠꼬대로 그이 아내였던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찾아 안고는 했다. 그녀가 아닌것을 알고 그는 서둘러 등을 돌리고는 했다. 아침이 되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더이상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가 그의 아내와 헤어지고 나와의 삶에 대한 기대로 허둥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의 교만에서 불러온 착각이었다는걸 그때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지방 근무를 자청했었다. 그의 생각대로 그녀는 그를 떠났다. 두 아이의 엄마로 그가 없는 집에서 그녀는 오래 버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그녀는 그이 곁을 떠났다. 그가 당황할만큼 그녀는 그를 깔끔하게 정리해 냈었다.  그렇게 시작된  지방에서의 근무가 3개월을 끌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늦게 집에 도착했다. 그동안 그의 아이들과 내 아이들은 잘 어울리는 듯 해 보였고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려고 노력했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했다.

  그가 지방에서 올라오는 토요일은 설레고 흥분되는 날이었다. 오전부터 그에게 언제 출발하는지를 수시로 물었고 나만큼 반가와하지는 않는 것을 익숙함이려니 했다.   그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그를 위해 목욕을 하고, 그를 위해 화장을 했다.

하지만 그는 올라오는 중간에 차를 세우고 잠이들거나 친구를 만나고 늦게 들어왔다.   늦은 귀가에도 지저분한 집안을 탓하고는 했다. 아이들의 어수선함에 그는 화를 냈다. 생각없이 내밷는 아이들의 말에 그는 황당해 했다. 예의 없고 버릇없다는 꾸중을 입에 달고 아이들을 대했다. 어찌 애들을 보살피는거냐는 칠책이 뒤따랐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며 개 풀어 놓듯한다는 소리가 수없이 나왔다. 좁은 집이 더 많이 느끼고 답답하게 만드는 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밝고 명랑한 수준정도 였다. 넒게 살던 사람이 좁은 아파트에서 여섯 식구로 불려 살며 오죽하겠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그의 짜증을 고스란히 감당하며 해야 했다. . 오히려 그런 그가 자연스러워 보였다.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자연스레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도 없이 네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와 통화가 될때마다 다시 올라 올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지방 근무가 편해 보였다. 말은 힘들다고 하면서도 목소리에는 생기가 있었다. 그의 아내때문에 시작된 일을 고스란히 내가 감당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헛웃음마저 났다. 그와 3개월을 주말부부로 살면서 그와 상상했던 생활들이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다 그가 그의 아내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그가 술에 취해 들어와 쓰러졌던 날 그의 헨드폰에 보관된 발신 문자를 보았다.  고속도로 중간에 피곤에 지쳐 눈을 붙이고 오느라 늦었다는 그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찾고 있었다. 만나기를 원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당신 그렇게 나를 보내고 속이 시원하니? '

 

 그의 집착,

무엇이 그를 그녀에게 가게 한 걸까? 반성을 하고 생각을 하고 반성을 하고 그런후에 생기는 분노와 절망으로  감정을 통제할수가 없었다. 나는  그와의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그의 전처에 대한 분노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었다. 그가 나를 버릴수도 있다는 불안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그를 감시하고 또 감시했다. 헨드폰 위치 추적을 하며 그와의 통화에서 그가 말하는 상황 이외의 어떤 소리를 감지해 내려고 애써 귀기울였다. 문자를 확인하면서 그녀와의 연락을 막아보려고 갖은 애를 썼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그림자는 항상 그의 곁에 붙어다니고 있었다. 그가 그의 아내에게 나를 감추었던 그때처럼  나에게  감추고 또 감추고 있었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화해를 하고 그렇게 시간을 흘러갔다. 그가 못견디겠다는 말을 몇번인가 했고 나는 끝내자는 말을 몇번인가 했다. 그래도 헤어질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도 그렇게 말을 했다.

 "다시는 안만나 그사람이 만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날 용서하지도 않을 사람이야. 그사람 신경쓰지마. 당당해져봐 그래도 되 너는 지금 내옆에 있잖아. 같이 노력하면 잘 살수 있어 날 믿어. 그러니까 더이상 피곤하게 하지마."

 

 별일 아니라는 그의 태도에 나는 맥없이 무너지고는 했다. 아무일도 아니기 바라면서 초조함을 감추려 애썼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그를 닥달하게 되고 그가 무엇을 하는지 수시로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수 없이 되었다. 수십번 전화를 하고 그가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설명받고자 했다. 그의 의무라고 강요했다.

 얼굴을 마주하기 무섭게 쏟아놓는 질문에 그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듣고 있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tv속에 빠져 히히덕거리기도 했다. 죽이고 싶도록 미워질때가 많았다. 어떻게 이런일을 벌이고도 그토록 태연한지 추긍하느라 잠을 재우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이선미 <사랑한다고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