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쓴 편지(외아들 허준을 보내고) 허 명 조팦나무* 분홍 꽃이벽재길 우에 물음표처럼 누워 있다열구름* 따라 밟히며 하얗게 묻혀진다유월을 잡고 길게 늘어선 칠월은개밥바라기*처럼 밝지만 외롭다 발가벗은 세월을 탄하며 화창하게 피다 진 망초꽃잎은가슴깊이 그리움으로 피어올랐는데다시금 꽃잎들 침묵 속으로 눈을 감고 있다기다리던 영혼의 밝은 시간 위로 차마 식지 않은 여우별* 같은 기억의문투성이들 자연처럼 스러지며칠월의 너볏한* 푸른 미소만큼아직 바재이며* 흩날리는 향기 숲을 떠나지 못하고눈바래기*하며 바람이 불때마다내 가슴 곁에 서성이며 흐느낀다. 칠월의 푸른 영혼 앞에 염을 띄우며잠시는 쉬었다 가는 주머니 속의 그리움이여!푸른 줄기로 빛나는 나무처럼 싱싱한 추억으로 가끔은 워낭소리처럼 외롭게 떠나는 여행 일망정 살았어도 산 게 아닌 가엾은 사람들을 볼때면 우체부로부터 배달된오랜 친구의 가을 편지였으면 좋겠다가슴을 밟고 갔어도 영혼이 살아 있음을 믿는다. * 열구름 : 지나가는 구름* 개밥바라기 :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 여우별 : 궂은 날에 잠깐 나왔다가 숨는 별* 너볏하다 : 번듯하고 의젓하다* 바재이다 :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리다* 눈바래기 : 눈으로 배웅한다는 뜻으로 떠나는 이를 멀리까지 바라보는 일
가슴으로 쓴 편지
가슴으로 쓴 편지
(외아들 허준을 보내고)
허 명
조팦나무* 분홍 꽃이
벽재길 우에 물음표처럼 누워 있다
열구름* 따라 밟히며 하얗게 묻혀진다
유월을 잡고 길게 늘어선 칠월은
개밥바라기*처럼 밝지만 외롭다
발가벗은 세월을 탄하며
화창하게 피다 진 망초꽃잎은
가슴깊이 그리움으로 피어올랐는데
다시금 꽃잎들 침묵 속으로 눈을 감고 있다
기다리던 영혼의 밝은 시간 위로
차마 식지 않은 여우별* 같은 기억
의문투성이들 자연처럼 스러지며
칠월의 너볏한* 푸른 미소만큼
아직 바재이며* 흩날리는 향기 숲을 떠나지 못하고
눈바래기*하며 바람이 불때마다
내 가슴 곁에 서성이며 흐느낀다.
칠월의 푸른 영혼 앞에 염을 띄우며
잠시는 쉬었다 가는 주머니 속의 그리움이여!
푸른 줄기로 빛나는 나무처럼
싱싱한 추억으로 가끔은
워낭소리처럼 외롭게 떠나는 여행 일망정
살았어도 산 게 아닌
가엾은 사람들을 볼때면
우체부로부터 배달된
오랜 친구의 가을 편지였으면 좋겠다
가슴을 밟고 갔어도 영혼이 살아 있음을 믿는다.
* 열구름 : 지나가는 구름
* 개밥바라기 :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
* 여우별 : 궂은 날에 잠깐 나왔다가 숨는 별
* 너볏하다 : 번듯하고 의젓하다
* 바재이다 :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리다
* 눈바래기 : 눈으로 배웅한다는 뜻으로 떠나는 이를 멀리까지 바라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