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과 동거하던 남자친구..

2010.07.17
조회4,818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너무 놀랄 일을 겪어서요...

속이 너무 답답하고 정신이 자꾸 멍해지기만 해서.. 속풀이겸.. 글을 씁니다.

 

 

 

 

 

5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성격이 좀 안 맞긴 했지만 그 친구가 제게 유난히 잘해줬고

수십번 싸우고 헤어지려해도 그때마다 끝까지 절 붙잡는 남자친구..

 

사람들 많은데서 무릎을 꿇어가며 제게 매달리기도 하였고,

방에 숨어있어도 집까지 찾아와 끝까지 절 붙들고 울며 잡았습니다.

(오래 사귀어서 부모님도 그를 잘 알아서 집에 쉽게 들여보내줬습니다.)

 

제가 일하고 피곤해서 초저녁부터 잠이 들면 부재전화와 문자가 수없이 쌓이고,

심지어 제가 일부러 연락을 피하는게 아닌지 집 앞까지 찾아와서 확인도 하곤 했어요.

그정도로 제게 집착을 했고, 또 그만큼 절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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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와 차로 30분, 걸어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이상하게 자기 오피스텔에 데려가질 않는 겁니다..

유달리 돈을 아끼는 그 사람은 밖에서 돈을 펑펑 쓰기보다는

자기 오피스텔에 자주 데려가서 볶음밥을 해주고, 라면을 끓여주곤 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집이 더럽다, 담배꽁초가 쌓여있어서 니가 보면 화낼 것 같다

(담배 끊기로 수도 없이 저랑 약속하고 그 문제로 싸우기도 해서).. 라며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에만 밖에서 만나왔어요.

일이 넘 힘들다해서 토요일은 하루 푹 자라고 안 봤거든요..

 

 

그런데 제겐 한살 차이나는 사촌여동생이 있습니다.

게다가 바로 옆집에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친했지요.

 

그 어떤 친구보다도 더 가깝게 지냈던 터라 제가 그 아일 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 동생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요.. 그리고 자기 엄마랑 사이도 별로구요.

그래서 집에 참 들어가기 싫단 말을 자주 했습니다. 맘이 참 아팠죠.

 

그런데 그 동생과 작년말 겨울인가 다퉜습니다.

그래도 전 그 동생하고 쭉 잘 지내고 싶었는데, 올해 초부터 연락을 뚝 끊더라구요.

걔가 마음이 풀리면 자연히 제게 연락할 줄 알고 그냥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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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열흘 전 쯤에 동생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너무 우울하답니다. 달래면서 이유를 물어도 대답을 하질 않는 동생..

  

 

그리고 이틀 후에 다시 동생한테 문자가 왔어요..

사실 집을 나온지 오래 됐답니다. 친구 집에 얹혀 산댑니다.

 

그런데 자기가 외박을 하거나, 남자를 만나면 친구가 엄청 화를 내면서

집안을 뒤집어놓고 난리를 치면서 새벽 내내 싸운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진지하게 말을 했죠...

니가 좋다면 상관없는데,

만약 레즈비언(;;)이 될 생각 없으면 그냥 나오라고.

 

그런데 친구가 남자라는 겁니다.

전 당연히 여자일줄 알다가 깜짝 놀랐죠.

 

그러면서 동생이 그 집에서 나가보려고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서 남자친구인척 데려온 적도 있는데

그 동거하는 남자가 무릎꿇고 울면서

'저 OO이 없으면 안 돼요. 제발 데려가지 마세요' 이랬다는 거예요.

나 이만 집에 돌아가고싶어, 라고 하면 남자가 '시비걸지마라'하면서 싸웠단 거예요.

 

내가 동생한테 그랬죠.

그 남자가 널 많이 좋아하나보다 라고.

 

그랬더니 동생 한다는 말이 그 남자는 여자친구가 있댑니다...

그런데 그 여친은 단지 습관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자길 붙잡더랩니다.

(거기서 뭔가 등줄기가 섬뜩했습니다)

그 집에서 나오고 싶어도 남자가 힘으로 제압하면서 못 가게 한댑니다.

 

듣다가 깜짝 놀라서 거기 어디냐, 내가 당장 데리러 가겠다.

