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신 아빠와 여고생

요니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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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근무하는 학교가 방학을 해서 다른 선생님들과

회식을 하게 됐습니다

일찍 시작한 회식자리라 저는 좀 빨리 귀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제가 내릴 곳은 2호선 종점인 장산역이라(부산이예요^-^)

전철을 타자마자 보이는 자리에 얼른 앉았습니다.

 

음. 그런데 혹시 다른분들도 그러신가요...

버스랑 다르게 지하철은 다른 사람들과 마주보게 앉아있게 되서

참 눈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도 다른때랑 마찬가지로 괜히 여기저기 눈을 돌리면서

하릴없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마주보는 자리에 약주를 드시고

약간 취하신 듯 해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옆 자리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의 어깨에 머리를

너무나 편하게 기대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부녀지간 같아 보였습니다.

지하철이 약간 덜컹거릴때마다

자신의 어깨에서 떨어질 듯 하는 아저씨의 머리를 그 여고생이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대서 고정시켜 주기도 하고,

아저씨가 좀 더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높이 치켜들어주기도 하면서 많이 신경을 쓰더라구요.

 

좀 흐뭇한 느낌이라서

계속 저는 제 앞자리의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아빠를 잘 돌봐드리는

그 여고생이 너무 예뻤습니다.

 

어쨌든 그러고 지하철이 몇 정거장 더 지나가고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다음 정차할 곳을 알리는 전철내 안내방송이 나오자

그 여고생이 시계를 한번 살짝 보더니,

옆에 아저씨를 살짝 흔들며 깨웠습니다.

 

"아저씨.... 저.. 죄송한데 저 이제 내려야 되서요... 잠시만요 아저씨....."

 

아저씨를 살짝살짝 흔들면서 여고생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저씨의 머리가 기대어 있는

자신의 어깨를 빼지고 못하고 어쩌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고생이 그 아저씨의 딸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저씨가 그래도 여전히 계속 일어나질 않으시자

여고생은 아저씨의 머리에 살짝 손을 갖다대고는

뒤에 기대게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여고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마주앉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어려워하면서  

 

"저... 죄송하지만..... 내리시기 전에 이 아저씨 좀 꼭 깨워주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제가 알겠다고 대답하자 그 여고생은 살짝 웃으면서

마침 전철문이 열리고 자신의 종착역에 내렸습니다.

 

 

모르는 아저씨를,

그것도 술 취해 잠든 아저씨를 그렇게 어깨까지 빌려주고

내리고 난 뒤까지 신경 써주는 여고생을 보면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 그리고 그 뒤에 그 아저씨는 제가 해운대 역 쯤에서 한번 깨워드리자,

정신을 차리시고는 안 그래도 다음역이 내리는 곳이라고 하시고

다음역에 잘 내리셔서 가셨습니다.

 

아저씨한테 너무너무 편하게 잠들게 해준 그 여고생 이야기를 못해드린게 너무 미안했습니다.