아니면 일단 짐은 놔두고 일 끝나면 집으로 그냥 와라,

다음에 짐 찾으러 갈 때 같이 가주겠다고 했죠.

 

그러니까 일단 오늘 회식이라면서..나중에 연락한다며 대답을 회피하더라구요.

그 후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동생이 너무 걱정 된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만약 동생 구하러 갈때, 위험하면 같이 가달라고도 했습니다..

  

 

며칠 뒤, 네이트온으로 친한 언니한테 사촌동생 얘길 하며 고민을 털어놨죠.

 

그러다 문득 요새 남자친구가 올해 한번도 자기집에 데려가지 않더란 것도

어쩌다 얘기가 나오면서.. 우리 둘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혹시 니 동생, 그 남자 집에 있는거 아냐? 에이, 언니는 설마.

이런 얘길 하면서 스스로도 어이없어서 웃고 말았죠.

 

그러자 언니가, 괜히 의심만 하지 말고 확인하고 오라며..

확인하고나면, 쓸데없는 생각이었단 걸 알면, 너희 둘 사이도 돈독해질 거라며.

그 소리 듣고 솔깃해서 다음 날 찾아가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때마침 남자친구가 강원도로 멀리 당일 출장가는 날이었어요.

 

전 일이 끝나자마자 남자친구 오피스텔로 향했어요.

그치만 그 오피스텔이 보안이 꽤나 잘 돼있는 데라 걱정이 됐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 보이는 복도 입구 철문이,

오피스텔 카드키를 가진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게 돼있거든요.

 

일단 그 앞에서 누가 나오거나 들어가지 않을까 기다렸습니다.

한참 기다려도 아무도 안 나와서 복도 반대편으로 가봤는데,

다행히 그 쪽에서 어느 여자분이 나오더라구요.

그 여자분께 부탁해서 운 좋게 복도 안으로 진입에 성공했죠.

 

이번엔 남자친구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 판을 보며 고민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해야 하나?

 

문득 작년에 남자친구가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며 집 전화번호랬던게 생각났어요.

결국 들어갈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문에 들어서자마자 여자 구두 하나가 보이네요.

남자친구 어머니가 가끔 오시니까 놓고 간 거라 억지로 생각하면서

신발장을 여니까 젊은 여자가 신는 스타일의 구두가 3~4켤레 더 있더군요.  

 

 

집안으로 뛰쳐 들어가서 떨리는 손으로 서랍을 마구 뒤졌습니다.

여자 파우치(화장품가방)가 3~4개 보이더군요.

노트북 앞에 놓인 재떨이엔 두 종류의 담배가 수북이 쌓여있고요..

세탁기 안도 뒤졌습니다. 호피무늬에 리본이 달린 여자용 속옷이..

빨랫대엔 아무렇게나 벗어둔 여자용 검정 스키니진 바지가..

화장실 하수구엔 한웅큼의 여자머리카락이..

세면대 선반엔 가득한 화장솜과 화장품까지..

멍하니 침대를 쳐다보니까 그제서야 침대 옆 테이블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상한 선크림 통같은 게 보여 들었더니.. 러브젤...이라 써진 영문자... ㅎㅎ

 

 

마지막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정말로 여자와 끝까지 간 흔적이 정말 있는지..

믿을 수 없어서 휴지통까지 뒤졌는데.. 정말 제 눈을 의심케하는 물건.

사촌 동생 이름이 쓰인... 구겨진 약봉지.......

 

 

한동안 다리가 풀려서 그 자리에 얼마나 멍하니 앉아 있었을까요.

바보같이도 제가 뒤졌던 흔적을 정리하고 조용히 집을 나왔습니다..

 

친구 한명을 불러내 술을 마시는 도중에도

연락이 안된다며, 내가 걱정된다며 끊임없이 와있는 그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

 

 

그러다 이렇게 피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 할 말을 한 뒤 정리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밤 늦게 걸려온 그의 전화를 받고.. 잠깐만 집앞으로 나오라 했습니다.

그의 차를 타고 동네 놀이터 앞에 멈춰서 물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냐고..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해서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언제부터 OO이랑 살았냐고...

어디서 무슨 소릴 듣고 와서 이러냡니다.

그래서 직접 내가 가서 봤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펄떡 뛰면서 내가 오해하는 거라더군요.

지금 내가 눈으로 본 것들로만 판단하고 자길 몰아부친다고.

그러니까, 지금 자기만 개새X된거냐면서 화를 냅니다.

동생이 그 남자 집에서 지내다 2틀 전에 자기집으로 도망왔답니다.

동생이 내게 말하지 말아달래서 할 수 없이 숨겼댑니다.

그 동안 자긴 소파에서 잤다고, 그 앨 불러서 삼자대면 하쟵니다. 

 

 

하도 기가 막혀서 데려 오라 했습니다.

그가 동생을 데리러 갈 동안 동생에게 전화를 하니까 안 받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동생이 통화중이길래, 혹시나 해서 그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도 통화중이더군요.. ㅎㅎ 아마도 둘이서 말을 맞추려 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문자를 급히 남겼습니다. 제발 말 맞추지 말라고.

네게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그 사람이 뭐라 협박하든 넘어가지 말라고.

 

그러자 동생이 나와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고 답장을 하더군요...

그래서 그 사람을 떼놓고 둘이 동네 병원 근처에 숨어서 얘기를 했습니다.

 

 

역시.. 동생이 말하던 그 남자가 제 남자가 맞더군요..

자기도 첨엔 갈데도 없었고 불장난이었다며.. 그만 끝내고 싶었다더군요..

 

그동안 동생이 일하는 백화점 앞에 와서 끝날때까지 매일 기다렸다는군요..

하루 이틀 자기 오피스텔에 데려가더니.. 아예 같이 살게 됐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가려니까..

그가 무지하게 화를 내면서 집안 물건을 부수고 난리를 쳤댑니다.

 

동생이랑 말싸움을 하다가 동생을 때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엄청 많은 길거리에서 무릎꿇고 애원을 한 적도 있더랩니다.

 

어느 날 집에 몰래 도망쳐온 적도 있는데..

그 사람이 동생 집앞에서 기다렸다가 들춰업고 다시 데려가더랩니다.

바로 우리집 옆이 동생 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담하게 말이죠...

 

더 충격적인 건, 그 사람 회사 회식 때 동생을 데려가서

'결혼할 여자'라고 소개시키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 그 날 그 사람, 강원도 출장간 것이 아니라..

요새 동생이 하도 우울하고 기운 없어 보인다며..

회사에 월차를 내고.. 동생을 데리고 강원도로.. 놀러갔다 온거랩니다..... ㅎㅎ

 

 

듣고보니.. 거의 반년 가까이 둘이 동거를 한 것 같더라구요.

6일 내내 동생과 뒹굴며 그 어떤 짓들을 하다가..

일요일에 절 만나서.. 그 손으로 절 만지고 키스를 했을까 생각하면.... 참.............

 

 

얘기 끝나고 그 자리에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까지 그 사람한테서 계속 전화도 오고 음성메시지도 오고 문자도 오네요.

어제는 무슨, 교통사고가 났는데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말 더듬고 쇼까지 합니다.

 

그래서 동생한테 문자로, 그 자식이 사고났다니까 연락 대신 해봐라.. 하니까

동생한테도 전화해서 사고났는데 연락할 사람이 너밖에 없다는 둥 그랬다는군요.

 

그리고 비오는 데 쫄딱 젖어서 저희 집을 찾아왔었다고 친동생이 그러네요.

웃긴건 그 다음에 사촌동생이 일하는 백화점에도 찾아가서 기다리더랍니다.

 

 

지금 그 사람, 저와 동생 둘 중 하나라도 잡아보려고 그러는 듯 합니다.

 

 

 

하하하.. 참 5년 간의 시간이 덧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제 인생은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던 최대의 막장인 듯 싶습니다.

두 여자한테 똑같이 집착하고, 매달리고, 어떻게 그랬을 수.. 있었을까요...

사실 별로 슬프거나 울적하기보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해서 멍하기만 합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지금도 정신이 멀쩡합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는 참 네게 잘한다. 널 엄청 사랑하는 것 같다.. 라 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불쌍한 눈초리로 저를 쳐다보며 수군될지.. 하하..

 

 

그토록 절 사랑하는 것 같던 남자도 결국 이런데..

이제 어느 남잘 만나서 믿고 진정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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